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뜨끈한 국물에 입에 착 감기는 쫄깃한 면발이 당길 때가 있다. 겨울철 칼국수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자 몸을 녹여주는 대표적인 메뉴다.
서울 서초구 양재역 인근에 위치한 4층 규모의 건물에 많은 이가 찾아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화려한 간판보다 “칼국수로 건물을 올렸다”는 말이 먼저 떠오르는 곳, 임병주 산동칼국수다. 임병주 씨가 자신의 이름과 고향(전남 구례 산동)을 걸고 1988년 테이블 7개로 시작해 30년 넘는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고, 2017년부터 2025년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미쉐린 빕구르망에 이름을 올렸다.
시원한 바지락 국물과 쫄깃한 면발로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칼국수 맛집’이다. 미쉐린 가이드는 “직접 반죽한 면, 시원한 조개 국물, 꾸준히 유지되는 맛”을 선정 이유로 꼽는다.
시원한 바지락 국물에 쫄깃한 면, 매콤한 김치까지
임병주 산동칼국수의 대표 메뉴는 단연 산동칼국수다. 이 집이 쌓아온 명성의 핵심은 바지락을 기반으로 한 국물이다.
해감이 잘된 바지락을 아낌없이 넣어 끓여내기 때문에 조개의 감칠맛이 선명하고, 끝맛은 개운하다. 국물은 맑은 조개탕 스타일이 아니라 칼국수 면 전분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약간의 점성이 있는 뽀얀 국물이다. 청양고추를 더하면 칼칼함이 살아나고, 취향에 따라 테이블의 다진 고추 양념으로 매운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면은 투박하지만 존재감이 확실하다. 매일 아침 반죽을 직접 치대고 썰기 때문에 면의 굵기가 일정하지 않다. 대신 식감은 뚜렷하다. 탄력 있고 쫄깃해 끝까지 불지 않고 씹는 맛이 살아 있다.
칼국수 맛을 완성하는 김치도 빼놓을 수 없다. 물고추를 갈아 직접 담그는데 단맛은 배추 본연의 맛에서 나오며, 양념이 과하지 않아 국물과 잘 맞는다. 서울의 또 다른 유명 칼국수집 명동교자처럼 마늘향이 강한 편은 아니다. 대신 적당한 매운맛과 깔끔함이 있어 칼국수 국물과 잘 맞는다.
칼국수 외 ‘평양 왕만두·보쌈·콩국수’도 인기 만점
칼국수와 함께 많이 주문하는 메뉴가 평양식 왕만두다. 만두피는 얇지만 쉽게 찢어지지 않고, 속은 고기 비율이 높아 심심한 듯 담백한 맛이 살아 있다. 크기가 큼지막해 반으로 갈라 고추 간장을 올리면 매콤하면서 간간하게 먹을 수 있다. 보쌈도 인기 메뉴에 속한다. 고기 잡내가 없고 살코기가 많은 편이라 담백하게 먹기 좋다는 반응이 많다.
여름이 되면 등장하는 계절메뉴 콩국수는 오히려 칼국수보다 더 인기가 많기도 하다. 국산콩 100%만 사용해 갈아내기 때문에 걸쭉하고 농도가 진하다. 면 역시 직접 반죽해 칼국수보다 얇게 뽑아 콩국물과 잘 어울린다. 이곳의 콩국수를 접한 이후로 다른 곳의 콩국수는 밋밋하게 느껴진다는 고객도 적지 않다.
임병주 산동칼국수는 최근 리모델링으로 신축 건물에 자리를 잡았으며 기존의 협소한 공간 문제를 해결했다. 넓은 좌석과 주차장을 확보하며 이용 편의성을 한층 높였다. 메뉴 구성과 빠른 회전율은 예전과 마찬가지다. 웨이팅이 있는 편이지만 회전율이 빨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미쉐린 가이드는 2025년 선정 레스토랑을 발표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직접 반죽한 쫄깃한 면, 시원하고 깊은 바지락 육수, 꾸준하게 유지되는 품질로 사랑받는 수제 칼국수 전문점. 평양식 왕만두와 콩국수 또한 여전히 좋은 수준을 지키고 있다.”
2017년 이후 9년 연속 빕구르망에 선정됐다는 기록은 국내 면 요리 전문점 중에서도 흔치 않은 성과다. 잘 만든 칼국수 따뜻하게 한 그릇 해보는 것은 어떨까. 화~일요일 오전 11시~오후 9시까지 영업하며 월요일은 정기휴무다.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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