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ok&Chef = 이경엽 기자] 100일간의 기다림 끝에, 된장과 간장 속에서 피어난 ‘장꽃’은 단순한 미생물의 흔적이 아니라, 한국 발효 한식의 살아 숨 쉬는 전통 그 자체였다. 진주시가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통 발효 식문화 교육과정’이 지난 5월 30일, 농업기술센터에서의 수료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교육은 단순한 장 담그기 체험이 아니었다. 2월 17일부터 5월 30일까지, 약 3개월간 이어진 이 과정은 이론과 실습을 아우르며 전통 장류의 과학성과 미학, 그리고 한식의 뿌리로서의 발효문화를 깊이 있게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교육 마지막 날에는 지난 2월 19일부터 숙성시킨 장독의 장을 직접 ‘가르며’, 메주 속에서 피어난 장꽃과 진한 풍미를 확인하는 실습이 이뤄졌다.
수료생들은 “100일 넘게 숙성된 메주에서 고소한 향이 퍼졌고, 장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며 “직접 만든 장이 이렇게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감동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시간의 예술, 된장과 간장
발효식품은 시간을 재료 삼아 만들어지는 음식이다. 그중에서도 된장과 간장은 한식의 핵심이자, 가장 오래된 조리법 중 하나다. 이번 교육에서는 메주 만들기부터 장 담그기, 숙성과 가르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발효에 담긴 미생물의 작용과 환경의 영향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교육 막바지에 진행된 '장 가르기' 시간은 장의 진정한 완성을 확인하는 상징적 과정이었다. 메주에 피어난 장꽃은 미생물 생육이 잘 이뤄졌음을 뜻하고, 된장과 간장으로 갈라지는 그 순간은 ‘발효의 시간이 남긴 결실’이었다.
발효는 기술이자, 철학이다
장류는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다. 된장찌개 한 그릇, 쌈장 한 숟갈 속에는 재료를 아끼고 음식을 존중하는 한민족의 생활 철학이 녹아 있다. 이번 진주시의 발효식문화 교육은 그런 맥락에서 의미가 크다. 장 담그기는 과거의 기술이 아닌, 오늘의 식탁에서 여전히 살아 있는 지혜이며, 지역 농산물과 전통 지식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진주시 관계자는 “이번 교육이 전통 식문화의 가치 제고와 지역 농산물의 소비 촉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일상 속에서 전통을 느끼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전통 발효 식문화를 널리 알리고 이어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진주에서 시작된 이 작은 교육 프로그램은 장독 하나, 메주 한 덩이에서 출발했지만, 그 속엔 수천 년을 이어온 한식의 뿌리가 살아 있다. 발효는 과학이면서도 동시에 문화이고, 삶의 기술이다. 우리가 장을 잊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안에 사람과 시간, 그리고 음식의 진심이 함께 녹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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