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ok&Chef = 이경엽 기자] 아이들의 밥상이 달라지고 있다. 어느 날 학교 급식판에 곤드레, 고사리, 오미자 음료, 호두곶감말이 같은 이름이 낯선 음식들이 올랐다. 학생들은 처음엔 망설였지만, 곧 “이거 생각보다 맛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것은 단순한 급식 변화가 아니다. ‘산에서 온 식재료’가 교실로 들어온 교육이었다.
임산물은 한국 산림에서 자생하거나 재배되는 식품 자원으로, 대표적으로 곤드레·취나물·고사리 같은 산나물과 오미자·밤·호두 등의 열매류가 있다. 풍부한 영양소와 전통성을 갖고 있지만, 산업화 이후 도시 아이들에겐 낯설어진 식재료이기도 하다. 이런 임산물이 최근 공공급식과 식생활 교육 현장에 재등장하고 있다.
특히 성장기 아동에게는 가공되지 않은 자연 식재료의 경험이 건강한 식습관 형성의 핵심이다. 오미자 특유의 신맛, 곤드레의 담백함, 호두의 고소한 향은 아이들의 미각을 자극하면서도 환경과 생태를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식재료에 대한 감각은 경험에서 시작되며, 그것이 바로 '먹는 교육'의 힘이다.
입으로 체험하는 산림 교육...임산물로 식습관·환경의식 함께 키운다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한 ‘숲푸드 Day’ 행사가 지난 5월, 서울 시내 초등학교 10곳에서 열렸다. 행사에는 약 900명의 학생이 참여했으며, 특히 신암초등학교는 임산물 급식, 간식, 쿠킹클래스까지 모든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학생과 교사, 학부모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숲푸드 Day’는 국내산 임산물의 영양성과 식재료로서의 가치를 학교 급식을 통해 알리는 프로그램이다. 해당 학교들에서는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은 곤드레, 취나물, 고사리 등을 활용한 급식 메뉴를 제공했다. 오미자 음료, 밤양갱, 호두정과가 포함된 간식 꾸러미도 함께 제공되어, 학생들은 맛과 영양을 동시에 체험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체험형 수업이다. 지난 5월 30일에는 신암초 3학년 학생 20명이 참여한 ‘임산물 쿠킹클래스’가 열렸다. 아이들은 직접 ‘호두곶감말이’를 만들며 오감을 활용한 요리 활동을 경험했고, 대부분 “건강하고 맛있다”, “처음 먹어봤는데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들에게 임산물은 더 이상 낯선 식재료가 아니라, 흥미로운 미각 자극의 원천이 된 셈이다.
한국임업진흥원 최무열 원장은 “숲푸드 Day는 단순한 먹거리 지원을 넘어, 아동기부터 임산물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하고 미래 소비자층으로서의 관심과 수요를 유도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공공급식과 교육 현장을 연계한 임산물 소비 확대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도시와 산림, 교육과 음식이 만나는 지점에 바로 ‘숲푸드’가 있다. 음식은 단순한 배급이 아니라, 감각과 가치가 전달되는 매개다. 아이들의 밥상에 산이 올라온 이 변화는, 지속 가능한 먹거리의 미래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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