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차 품귀 속 ‘호지차’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
[Cook&Chef = 송채연 기자] 전 세계적으로 말차의 인기가 거세다. 커피 강대국인 호주에서도 말차 라테가 주요 카페의 인기 메뉴로 자리 잡으며 ‘그린 카페인’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음료로 부상했다. SNS에서는 선명한 그린 컬러를 배경으로 한 감성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며 말차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하나의 문화처럼 소비되고 있다. 그러나 이 화려한 흐름 뒤에는 말차가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나오고 있다.
말차 열풍 뒤편의 그림자: 빈혈·피로·탈모 사례까지
최근 미국과 영국 매체들은 “말차를 꾸준히 마시다 머리카락이 빠졌다”는 소비자들의 사례를 잇달아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말차 속 ‘탄닌’에서 찾는다. 탄닌은 체내 철분과 결합해 흡수를 방해하는 성질이 있어, 식물성 철분 식품을 먹은 직후 말차를 함께 마시는 경우 피로감이나 어지럼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빈혈이 있거나 생리량이 많은 여성, 혹은 채식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이 영향이 특히 두드러진다.
말차에 풍부한 카페인 역시 문제를 키울 수 있다. 녹차보다 1.5~2배 높은 카페인 함량은 늦은 오후나 저녁에 마실 경우 불면이나 신경과민을 유발하기 쉽다.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말차 한 잔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해 일시적으로 모발이 더 많이 빠지는 현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말차의 진한 풍미는 항산화 성분이 농축돼 있다는 뜻이기도 한데, 이는 속쓰림·메스꺼움·소화불편처럼 위장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몸 상태가 예민한 날에는 오히려 불편감을 키운다.
전문가들은 “말차가 문제라기보다 섭취하는 방식과 개인의 체질이 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며, 철분 섭취가 필요한 시기에는 비타민 C가 풍부한 음식과 함께 식사하고 말차는 식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마시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말차가 유난히 부담되는 날에는 디카페인 녹차나 위에 부담이 적은 볶은 녹차류로 바꾸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말차 품귀 속 떠오르는 대안: ‘호지차’의 부상
세계적인 말차 수요 증가 속에서 공급망 불안까지 겹치며 ‘말차 품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기후 변화, 인력난, 글로벌 수요 폭증으로 일본산 프리미엄 말차 공급이 흔들리고 있고, 호주·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카페들이 한국산·대만산 말차를 대체재로 들여오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틈을 타 부상한 음료가 바로 ‘호지차(Hojicha)’다. 말차와 같은 녹차잎을 사용하지만 고온에서 볶아 만드는 방식 덕분에 카페인과 카테킨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특유의 고소함과 캐러멜 향이 더해진다. 말차 특유의 풀 향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에게는 오히려 부드럽고 따뜻한 풍미의 호지차 라테가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카페인 부담이 적어 오후 늦게 마시기에도 무리가 없고, 속 쓰림이나 철분 흡수 저하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호주에서는 이미 일부 카페들이 말차와 호지차를 함께 메뉴로 제공하며, 소비자 스스로 ‘그린티 경험’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말차가 하나의 트렌드라면, 호지차는 ‘트렌드를 견딜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는 셈이다.
말차는 분명 뛰어난 항산화 능력과 대사·집중력 향상 효과를 갖춘 건강한 음료다. 그러나 모든 건강 식품이 그렇듯, 적정량과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하다. 전 세계적인 말차 열풍 속에서 이제 필요한 것은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생활 패턴에 맞는 균형을 찾는 일이다. 말차가 부담스럽다면 호지차나 디카페인 차 같은 부드러운 대체 음료도 충분히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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