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이경엽 기자] 한국인의 짠맛 식문화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7월 1일 발표한 ‘2025년 나트륨 섭취 실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011년 4,789mg에서 2023년 3,136mg으로 약 34.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나트륨 저감 정책이 도입된 이후 10년 이상 지속된 정부의 노력과 건강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일정 부분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인 하루 2,000mg을 1.6배 초과하는 수준이며, 한국인의 식생활 구조는 여전히 고나트륨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짠맛 섭취의 주된 원인은 한식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국·탕·찌개류, 김치류, 면·만두류 등이다. 2023년 기준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면류 481mg, 김치류 438mg, 국·탕류 330mg, 볶음류 227mg, 찌개·전골류 217mg으로, 전체 섭취량의 절반 이상이 이 다섯 가지 조리 유형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식의 대표 메뉴 대부분이 나트륨 급원이라는 점에서, 조리방식과 식문화 전반에 대한 구조적 개선이 요구된다.
더 큰 문제는 조리 환경에 따른 나트륨 섭취량 차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음식점에서 한 끼에 섭취하는 나트륨은 평균 1,522mg으로, 가정식(1,031mg)보다 약 1.5배 높다. 이는 외식의 일상화 속에서 조리 현장이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특히 외식업계의 간 조절 기준과 양념 배합 방식이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셰프와 조리 종사자가 ‘짠맛 설계자’이자 건강한 식문화의 관문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식약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적인 조리법도 함께 제시했다. 대표적으로는 소금이나 장류 대신 표고버섯, 다시마, 멸치가루 등 감칠맛 천연재료를 사용하고, 햄·소시지류는 끓는 물에 데쳐 사용하며, 양념은 따로 담아내어 섭취량 조절을 유도하는 방식 등이 있다. 이는 단순한 이론적 권고가 아닌, 실제 조리 환경에서 충분히 적용 가능한 방법들이다.
건강한 한식을 위한 조리법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특히 나트륨 고섭취가 고혈압,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으로 이어지는 만큼, ‘짠맛은 기본’이라는 조리 관행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이제 셰프는 단순히 맛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소비자의 건강을 디자인하는 실천자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덜 짜게, 더 건강하게’는 캠페인 문구가 아니라, 한식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조리법 하나의 변화가 식문화 전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지금 우리가 스스로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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