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quor
고향을 그리는 옛 이야기의 동반자
막걸리의 추억
변산 시인이라 불리는 농사꾼이자 작가인 박형진은 모항막걸리집의 안주는 사람 씹는 맛이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 모항에 가면 들머리에 막걸리집이 있다. 동네 밖으로 출타를 하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든 반드시 거치게 되는 막걸리 집은 항시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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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Chef 장상옥 기자] 농촌에서 막걸리는 뱃심을 든든하게 해주고 목청을 훤히 뚫어주는 최고의 음료이다. 오고가며 들르는 막걸리 집에서 사람들은 텁텁한 농주 한 사발에 꼬인 속내를 풀어버리고 알큰하게 취기가 오르면 속엣 말을 하거나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술자리의 여흥을 돋우는 것은 무엇보다도 사람 사는 이야기임에랴. 사람들이 안주 삼아 술자리에서 나누는 사람들 이야기 속에는 그러나 ‘징헌’ 무언가가 흐른다. 박형진의 산문집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그렇게 농촌의 사내들이 막걸리 집에서 나눔직한 ‘징헌’ 인생살이의 단면들이다. 그러기에 변산의 농군시인 박형진은 막걸리를 구수한 농사꾼의 입심으로 듣는 쫀득쫀득한 사람의 맛이라고 했나보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막걸리가 시작되었을까?
옛 부터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우리나라 전통주인 막걸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술이다. 막걸리라는 이름은 막 거른 술이라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탁주, 회주, 백주, 합주, 탁배기, 농주, 이화주, 부의주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그만큼 막걸리는 분명 우리 전통의 술이라는 의미다. 우리들이야 유래나 의미보다도 그저 막걸리를 즐기면 되는 것이다.
미인(美人)은 막걸리를 좋아해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가 낮고 영양분이 많아 인체에 부담을 주지 않고 건강에 유익하다. 사람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영양소를 고루 갖추고 있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판매하는 일반 멸균막걸리에 비해 최근 유행하는 생막걸리는 효모가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효모는 술을 만들게 할 뿐 아니라 건강증진에도 큰 도움을 준다. 혈청 속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게 하고, 막걸리 속에 있는 타굿 효모의 대사물 중에는 항생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효모에 들어있는 아미노산, 비타민, 무기질 등이 젊음을 유지하고 장수를 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고 한다. 또한 생막걸리에는 단백질과 비타민B 복합제가 함유되어 있어 피부미용에 좋으며 상쾌한 맛이 입맛을 돋우고 소화를 도와준다. 미인은 석류만 좋아하는 게 아니었나보다.
추억 속, 아버지와 막걸리
어린 시절, 비가 내리면 아버지는 주전자를 내어주면 막걸리 한 통을 받아오라고 심부름을 시키곤 하셨다. 나무 문살 유리창엔 안주일절이라고 빨간 페인트로 써놓았던 동네어귀 작은 대폿집은 간판도 없고 예산 댁만이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인물 곱던 예산 댁은 예의 반쯤 취한 듯 한 눈으로 막걸리를 한주전자 가득 담아주면 나는 돌아오는 길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한 모금씩 몰래 들이키곤 했었다. 냉장고에 넣어둔 서울 장수 생막걸리 한 통을 따서 사발에 가득 부어 들이켜 본다. 국내 유일하게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도 살 수 있다는 효모가 살아있는 장수 생막걸리 한 잔에 이제는 내 추억 속에 사라진 막걸리 집과 풍경들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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