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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서 GRILL X가 고기를 굽고 있다 |
샤로수길의 오랜 터줏대감인 삼겹살집 ‘정숙성’에는 최근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고기 초벌실을 로봇 직원에게 맡긴 것이다. 끊임없이 대기줄이 생길 만큼 손님이 많지만, 로봇 네 대가 지치지 않고 초벌을 해내니 줄이 제법 빨리 줄어드는 모양새다.
외식업계 인력난 구원투수
외식 업계에서 인력난은 이미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음식 서비스직(외식업)에서 부족한 인력은 7만 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폐업을 고민하거나 결정하는 외식업체 점주도 다수인 상황이다. GRILL X는 외식업계의 고민을 혁신적으로 해소하는 AI로봇이다. GRILL X를 개발한 비욘드허니컴은 2020년 정현기 대표가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음식의 실시간 조리 상태를 분자 단위로 수치화해 학습하고, 이에 따라 쿠킹로봇이 음식을 자동 조리해 셰프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는 기술을 개발해 L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누적 94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GRILL X가 바꿔 놓은 고깃집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AI와 사람의 협업이 맛의 비결
음식점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코 ‘맛’이다. 수준 높은 맛을 구현했을 때 비로소 고객은 매력을 느끼며, 이때부터 손님 응대 등 부가가치를 줄 수 있는 요소가 중요해진다. 비욘드허니컴이 개발 당시 무엇보다도 ‘최상급 맛’에 집중한 이유다. GRILL X로 구운 고기를 접한 고객들의 일관된 반응은 ‘맛있다’였다. 사람이 사용하기 힘든 강한 불에서 균일하게 뒤집으며 구워야 가능한 마이야르 반응을 로봇이 완벽하게 초벌로 구현해주기 때문에 고객 테이블에서는 짧은 시간 내에 ‘겉바속촉’한 고기를 완성할 수 있다. 또 다른 특별한 점은 분자 센싱 기술을 통해 각 고깃집이 추구하는 맛을 커스터마이즈하여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기의 종류와 매장의 니즈에 맞춰 마이야르 반응을 강하게 내거나, 육즙이 최대한 많이 보존되도록 조리하는 등 맞춤 솔루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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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LL X를 도입한 고깃집 리뷰에 손님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
GRILL X에 대한 업주들의 반응도 뜨겁다. 도아들 김우형 대표는 “원육 노하우를 가지고 고깃집을 창업했지만 그릴 담당 직원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애를 먹었는데 GRILL X 도입 이후 인력 운영 걱정은 덜고 맛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면서, “올해 내로 GRILL X를 활용해 점포를 확장하고, 향후 로봇을 바탕으로 프랜차이즈화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겹살집 ‘정숙성’을 운영하는 윤재훈 대표는 “GRILL X 도입 이전에는 직원에게 그릴 방법 교육을 시키는 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는데, 요즘은 테이블 그릴이 쉬워져 고객 서비스에 더 신경을 쓰도록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며, “조리 속도가 빠르면서 일관된 품질로 고기를 구워 내는 로봇 직원을 다른 고깃집 사장님들이 와서 보곤 부러워할 때가 많다”고 웃어 보였다.
GRILL X는 2023년 11월 돼지고기용 솔루션을 런칭한 이후로 국내 유수의 삼겹살집 위주로 빠르게 도입이 되고 있다. 정현기 대표는 “GRILL X는 특히 손님이 많아 회전율은 높이고 조리 속도는 단축해야 하는 업장에 도입되었을 때 그 효과가 좋다”면서 “웨이팅이 긴 업장에 다수 도입되어 점주는 물론 직원들의 고충도 덜어주고 있어 개발하는 입장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높은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비욘드허니컴은 올해 내에 국내에 공장을 설립, 대량 생산 기반을 갖춘다. 하반기에는 스테이크용 솔루션을 추가로 런칭하여 다수의 호텔 및 스테이크 하우스에 도입할 예정이며, 이를 바탕으로 그릴요리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 정복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비욘드허니컴은 GRILL X와 함께 사업을 확장할 파트너를 지속 모집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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