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셰프라는 이름에 대한 나의 생각

[Cook&Chef 김준호 칼럼니스트] 내가 셰프라는 직업을 가지고 지금까지 24년이라는 새월이 흘렀다. 처음에 나는 '셰프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생활 속에서 늘 음식과 조리에 대한 생각을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한식을 시작했지만 한식이 종주국인 한국의 호텔에 한식을 하는 곳은 몇 안되어 어찌하여 중식조리사가 되었지만, 중식의 매력에 빠져 진짜 중국음식을 잘하는 셰프가 되고 싶어서 이것 저것 보이는 데로 닥치는 데로 중식과 관련해서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생활을 했다. 이론부터 실습까지 중국음식의 왕도는 그 넓은 땅만큼이나 세계 속에 퍼져있는 중식요리사만큼이나 깊고 넓어서 찾아낼 수 없었다.

나는 아직도 중국음식의 이론과 실제에 허덕이는 조리입문자라는 생각으로 늘 음식을 대한다. 한때는 중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지금도 나와 가장 친한 친구와 유학을 가려고 한 적도 있다. 결론은 가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내가 그 친구보다 용기가 부족했던 것 같다. 그 친구는 지금 대학교수가 되었고, 많은 제자들을 배출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현장에서 조리장이라는 직책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유학을 가지 않았다고 후회하지는 않는다. 지금도 많은 유학파(외국에서 조리를 한...)셰프들이 방송과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떠난다고 해서 꼭 외국에서의 경력(흔히들 말하는 스펙)이 있어야만 훌륭한 셰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떠나지 않아도 내가 사는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역량을 펼치는 나는 그 나름 데로의 셰프이다.

'나는 셰프라고 불리고 싶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셰프라고 불리 우고 싶어졌다. 방송에서 시작한 스타셰프라는 이름과 최근에는 그런 비슷한 느낌의 다양한 셰프들이 활동하고 있고 열린 공간 속에서는 더 많은 유명한 셰프들의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다. 그야말로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많은 것을 갖추고 있는 분들이다. 그러나 나는 작금의 현실이 조금 다르게 읽혀지기를 바라며 많은 후배 조리사들 또한 이러한 현실의 단면이 다양성의 한 부분으로 바라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솔직히 SNS에서의 소통을 한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러한 소통은 도움도 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쁜 악재가 되기도 하기에 스스로에게 많은 검증을 하고 책임감 있는 진실을 담아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래서 많이 조심스러웠다. 물론 자유롭고 편한 소통에 대해서는 환영하지만, 각종 매체나 SNS의 가장 나쁜 영향은 눈에 보이기 편한, 아름답게 포장된 모습의 셰프에게만 시선이 고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송에서 다루지 않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셰프들이 있고, 내가 서 있는 지금이 있기까지 수많은 훌륭한 셰프들이 있어왔다. 나는 그들이 지금 셰프로서의 삶을 살고 있던 그렇지 않던 과거에 왕성한 활동을 하던 그 때의 모습을 재조명하고 또 후배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우리들의 가능성과 삶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셰프인가?'
내가 한 사람의 셰프로서 나의 음식과 철학을 말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공간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테면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나의 음식을 디자인하고 대중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소통을 할 수 있다면 나는 셰프이다. 주방에서 일하는 많은 셰프들이 스스로를 자유롭게 말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유로와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 생각하고 자신이 디자인한 음식이 판매되어져도 주방장 밑의 많은 셰프들 중 한 사람이라면 그것은 온전히 자신의 철학을 말할 수 있는 셰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공간에서는 자신을 말하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대문에 셰프는 자신을 말할 수 있는 공간(자신을 말할 수 있는 장소나 모임등,,,)을 만들어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개선해 나갈 수 있는 동기부여를 계속 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떳떳한 셰프의 이름을 짊어지고 음식을 디자인하는 자유로운 영혼이어야 한다.

'나는 셰프이다.'
우리시대에 아주 많은 셰프들이 있다. 무엇을 만들던 음식을 만들어 그것을 토대로 살아가는 이 시대 모든 셰프들! 그들의 삶 하나하나가 소중한 것이다. 어떤 셰프가 위대하고, 어떤 셰프가 대단하고, 어떤 셰프가 존경 받아야 한다고 하기보다는 그저 ‘나는 셰프이다.’라고 하는 스스로의 믿음의 접시 하나를 가슴 한가운데 깔아두고 자신이 선택한 음식에 창조라는 양념을 더하고 열정이라는 향신료를 더해서 꾸준히 성찰 해 나간다면 나는 오늘 행복한 셰프가 아닌가 생각 해 본다.
ps.
이제 2020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 대한민국과 세계의 모든 셰프들이 힘찬 새해를 맞이하시기를 바랍며 2021년에 더 활기차고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 뵙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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