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큐로 공을 타격할 때의 충격이 강해 하나의 나무로 만들어질 때 얼마 사용하지 않아 부러지거나 파손된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당구 큐도 아이스하키 스틱처럼 잘 휘거나 트지 않는 나무판 여러 개를 붙여서 단단한 새로운 판으로 만든 다음 가공한다고 한다. 마치 좋은 칼을 만들 때 쇠를 두들겨 여러 번 접어가며 단단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Fly-Shark는 강소기업을 목표로 2015년 4월 경기도 의왕에서 창업해 현재 청주에서 수제품으로 당구 큐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당구 큐는 고가의 일본산 제품이 주로 이루고 있으며, 선수들은 이태리·스페인·미국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들이 만들면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2002년부터 연구와 테스트를 반복해서 2015년에 국내 제조업체에 OEM으로 제작하다가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월 100개 정도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나 대표는 제품을 만드는 노하우와 당구의 이해도가 제작의 필수적 요소라며, 선·후배 선수들이 사용하는 선수전문 당구 큐로 제작·판매하고 있다가 현재 지역 총판 조직을 통해 일반인에게도 판매하고 있다.
“큐대는 막대 봉인 만큼 나무를 깎아 만드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나무 하나가 아니라 적당한 탄성과 강도를 가진 원목 여러 개를 하나로 붙여 집성목을 만든 다음 깎는 것이죠. 따라서 나무를 어떻게 접합하느냐에 따라 큐의 성능 차이가 납니다. 어찌보면 공예품 일종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당구 큐는 정밀도도 아주 중요하다. 나무로 제작하다 보니 휨이나 비틀림이 있을 수 있다. 습기나 열에도 영향을 받는다. 모든 회사 제품에 불량이 있을 수 있다. 목재이기에 변형이 심해질 수도 있고 다루기가 너무 힘이 든 작업이다.
“저희 제품은 100% 저희 기술로 만듭니다. 물론 원자재는 모두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다만, 접합하는 데 있어서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작업하고 있기 때문에 하자 및 불량이 거의 없습니다. 접합 수준은 저희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만 목재로 만드는 당구 큐는 다루기가 너무 힘듭니다. 변형이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가구는 그냥 실내에 두는데도 비틀림이 생기기도 합니다. 아무리 좋은 명품 가구라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당구 큐는 수만 수십만 번의 충격을 받습니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 번의 충격을 받습니다.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건 당구 큐가 아닙니다. 물리학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나 대표는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정확하게 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제작 과정에서 목재, 조인트 철재 재질과 밸런스, 무게 중심 등 고려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선 큐대 상대의 경우 공을 타격해야 하는 만큼 탄성과 내구성이 우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목은 탄성 좋은 단풍나무인 컬리 메이플이 주로 사용된다는 게 나 대표의 설명이다. 나무 관리도 중요하다.
“나무를 한번 깎으면 처음엔 곧은 것처럼 보이지만 5분만 지나면 휘어져 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원목 내에서 수축이나 팽창이 일어나고 또 습도, 직사광선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에서 장마철에는 아예 작업을 하지 않는다. 깎는 것뿐만 아니라 나무와 나무에 본드를 붙여 집성하면서도 마찬가지로 휨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잘못 살폈거나 말리는 과정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을 경우 나중에 심하면 흠이 생기고 갈라질 수도 있다.
나 대표는 “‘Fly-Shark’가 대나무 18쪽을 붙여 만들어 특허까지 낸 제품은 탄력이 좋아 잘 팔리고 있다”며 “나무를 여러 쪽 붙인 집성목의 경우 한 1년간 건조 과정을 거치고 이후 한꺼번에 깎는 게 아니고 하루에 0.5㎜씩 깎고 건조시키는 작업을 반복해서 명품 수제 큐대로 완성된다며 그래서 좋은 큐대 하나 만드는데 최소 3개월, 최대 6개월 걸린다”고 나 대표는 설명했다.
게다가 커스텀 큐대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큐여서 개인 취향에 맞는 색상 패턴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공예적 창의성을 가미해야 한다는 것. 그만큼 개인들이 소지하는 커스텀 큐대는 가격이 몇 백에서 천만 원대를 호가할 정도로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연간 커스텀 큐대 제작량도 ‘Fly-Shark’의 경우 1500개 정도이다. 한 달로 따지면 평균 100여 개 생산된다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할 줄 아는 것이 당구밖에 없었고 생활비도 당구장 아르바이트하면서 벌었습니다. 그러다가 쓰러져가는 당구장을 위탁 운영하게 되면서 돈을 벌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당구장을 차리고 당구장 사업을 하게 됐습니다.”
나 대표는 당구선수이기도 하지만 한때 국가대표였다. 프로당구인 가운데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처음으로 빡빡머리를 한 당구 프로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당구선수로 생활하며 30년 동안 사용해온 경험자로 사용자 입장에서 좀 더 좋은 큐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한켠에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나 대표는 “당구선수로 생활하다 보니 당구선수의 경제적 어려움을 잘 안다”며 “그래서‘Fly-Shark’는 당구선수한테 큐대를 제작해주거나 경제적 후원을 하는 형태로 마케팅을 해왔다”고 말했다. 한때, 프로당구 선수인 위마즈 프로를 후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전국대회 규모 위주 당구대회에 메인스폰서로도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구선수와 동호인을 막론하고 믿고 쓸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잡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현재 당구는 오락이나 유흥을 넘어 새로운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당구 관련 전문 TV 채널이 생기고 이에 따른 대기업의 후원이 줄을 잇고 있다. 당구 관련 산업도 갈수록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과거 국내에서 다소 부정적으로 인식되던 당구가 이제는 스포츠의 한 분야로 인정받고 있다.
나 대표는 “스포츠로 변화하는 만큼 이에 대한 제품의 필요성도 늘어날 것”이라며 “앞으로 관련 용품 및 제품의 발전도 급격히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분야가 성장하게 되면 그만큼 고가 장비에 투자하는 기업도 늘어나게 된다. 자연스럽게 당구인은 더 다양한 제품을 원하게 된다.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국내 당구 애호가가 1200만 명이라고 합니다. 이 중 10%인 120만 명이 대대 당구대에서 칩니다. 이들은 주로 개인 큐를 사용하는데 1%의 동호인만 확보해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습니다.“
나 대표는 개인 큐의 경우 내구성 제품이다 보니 오래 사용할 수도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한 5년쯤이면 교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저는 당구선수로서 선수가 만드는 믿을 수 있는 진짜 1등 제품, 당구 큐대로서 차별화하고 최고인 제품을 한번 만들어보겠다는 게 목표입니다.”
“상어는 헤엄쳐야 하는데 ‘Fly-Shark’ 뜻은 상어가 날다는 것 아닙니까. 개념을 바꿔보자는 것입니다.”
그는 당구대 브랜드인 ‘런 웨일’도 고래가 헤엄치는 게 아니라 달려보자는 형식으로 개념을 달리하자는 뜻을 담아 작명했다고 설명했다. 나 대표는 “개념을 달리하자는, 즉 혁신하자는 것”이라며 “당구 큐대 제작에도 혁신을 하기 위해 무척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당구는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핫한 플레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트남이나 콜롬비아, 터키 등 몇몇의 나라들이 당구에 관심을 두고 있다. 당구는 배우기도 어렵고 갈수록 이해하기가 더 힘들어진다. 그래서 요즘 젊은 층들은 예전에 비해 당구를 많이 즐기지 않는다. 다만 50대 이후 중·장년들이 빌리어드 TV나 PBA 협회 출범 후, 각종 대회를 통해 관심을 갖고 당구문화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천문학자가 꿈이었다는 나 대표는 시대의 운이나 동반자 등, 여러 가지가 맞아 떨어져야 좋은 사업가가 될 수 있지만, 마냥 운에 기댈 수 없기에 최선을 다해 내일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업가의 운명이라고 전한다. ‘진인사대천명’을 자신의 사업 좌우명으로 ‘착한 부자’를 꿈꾸는 나연태 대표에게 당구는 인생이란 긴 여행을 함께하는 ‘벗’이자 짊어지고 가야 할 ‘자식’ 같은 존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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