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푸른 생선의 영양을 일상에서 활용하는 법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푸른빛이 도는 길쭉한 몸, 굽기만 해도 기름이 촉촉이 배어 나오는 생선이 있다. 꽁치다. 화려한 횟감도, 비싼 제철 어종도 아니지만, 한때 집집마다 밥상에 자주 올랐던 ‘서민 생선’이다. 그런데 영양학과 예방의학의 시선으로 다시 들여다보면 이 소박한 생선의 가치는 전혀 소박하지 않다.
심혈관 질환, 만성 피로, 성장기 두뇌 발달, 노년기 인지 건강까지 한 번에 챙기고 싶다면, 가장 먼저 식탁에 올려볼 만한 생선이 바로 꽁치다. 값은 부담이 적지만, 건강을 지키는 역할만큼은 이른바 ‘가성비 보양식’라 부를 만하다.
혈관 건강에 최적화된 꽁치의 영양 구조
꽁치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방이다. 겉보기에는 ‘기름진 생선’처럼 느껴지지만, 이 기름의 정체는 혈관을 막는 포화지방이 아니라 오히려 혈관을 보호하는 불포화지방산이다. 대표적인 것이 오메가3 지방산인 DHA와 EPA이다.
이 두 성분은 혈액 속에서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HDL 콜레스테롤을 늘리고, 과도한 지방 성분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것을 돕는다. 혈액이 지나치게 끈적해지지 않도록 조절해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불포화지방산 특유의 낮은 융점 덕분에 체온에서도 굳지 않고 부드럽게 흐르기 때문에, 혈관 안에서 혈전이 생길 가능성을 줄여준다.
꽁치의 강점은 이 좋은 지방과 양질의 단백질이 한 마리 안에 동시에 들어 있다는 점이다. 단백질은 몸의 기본 구조를 이루는 재료이고, 오메가3는 그 구조가 건강하게 기능하도록 돕는 조율자 역할을 한다. 피로가 쉽게 쌓이거나, 가족 중에 고혈압·고지혈증 이력이 있다면 육류 위주의 식단에서 일부를 꽁치 같은 등푸른 생선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혈관 건강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성장기부터 노년까지, 온 가족이 나눠 먹을 수 있는 생선
꽁치는 성장기 아이들부터 중장년, 노년층까지 함께 먹을 수 있는 ‘공용 보양식’에 가깝다. 먼저 두뇌 건강 측면에서 보면, 꽁치에 풍부한 DHA는 뇌세포막을 구성하는 핵심 성분으로 기억력과 학습 능력, 집중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장기 어린이·청소년에게는 뇌 발달을 돕는 재료가 되고, 중장년층에게는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방패 역할을 한다.
단백질의 질도 눈여겨볼 만하다. 꽁치 단백질은 필수아미노산을 고르게 포함해 체내 흡수율이 높고, 근육과 면역 세포, 효소를 만드는 데 효율적으로 쓰인다. 트립토판 같은 아미노산은 신경전달물질 합성에 관여해 기분과 수면에도 영향을 미친다. 피로가 쉽게 누적되는 직장인이나, 체력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중장년에게도 꽁치가 권장되는 이유다.
여기에 비타민B군, 비타민A·D, 칼슘과 인, 셀레늄 등 미네랄이 더해져 전신 건강을 뒷받침한다. 비타민B군은 에너지 대사를 돕고 빈혈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며, 비타민A는 눈과 피부를 보호한다. 셀레늄과 핵산은 항산화 작용을 통해 세포 손상을 줄이고, 노화와 성인병을 늦추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반찬 한 가지를 더 올린다’는 수준을 넘어, 온 가족의 영양 구성을 균형 있게 맞춰 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일상 식탁에서 실천하는 꽁치 활용법
꽁치는 조리법이 어렵지 않아 가정에서 활용하기 좋은 식재료다. 구이, 조림, 찜, 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할 수 있는데, 영양을 고려한다면 기름에 과하게 튀기기보다는 굽거나 찌고 끓이는 방식이 더 적합하다. 과도한 고열과 기름은 오메가3 지방산의 일부를 손실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구울 때는 너무 센 불보다 중불에서 천천히 익히는 편이 좋다. 껍질이 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속까지 고르게 익히면 지방의 고소함은 살리고, 지방 산화는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마늘, 양파, 대파, 생강 등과 함께 조리하면 비린 향을 줄이고 항산화 효과를 더할 수 있다. 깻잎, 채소와 함께 곁들이면 산성 식품인 생선을 알칼리성 식품과 균형 있게 섭취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몇 가지 주의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첫째, 통풍이 있거나 요산 수치가 높은 사람은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꽁치에는 퓨린이 적지 않게 들어 있어 과도한 섭취 시 통풍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열량 자체가 아주 낮은 편은 아니므로(조리 방식에 따라 100g당 200~300kcal 안팎) 체중 조절 중이라면 다른 반찬과의 균형을 고려해 양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선한 꽁치를 고르는 요령도 어렵지 않다. 몸빛이 은은하게 밝고, 눈이 맑고 투명하며, 손으로 살짝 눌렀을 때 탱탱하게 되돌아오는 것이 좋은 상태다. 꼬리 부분이 선명한 노란빛을 띠는 것도 신선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값은 서민적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꽁치는 결코 평범한 생선이 아니다. 혈관을 지키는 지방, 두뇌와 근육을 돕는 단백질, 피로와 노화를 늦추는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까지, 우리가 건강을 위해 일부러 챙겨 먹어야 할 요소들 대부분을 한 몸에 담고 있다.
식탁 위의 선택이 곧 가족의 컨디션과 병력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거창한 보양식을 찾기 전에, 장바구니에 꽁치 한 줄만 더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부담 없는 가격으로 혈관과 뇌, 전신 건강을 함께 돌볼 수 있는 현실적인 해답이 바로 이 등푸른 생선 한 마리 안에 들어 있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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