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정영 기자] 제주의 땅과 바다가 길러온 음식, 그리고 이를 지켜온 사람들. 그 정체성과 가치를 다음 세대에 온전히 잇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오는 8월 4일부터 29일까지, 제주 향토음식의 보전과 전승을 이끌어갈 향토음식 명인·장인·전수자 및 신규 향토음식점 지정 신청을 받는다. 이는 지역 고유 식문화를 단순히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음식이라는 문화유산의 계승 구조를 제도화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명인·장인·전수자 삼중 구조로 전통을 잇다
모집 대상은 제주 향토음식의 전통성과 조리법, 문화적 가치를 최고 수준으로 구현한 ‘명인’, 분야별 전문성과 발전 기여를 갖춘 ‘장인’, 그리고 이들의 손맛을 배우고 있는 ‘전수자’다. 전수자의 경우 반드시 명인·장인의 추천을 받은 이들 중에서 선발된다.
현재 제주에는 3명의 명인(김지순, 고정순, 부정숙)과 6명의 장인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각각 생선회, 장류, 전통 당류가공, 된장, 꿩엿, 메밀 음식 등 다양한 전통 식문화를 대표하고 있다. 명인들이 전통을 보존하고 장인들이 기능을 특화시킨다면, 전수자는 그 정신을 잇는 미래의 계승자로 위치한다.
‘향토음식점’도 문화자산으로 지정
제주도는 음식문화의 전승을 사람(명인·장인)에 한정하지 않고 공간(향토음식점)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현재 도내에는 총 61곳의 도 지정 향토음식점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번에 신규 지정을 통해 그 범위를 넓힌다.
신청자는 제주 향토음식을 주요 메뉴로 제공하는 음식점 중, 지역 식재료 활용도·전통성·위생관리 등 다양한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현장 심사와 전문가 심의를 통해 최종 선정된다.
“전통을 잇는 것은 손맛보다 마음가짐”
지정된 명인과 장인에게는 지정패 수여, 교육 및 품평회 참가 지원, 온라인 홍보 콘텐츠 제작, 전승활동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향토음식점 역시 제주푸드의 글로컬화를 위한 콘텐츠 플랫폼의 거점으로 육성된다.
김형은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이번 신규 지정은 제주 향토음식의 특색과 철학을 이어가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제주의 맛과 멋을 세계와 공유할 수 있도록, 지역의 솜씨 있는 인재와 공간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는 단순한 홍보가 아니다. ‘명인 제도’라는 국가 문화유산 시스템이 자칫 기념비적 위인화에 머물 수 있다는 비판 속에서, 제주도는 실질적 기능 전수와 음식점 지정이라는 생활 밀착형 구조를 제안하고 있다.
‘손맛’을 기술로 계승하되, 철학까지 전하는 사람 중심의 시스템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한 향토음식점 지정은 공간 기반의 음식 문화 보존 모델로, 전국 지자체가 참고할 수 있는 제도적 실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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