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ok&Chef = 이경엽 기자] ‘약이 아닌 음식으로서의 인삼’. 금산군이 인삼 소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오는 8월 9일, 충청남도 금산군 인삼약초건강관에서 열리는 ‘2025 전국 인삼음식경진대회’는 어린이가 좋아할 수 있는 건강하고 창의적인 인삼음식을 주제로 전국 참가자를 모집한다.
보건성, 기호성, 조리의 대중성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인삼’을 요리로 풀어보겠다는 취지다.
이번 경진대회는 제43회 금산세계인삼축제(2025. 9. 19~28)의 사전 붐업 행사로 기획됐다.
축제 주제인 “애들아, 사랑한다!”에 발맞춰, 어린이와 가족 단위 참가자가 중심이 되는 대회를 통해 가정에서의 인삼 접근성 확대, 어린이 식습관 개선, 인삼의 식문화적 확장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약’ 아닌 ‘맛’으로…금산군의 전략적 전환
금산군은 그동안 인삼 산업을 건강기능식품, 가공품, 약재 중심으로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수요층의 고령화, 한정된 소비처, 과잉 재고 문제 등으로 인삼 산업의 성장세는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인삼의 새로운 소비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그 해답 중 하나로 ‘인삼 음식’이 주목받고 있다.
박범인 금산군수는 “금산군은 창의적이고 손쉬운 인삼음식 대중화를 통한 인삼 소비 촉진을 위해 전국 인삼음식경연대회를 개최한다”며, “이번 대회는 '애들아, 사랑한다!'라는 금산세계인삼축제의 주제에 맞춰 어린이가 좋아하는 건강한 인삼음식을 발굴하고자 마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특히 인삼을 약이 아닌 음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소비층 확대와 산업 연계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인삼, 무엇이 다를까?
이번 대회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어린이 기호성’이다. 금산군 농업기술센터 박우정 치유농업팀장은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인삼은 대체로 어른이 먹는 약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이번 대회는 초등학생 이상 어린이들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인삼음식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어렸을 때부터 인삼을 약이 아닌 ‘익숙한 음식’으로 인식하게 되면, 성인이 되었을 때에도 인삼에 대한 접근성이 자연스럽게 확장될 것”이라며 ‘생활 속 인삼 식문화 정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참가 자격, 방식, 혜택까지…누구나 도전 가능
경진대회는 7월 7일부터 21일까지 참가자를 모집하며, 만 13세 이상 내국인·외국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가 방식은 2인 1팀 구성이며, 외국인·가족 구성 팀에게는 가산점이 부여된다. 금산군은 이를 통해 가족 중심 체험형 참여 유도와 함께, 다문화적 인삼 레시피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1차 서류심사를 통해 본선 진출 12팀이 선정되며, 본선은 8월 9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다. 본선은 인삼의 주제 적합도, 창의성, 조리 용이성, 맛의 완성도, 어린이 기호성 등을 중심으로 평가된다. 심사는 외식·조리 분야 교수진을 중심으로 한 전문가 위원회가 맡는다.
시상 규모는 총 730만 원으로, 대상 1팀에는 200만 원, 최우수상 2팀 각 100만 원, 우수상 3팀 각 50만 원, 장려상 6팀 각 30만 원이 수여된다. 뿐만 아니라 대상 및 최우수상 수상팀 3개 팀은 9월 개최되는 ‘K-인삼 푸드쇼’에 초청, 금산세계인삼축제 현장에서 시연 및 음식 전시 기회를 제공받는다.
“레시피는 금산의 자산”…음식 콘텐츠로 남긴다
이번 경연대회의 모든 출품작은 금산군에 저작권이 귀속되며, 향후 레시피북, 영상, 전시 등 홍보 콘텐츠로 활용된다. 박우정 팀장은 “경진대회 결과물은 단순 전시용이 아니라, 인삼 소비 대중화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콘텐츠화할 계획”이라며 “군 차원에서도 우수 레시피의 상품화, 외식 창업 연계 등의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대회는 단발성 행사가 아닌, 금산 인삼 산업의 새로운 소비모델을 실험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인삼 퓨전 도시락’, ‘어린이용 인삼 간식’, ‘청년 창업형 인삼 푸드트럭’ 등의 응용사업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가족·청소년·전문가 모두를 위한 열린 무대
금산군은 이번 대회를 단순한 요리 경연을 넘어, 가족과 청소년, 전문가가 함께하는 인삼 문화의 실험장으로 기획하고 있다. 가산점 기준을 통해 가족 단위 참가를 독려하고, 청소년 참가도 가능하게 문턱을 낮췄다. 이는 인삼을 ‘가정의 음식’으로 끌어내려는 전략이자, 어린 세대와의 문화적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다.
박 팀장은 “어린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요리를 준비하고, 인삼을 재료로 다루는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친숙함을 느끼게 하고 싶다”며 “참가자들의 레벨이 높을수록 좋지만, 요리경험보다 더 중요한 건 인삼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인삼, 약초에서 일상으로
이번 대회는 산업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인삼은 한국을 대표하는 약초이자 수출 전략 품목이지만, 소비의 일상화와 식문화 내재화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어린 세대를 중심으로 한 수요 창출은 미래 소비 기반을 넓히는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금산군의 ‘어린이 기호성’ 중심 경연대회는 단순한 축제 연계 프로그램을 넘어, 인삼 산업의 방향 전환을 위한 문화적 투자로 평가할 수 있다. 군은 향후 이 대회를 정례화하고, 인삼음식 관련 창업·교육·관광 콘텐츠로 확장하는 구상도 염두에 두고 있다.
금산군은 지금, ‘먹는 약’이 아닌 ‘즐기는 음식’으로 인삼의 이미지를 바꾸고자 한다. 그 첫걸음은 인삼을 가장 멀게 느꼈던 존재, 어린이의 식탁에 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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