
[Cook&Chef = 정영 기자] “혼자 먹는 밥이 아닌, 함께 짓고 나누는 밥 한 끼에서 도시의 관계망이 회복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가 지역 주민을 위한 공유주방 운영을 본격화하며, 음식을 매개로 한 커뮤니티 회복에 힘을 실은 지 1년. 청년부터 어르신까지, 도시의 ‘1인 식탁’에 따뜻한 온기를 더하는 변화가 퍼지고 있다.
혼자보단 함께, 요리로 관계를 짓는 공간
지난해 6월 문을 연 영등포동 공유주방 ‘함께쿡쿡’은 약 196㎡ 규모로 다인용 조리가 가능한 공간이다. 반찬 나눔 봉사나 주민 자조모임은 물론, 지역 내 다양한 계층이 음식을 매개로 모여 요리하고 식사하는 경험을 공유하는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어 문래동 ‘목화수라간’은 1인 가구를 겨냥한 소규모 주방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개인 조리대와 인덕션이 갖춰져 있어 청년 중심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 중이며, 작은 주방이 지역 커뮤니티의 출입문이 되고 있다.
‘영등포반찬회’, 도시 청년의 식탁을 바꾸다
특히 문래동 목화수라간에서 운영된 ‘영등포반찬회’는 단순한 요리 수업을 넘어선 청년 관계 형성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혼밥이 일상이 된 청년들이 함께 반찬을 만들고, 밥을 나누며 삶의 리듬을 다시 되찾는 시간.

이 모임은 “요리는 혼자보다 같이 하는 게 더 즐겁다”는 소박한 진리를 다시 꺼내 들었고, 높은 호응 속에 1개 반이 추가 개설됐다. 8월엔 2기 모집도 앞두고 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영등포반찬회’ 마지막 모임에 직접 참여해 청년들과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며 청년 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밥상 앞에서만 가능한 대화였다.
음식의 힘은 따뜻함이다
현대 도시에서 음식은 더 이상 배만 채우는 수단이 아니다. 특히 1인 가구가 늘어나며 혼자 요리하고, 혼자 먹는 일상은 고립과 외로움을 동반하기 쉽다. 그런 상황에서 공유주방은 단순한 조리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마주하게 하는 테이블’로 기능하고 있다.
영등포구는 현재 ▲영등포동 ▲문래동 ▲도림동 ▲양평2동 ▲신길6동 등 5곳에서 공유주방을 운영 중이며, 청년·어르신·소외계층 등 다양한 주민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청년 인구 비율이 서울시 자치구 중 두 번째로 높은 지역이라는 특성상, 청년 1인 가구 대상 프로그램이 핵심 전략으로 추진되고 있다.
식탁 위의 공공성, 도시를 바꾼다
음식은 사람을 살리고,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요리하는 손끝에서 이웃과 지역, 나와 사회가 연결되고 있다. ‘밥상 공동체’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된 지금, 공유주방은 복지나 단순 여가가 아닌 일상의 회복을 위한 공공 인프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청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여름보양식 삼계죽 만들기’ 프로그램도 7월 30일까지 참여자를 모집 중이다.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 한 그릇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최호권 구청장은 “1인 가구에겐 밥 한 끼가 외롭고 버거운 과제가 되기 쉽다”며 “공유주방이 요리와 식사를 통해 소통하고 연대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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