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나주시 동수농공단지에 자리 잡고 있는 한원푸드시스템(주)으로 이번 새로 설립될 (사)한국외식미래연구원 원장으로 취임하는 구본길 셰프를 만나러 내려갔다. 서울에서 단숨에 내려온 것 같은데 3시간을 넘게 달려온 짧지 않은 이곳은 공장지대라고 하기에는 녹지 속의 휴양지 같았다. 스위스의 공장들처럼 녹지대에 위치해 있어 마치 별장에 온 느낌이다. 공장지대라면 매연에 삭막한 건물만 즐비할 것 같은 선입견을 여지없이 깬 한원푸드시스템(주)에 연구실에서 요리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는 구본길 셰프의 모습은 마치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어색하지 않았다.
writer _이하림 기자 /photo _조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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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리재능을 사회에 환원해야 할 시기’
(사)한국외식미래연구원장 구본길 셰프
전남 나주에 위치한 이곳 동수농공단지는 공기 맑고 조용한 곳이다. 3,000평 규모의 대지에 1,000여 평의 공장동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그 안에 연구소와 기숙사가 있어 구본길 셰프는 일주일에 이틀간 이곳에서 새로운 요리개발 및 레시피를 연구를 하고 있다. 서울에서 4시간 정도 이동시간을 활용해 여러 가지 요리개발에 대한 구상도 하고 사방의 풍경을 보며 자신을 힐링하고 있다는 그의 얼굴에서 여유 있는 모습이 비추어졌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안양 작업실에서 나만의 요리를 개발하고, 수요일과 목요일은 이곳 나주로 내려와 회사제품 소스 및 상품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소스와 고기의 밀접한 관계를 연구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해 오던 것이지만 하면 할수록 깊이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100인이면 100인의 맛이 다 다르듯 요리는 정말 어렵습니다. 과정 과정에 정성이 들어가야 하고 원초적인 문제이지만 전문 조리사로서 음식에 대한 사회적 도덕성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30년이 훌쩍 지난 요리경력인데 요리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말하는 구본길 셰프는 한화 63 레스토랑에 근무할 당시 금메달을 딴 이후에 10여 년간 CJ홈쇼핑에서 방송을 통해 요리를 해왔고 갈비를 온라인에서 팔았었다. 그때의 일들을 떠올리며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으로 말을 이어갔다.
“처음 시작할 때의 생각은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품질의 요리를 대중들에게 보급하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진행 과정에 현실적인 문제로 벽에 부딪히는 일들이 많았고, 대기업의 계산법과 상반되는 일들이 일어나 좋은 취지로 생각했던 처음의 뜻과 많이 어긋나게 되었습니다. 맛에서도 대량생산을 하다 보니 생각대로 품질이 나오지 않고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이후 이일을 놓고 3~4년간 후학 양성에만 열중하다가 이번 (주)한원푸드시스템이 요청으로 다시 한번 도전을 하게 됐습니다. (주)한원푸드시스템는 식품 육가공을 전문으로 하는 곳인데 목우촌 고기와, 불고기부라더스의 제품을 제작해서 팔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구본길 표’ 제품을 기획했고 현재 시식회를 거쳐 홈쇼핑 방송을 통해 본격적인 제품판매를 시작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나이 60이면 인생 2모작을 준비해야 할 시기에 구본길 셰프의 (주)한원푸드시스템에서의 시작은 그 의미가 깊다. 그동안 그가 쌓아왔던 요리의 지식을 결산해 볼 시기가 온 것이다. 나름대로 시행착오라 생각했던 지난날들의 기록 모두가 지금의 밑거름이라 생각한다는 그는, 지난날 시행착오의 큰 부담을 갖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입장에서 좀 더 양심적이고 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자 (주)한원푸드시스템 경영진들과 많은 회의를 통해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적으로나 아니면 저의 달란트가 필요한 곳이 있으면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저도 나이가 들고 남의 도움을 받고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 시대를 살며 작은 밀알이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예전 고려전문학교 학생들에게 항상 미래의 꿈은 서로가 베풀 수 있는 사회를 만들라고 가르쳐 왔습니다. 요리는 양심적이고, 정직하게 만들어야 하고 ‘손맛’이라는 것은 조리사 손의 온도와 감정 등으로 달라집니다. 아름다운 것을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요리를 하는 조리사의 손맛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가 탄생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외국에 나가보니 직업을 프리랜서로 하며 자유롭게 지내는 셰프들이 많이 있는 것을 보니 좋아 보였습니다. 저의 정년은 죽음이 다가오는 날이 저의 정년이라 생각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육체적으로도 건강이 받쳐주고 있어 앞으로도 10년 이상은 현장에서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주위에서는 개인 레스토랑을 하나 여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도 있으나 그런 생각은 비웠습니다. 19년간을 근무한 63 레스토랑에서 소사장 제도로 경영을 한 경험을 비추어 보면 조리사는 식재료의 원가, 인건비, 임대료 등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알면서 근무해야 진정한 조리사가 됩니다. 후배 조리사들에게도 늘 하는 얘기입니다만 한국의 조리 교육은 주입식이라 단편적인 사고방식으로 배우고 있는 조리사들이 안타깝습니다. 저는 요리를 배우는 처음부터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주인의식으로 요리를 하라고 가르칩니다. 자기 스스로 모든 것을 깨우치는 되는 자율식 교육방법을 후배들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구본길 셰프의 궁극적인 목적은 그가 갖고있는 달란트를 이제는 사회에 환원해야 할 때가 왔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의 달란트가 자신의 제2의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곳을 밝게 비치는 등불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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