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먹어도 부담 적은 저혈당 견과류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피스타치오는 최근 ‘두바이 초콜릿’ 열풍 이후 MZ세대의 디저트 아이콘으로 떠올르며 품절사태가 잇따랐지만, 식품영양학계에서는 훨씬 이전부터 ‘가치가 높은 견과류’로 분류되어 왔다. 특유의 연녹색과 은은한 단맛, 바삭한 식감 뒤에는 단백질·식이섬유·불포화지방·항산화 성분·미네랄이 촘촘하게 들어있다. 작은 알갱이 안에 생리활성 성분이 고밀도로 들어 있어, 꾸준히 섭취할 때 전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깊다는 것이 최근 연구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혈압·혈당·콜레스테롤까지… 대사 건강을 건드리는 한 줌
피스타치오는 견과류 중에서도 특히 혈관·대사 건강과의 연관성이 많이 연구된 식품이다. 우선 지방의 질이 좋다. 피스타치오에 들어 있는 지방 대부분은 단일불포화·다중불포화지방으로, LDL(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종류다. 여러 임상연구를 묶은 메타분석에서도 피스타치오 섭취가 수축기 혈압을 유의미하게 낮춘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여기에 칼륨·칼슘·마그네슘이 균형 있게 들어 있다. 칼륨은 나트륨 배출을 도와 혈압 상승을 막고, 마그네슘과 칼슘은 혈관 수축과 이완 조절에 관여한다. 사실상 ‘혈관 친화적인 미네랄 패키지’가 한 알 안에 들어 있는 셈이다.
혈당 관리 측면에서도 피스타치오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혈당지수(GI)가 낮고, 단백질·불포화지방·식이섬유의 조합이 탄수화물이 흡수되는 속도를 늦춰 식후 혈당 급등을 완화한다. 당뇨병 전단계 환자에게 탄수화물 위주의 야식 대신 피스타치오를 제공했을 때, 혈당 조절에 유리한 장내 미생물과 단쇄지방산(부티르산)이 늘어났다는 보고도 있다. 야식으로 과자를 먹느냐, 피스타치오를 먹느냐에 따라 밤 사이 장과 혈당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완전 단백질에 눈 건강까지… ‘초록 견과류’의 확장된 역할
피스타치오를 두고 ‘작은 고기’라고 부를 만큼 단백질 밀도도 높다. 필수 아미노산 9가지를 모두 갖춘 ‘완전 단백질’로 분류될 정도여서, 채식 위주의 식단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는 귀중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여기에 비타민 B6, 티아민, 구리, 망간, 인 등 미량 영양소도 풍부해 에너지 대사와 신경계, 뼈 건강을 뒷받침한다.
체중 관리에도 우호적이다.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많아 포만감이 오래 지속되고, 실제 연구에서는 피스타치오를 간식으로 먹은 그룹이 단 음식 섭취를 줄이고 허리둘레 감소 효과까지 보였다는 결과가 나왔다. ‘칼로리 폭탄’이라는 견과류에 대한 선입견과 달리, 적정량을 잘 활용하면 오히려 체중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피스타치오만의 색도 건강과 연결된다. 연녹색과 노란빛은 루테인·제아잔틴 같은 카로티노이드, 보랏빛 속껍질은 안토시아닌 때문이다. 이들 색소는 강력한 항산화·항염 작용을 하며, 특히 눈의 황반과 망막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피스타치오를 매일 한 줌씩 먹었을 때 황반색소 광학밀도가 증가해 노인성 황반변성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다. ‘두 눈을 위한 견과류’라는 별칭이 과장이 아니라는 근거다.
장 건강 측면에서도 피스타치오는 주목된다. 풍부한 식이섬유가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 역할을 하여, 부티르산 등 단쇄지방산 생산을 돕는다. 이 물질들은 대장 세포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쓰이며, 장 점막 보호·면역 조절·대사 건강에 관여한다. 꾸준한 피스타치오 섭취가 장내 미생물 환경을 건강한 쪽으로 재편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이어지는 이유다.
얼마나, 어떻게 먹어야 하나… 효과는 높이고 위험은 줄이는 법
그렇다고 피스타치오를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견과류인 만큼, 전문가들은 하루 25~40g 수준을 적정 섭취량으로 제시한다. 알 크기에 따라 대략 한 줌, 30~50알 정도다. 껍질째 구입하면 일일이 까 먹어야 해 자연스럽게 속도가 늦어지고, 과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가공 상태다. 시중에 많이 유통되는 소금이 가미된 피스타치오는 나트륨 함량이 높을 수 있다. 혈압·심장 건강을 위해 먹는 견과류가 되레 나트륨 과잉의 통로가 되지 않도록, 가능하면 소금이 첨가되지 않은 제품을 고르거나 저염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의해야 할 사람도 있다. 피스타치오는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섬유질이 많아 평소 장 기능이 예민한 사람에게는 복부팽만·가스·복통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신장 기능이 떨어져 칼륨 제한이 필요한 경우, 피스타치오처럼 칼륨이 풍부한 식품은 섭취량 조절이 필요하다. 만 4세 미만 영유아에게는 질식 위험 때문에 통째로 주지 않고 잘게 부수거나 퓨레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안전하다.
결국 피스타치오는 ‘많이 먹는’ 식품이 아니라, 적당량을 매일 반복해서 먹을 때 진가를 발휘하는 견과류다. 과자를 집어 들 손을 한 번쯤 멈추고, 그 자리에 한 줌의 피스타치오를 올려두는 것. 혈압·혈당·장 건강·눈 건강까지 동시에 신경 써야 하는 시대에, 이것만큼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간식 전략도 드물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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