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호텔농심 한정식 ‘내당’총주방장
CHEF STORY
생활의 속도를 늦추고, 행복의 절정을 높이는 한식
호텔농심 한정식 ‘내당’ 강도균 Chef
덜 피곤하고 더 건강하게 사는 것이 ‘다운시프팅(downshifting)’이다. 더 건강하게 사는 것만이 행복이며, 가장 격조 높은 삶일 것이다. 호텔농심 한정식의 ‘내당’은 그런 격조를 표방한다. 과중한 일, 과다한 스트레스를 피하고 생활의 속도를 늦추면서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보상을 추구하는 가치관이 확대되는, 소위 다운시프트족이 점차 늘어가는 현대적 감각에 딱 맞는 한식의 절정을 보여준다.
[Cook&Chef 장상옥 기자] 강도균 셰프는 사랑하는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즐겁고 행복해지는 길을 안내하는 한식의 중심에 선 한식의 자기애를 닮았다. 인간은 생물학적인 본능에 의거하여 자신의 천생연분을 찾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고 한다. 친밀하고 동등한 인적 관계와 환경적 요소 사이에서 인간은 비로소 행복의 요소를 채우기 마련이다. 애정의 관계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사람이 호르몬의 균형을 잘 이루고 더 건강하다는 보고가 있다. 우리 몸에 가장 적절한, 그야말로 천생연분인 한식, 이제는 세계의 천생연분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호음호식(好音好食, 좋은 소리와 깊은 맛이 조우한다)’이라는 주제로 '국악 디너'를 마련하고, 막걸리 샴페인, 막걸리 칵테일, 한과를 응용한 한식 카나페로 리셉션 등의 성공적인 이벤트를 선보인 농심호텔 한정식 ‘내당’이 표방하는 맛은 무엇이고, 그 특징은 무엇인가요?
농심 그룹이 식품에 관계되어 있다 보니 농심 그룹과 같은 궤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 지향점은 단적으로 말하자면 건강입니다. 그룹 차원에서 먹거리나 장수식품을 선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건강을 표방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약선 요리를 3년 정도 하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식재료부터 인체에 관련된 건강학까지 맛을 결정하는 모든 시스템이 건강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건강한 맛, 아늑한 분위기, 그리고 행복한 만남이 ‘내당’의 특징입니다. 40년 동안 입소문으로 쌓아올린 ‘내당’의 명성은 부산을 넘어 외국관광객에게까지도 많이 알려지고 있습니다.
30년 경력의 한식 요리 대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셰프께서 직접 마련한 24절기 중 백로에 어울리는 궁중 한식 풀코스와 감와인 등은 장안에 화제가 되었습니다. 30년 동안 한결같이 한식의 길을 걷고 있는데 한식에 입문하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소위 두메산골에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연 산지에서 나오는 식재료들과 친숙했고, 막연하게 자연이 준 선물을 활용하여 사람에게 보탬이 되는 직업을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스무 살 초반에 제 운명을 결정지은 멘토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를 본격적으로 조리사의 길로 이끌어주신 조석환 선생님이 “너의 10년 후에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를 질문하게 되었고, 한참동안 고민했습니다. 그 고민으로 이십대 초반을 보내던 어느 날, 어느 순간에 길이 열렸습니다. ’88올림픽 때 궁중음식 전문점에서 외국 귀빈을 맞이하는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이 한식을 화두로 올려놓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그 시기에 많은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고, 성공에 대한 강한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한식이 ’88올림픽을 거쳐 제대로 평가받고, 문화로 확산되면서 더없는 자부심과 자신감을 느꼈습니다. 한식과 함께 살아온 30년 인생, 인생에서 낙오하지 않게 화두를 주고, 그 화두를 오랫동안 고민하면서 제 몸처럼 제 곁에 두게 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한식의 세계화의 길목에 가장 큰 한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다들 잘 아는 부분이지만 한식과 서양음식을 비교하면 기록, 즉 유산의 측면이 가장 큰 차이를 나타냅니다. 서양음식이 기록이 잘 돼 있고, 유산으로 잘 보존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에 반해 한식은 기록이 거의 없습니다. 사적인 문헌, 인간문화재께서 남기는 구전 등의 단편적인 기록과 연구가 보존되어 있을 뿐입니다. 지금은 디지털과 매스미디어의 발달, 한국의 국격 향상, 그리고 국민적으로 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서 많이 보완이 되었지만 제가 한식을 배우던 시절만 해도 어깨 너머로 배웠습니다. 과학적인 접근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개량화되어서 한식이 세계화의 물꼬를 트고 있지만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본질적으로 한식이 좀 더 세계화에 가까워지고, 융합적으로 문화를 이끌려면 실질적인 자료와 연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한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이나 비전도 가지고 계실 듯합니다.
저는 음식 재료로 삼으려고 밤을 채로 썰 때도 숫자를 셉니다. 습관이 되다 보면 자연적으로 머릿속에 남겨 됩니다. 요즘 ‘혁신’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있는 그대로의 것을 다 지우지 않는 이상에는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제대로 된 혁신이 아니지요. 한식이 발전지향적으로 미래를 선도하고, 문화의 중심에 서려면 무조건적인 혁신에 기댈 것이 아니라 본래의 것을 존중하고, 그 본래의 것을 습관으로 익힌 뒤에 그 안에서 서서히 혁신과 창조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생각을 하는 사람과 주어진 것만 하는 사람의 결과는 미래에 갈라지겠지요. 주어진 것을 하면서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창조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혁신성이 가미되어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고 봅니다.
한식이 세계화를 어떻게 선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음식이 발전하려면 맛이 있어야 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료의 개량화입니다. 그것은 곧 인류의 발전과 진화에 맞닿아 있다고 확신합니다. 세계화가 되려면 인류에 기여를 하지 않고서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한식이 인류의 건강과 맛이라는 문화에 기여하려면 외국인도 쉽게 접근하도록 자료의 정리와 보존이 잘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것으로 한식의 전통성과 미래가 시작해야 합니다. 맛 이전에 과학적인 개량화가 잘 되어 있어야 한식이 세계화, 나아가 인류에 공헌하게 되리라 믿습니다. 인류를 진화시키는 한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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