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정부는 풀고, 소비자는 체감 못 한다
[Cook&Chef = 이경엽 기자] 정부는 2일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여름철 민생 물가 안정을 위해 신속하고 강력한 공급 대책을 내놓았다. 대표적인 예로 배추 3.6만 톤 방출, 사과와 배 등 여름 제철 과일 3만 톤 이상 공급 확대,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재개를 결정했다.
또한, 한우·수입육은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최대 50% 할인 판매하며, 김 산업을 위한 양식장 면적 확대와 마른김 건조기 60기 지원 계획도 발표했다. 이는 농축산물 및 가공식품 원가 인하를 통해 전반적인 먹거리 물가 상승세를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강원 삼척시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이은지(38) 씨는 “배추가 싸졌다는 뉴스는 봤지만, 정작 집밥은 재료 사는 데만 3만 원 넘게 든다”며 “외식은 더 심각해서 웬만한 식당에선 점심도 1인당 1만 원 넘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식재료 공급 확대에 집중하지만, 소비자는 여전히 완제품인 외식과 가공식품 가격에서 직접적인 체감 부담을 겪고 있다.
외식·가공식품이 이끄는 물가 역설
통계청이서 2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통계에 따르면 신선식품 가격은 하락세다. 신선과일 가격은 –7.6%, 채소류는 –6.7%로 작황 호조와 수급 안정 대책의 효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외식은 +3.1%, 가공식품은 +4.6% 상승했으며, 특히 즉석밥(+10.3%), 시리얼(+11.8%), 김치(+10.2%), 커피(+10.1%) 등 주요 가공식품의 상승폭은 두 자릿수에 달했다. 외식품목 중 냉면(+10.1%), 삼겹살(+5.2%), 김밥(+4.5%), 치킨(+4.3%)도 꾸준히 올랐다.
가정 간편식과 외식 품목이 일상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이들 가격 상승은 소비자 체감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식재료 값이 아무리 하락하더라도 실제 ‘먹는 것’의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불어 외식은 단순한 가격 문제를 넘어 문화적·생활양식의 변화와도 연결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외식비 지출은 지난 3년간 평균 12% 이상 증가했다. 이는 간편식 소비 증가와 맞물려 식재료 자체의 가격보다는 ‘조리되고 제공되는 음식’의 비용이 체감 물가의 기준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식재료 값이 하락해도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오는 체감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정책은 원가에, 현실은 식탁에 있다
정책은 여전히 '공급 확대'와 '원가 인하' 중심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채소·과일·김·육류 등 공급물량 확대 외에도, 식품 표시의 전자화와 할당관세 조정 등을 통해 가공식품의 제조원가를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AI 기반 위해예측, 식품영양성분 데이터 기반 기술 고도화 등으로 식품 안전과 효율성을 동시에 도모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이 외식비나 가공식품 가격에 어떻게 반영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조리 인건비, 매장 임대료, 유틸리티 비용, 물류비용 등 외식업 가격 형성에는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특히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배달앱 수수료 상승은 중소 음식점의 가격 책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가 '식재료는 싸졌다'고 말해도, 소비자가 마주한 메뉴판의 가격은 오히려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단순 공급 확대를 넘어 외식업의 원가 구조 전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식비는 단순 식재료가 아니라 서비스업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구조 개선 없이 가격 안정은 어렵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외식업의 디지털 전환과 공공 조달 연계 등 유통구조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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