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 설날 하면 떠오르는 풍경은 시끌벅적함이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윷을 던지고, 마을 사람들이 모여 줄다리기를 하며, 아이들은 연을 날리느라 들판을 뛰어다녔다. 설은 개인의 명절이 아니라 공동체의 축제였다. 하지만 2026년, 1인 가구의 증가와 개인주의의 확산은 이 풍경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 전하는 다채로운 공동체 놀이 문화와 쿡앤셰프가 포착한 현대의 '혼웰(나홀로 웰니스)' 트렌드를 통해, 설날을 즐기는 방식이 '함께'에서 '따로 또 같이'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조명한다. |
열두 띠 동물의 날과 금기: 공동체의 약속
[Cook&Chef = 이경엽 기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우리 조상들은 설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이어지는 기간을 신성한 축제로 여겼다. 특히 정초의 십이지일(十二支日)에는 날마다 다른 금기와 풍속이 있었다. 예를 들어 첫 쥐날(상자일)에는 쥐가 곡식을 축낼까 봐 바느질을 삼갔고, 첫 호랑이날(상인일)에는 남의 집에 가서 대소변을 보면 호랑이에게 잡혀간다는 속신 때문에 외출을 자제했다.
이러한 금기들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었다. 농경 사회라는 거대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사회적 약속이자 규범이었다. 김정숙 교수의 저서에 언급된 '복조리 달기'나 '널뛰기' 역시 마찬가지다. 복조리를 사서 걸어두며 집안의 화목을 빌고, 담장 밖 세상을 보기 위해 널을 뛰던 여인들의 모습은 개인의 욕망을 공동체의 틀 안에서 해소하려는 지혜였다.
액을 날리고 복을 부르다: 놀이의 사회학
설날의 놀이는 단순한 유희가 아니었다. 윷놀이는 윷점(占)을 통해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제의적 성격을 띠었다. 연날리기 역시 섣달 그믐부터 대보름까지 즐기다가, 보름날 연에 '송액영복(送厄迎福)'이라는 글귀를 써서 날려 보냄으로써 액운을 멀리 떠나보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줄다리기나 고싸움, 횃불싸움 같은 대보름 놀이가 풍요를 기원하고 예축하는 집단 의례였음을 강조한다.
김정숙 교수는 고려 말 문신 원송수의 시를 인용해 '게으름 팔기'라는 독특한 풍습도 소개한다. 새해에는 부지런히 일하겠다는 다짐을 놀이로 승화시킨 것이다. 이처럼 과거의 설날은 개인의 안녕뿐만 아니라 마을 공동체의 안녕과 풍요를 함께 기원하는 거대한 화합의 장이었다.
'혼웰식'과 '구내식당의 진화': 흩어지는 개인, 데이터로 뭉치다
그러나 현대 사회로 오면서 '마을'은 해체되었고, 그 자리를 '개인'과 '데이터'가 채우고 있다. 최근 설 명절 트렌드의 핵심은 '혼웰식'이다. 혼자서 웰빙(Well-being) 식사를 즐긴다는 뜻의 이 신조어는, 북적이는 고향 방문 대신 오롯이 자신만의 휴식과 건강을 챙기려는 현대인들의 욕구를 반영한다.
CJ제일제당의 'Daily Wellness', 편의점 CU의 '더건강 간편식' 시리즈의 흥행은 이러한 변화를 방증한다. 사조대림이 1~2인 가구를 겨냥해 출시한 닭가슴살 제품들이 명절 대목에 팔려나가는 현상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과거의 '백가반(百家飯, 백 집의 밥을 나눠 먹어야 좋다)' 풍습이 이웃과의 물리적 나눔을 의미했다면, 현대의 나눔은 SNS를 통해 서로의 건강 식단을 공유하고 인증하는 디지털 형태의 나눔으로 변모했다.
더 나아가 기업의 구내식당은 과거 마을회관의 역할을 대체하며 '건강 관리 센터'로 진화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의 '그리팅 오피스'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 영양사가 상주하며 체성분 검사 결과에 따라 개인 맞춤형 식단을 제공하는 이곳에서, 직장인들은 더 이상 '한 끼 때우는' 식사가 아닌 '데이터 기반의 건강 관리'를 경험한다.
결론: 형태는 달라도 '복(福)'을 향한 마음은 하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 기록한 정월의 다채로운 세시풍속들은 많이 사라지거나 박물관의 전시물이 되었다. 쥐불놀이의 불꽃은 도심의 네온사인으로 바뀌었고, 줄다리기의 함성은 헬스장의 기구 소리로 대체되었다.
하지만 김정숙 교수가 "어제까지의 나를 덮어두고 하얀 여백의 시간을 여는 것"이라고 설을 정의했듯, 우리는 여전히 설날을 통해 리셋(Reset)을 꿈꾼다. 과거 조상들이 마을 어귀에 모여 풍년을 기원했다면, 현대인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혹은 스마트한 구내식당에서 자신의 건강과 '갓생(God+生)'을 기원한다.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던 밧줄은 사라졌지만, 그 대신 건강과 행복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우리를 느슨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연결하고 있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은 바로 더 나은 내일을 향한 인간의 본능적인 희망일 것이다. 이번 설, 당신의 '복'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Cook&Chef /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저작권자ⓒ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