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껍질까지 ‘버릴 것 없는 생선’…제철에 더 빛나는 이유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아귀는 첫인상이 친절한 생선은 아니다. 넓적한 머리와 유난히 큰 입, 울퉁불퉁한 피부는 식탁의 단정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래서 한때는 그물에 걸려도 상품으로 치지 못하고 바다로 되돌려 보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아귀는 ‘없어서 못 먹는’ 겨울 식재료가 됐다. 이름도, 외모도, 사연도 낯선 생선이 어떻게 계절 밥상의 주연으로 올라섰을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먹어보니 맛이 좋았고, 몸이 먼저 그 효능을 알아챘다.
겨울철 아귀가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담백함의 힘’이다. 흰 살 생선 특유의 단단한 단백질을 품고 있으면서도 지방과 콜레스테롤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 기름진 메뉴가 잦아지는 계절에도 속을 무겁게 만들지 않는다. 밥 한 공기를 비워내는 만족감은 주면서도, 다음 날 컨디션을 깔끔하게 남긴다는 점이 아귀의 장점이다. 체중 관리를 염두에 두는 사람에게도, 단백질 보충이 필요한 성장기 아이나 기력이 떨어진 중장년층에게도 ‘무리 없는 보양’으로 작동한다.
살만 먹는 생선이 아니라, 전체를 쓰는 영양
아귀가 특별한 건 살만이 아니다. 제대로 즐기면 아귀는 부위마다 역할이 다르다. 껍질은 쫄깃한 식감으로 끝나지 않고, 피부를 떠받치는 단백질 성분과 함께 먹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요즘처럼 피부가 쉽게 건조해지는 계절에는 ‘씹는 콜라겐’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순간들이 있다. 찜이나 탕에서 껍질이 흐물흐물해지지 않고 탱글하게 살아있을 때, 아귀는 단순한 해산물이 아니라 ‘식감이 있는 영양’이 된다.
또 하나, 아귀의 위상을 바꿔놓은 부위가 간이다. 부드럽고 고소한 풍미로 ‘바다의 푸아그라’라는 별명을 얻은 아귀간은 오메가-3 계열 지방산과 지용성 비타민이 풍부한 쪽에 가까워, 겨울철 부족해지기 쉬운 영양의 균형을 채우는 데 도움을 준다. 다만 영양이 진한 만큼 누구에게나 ‘많이 먹어도 되는’ 부위는 아니다. 혈중 요산 수치가 높은 편이거나 통풍 위험이 있다면 양을 조절하는 편이 안전하다. 건강식재료의 핵심은 늘 같다. 좋은 것도 ‘내 몸의 조건’ 안에서 먹어야 진짜 약이 된다.
아귀가 ‘겨울의 맛’인 이유
아귀는 단독으로 빛나기보다, 함께 들어가는 재료와 만나며 완성된다. 아귀찜이 유독 사랑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콩나물과 미나리, 무 같은 채소가 들어가면 아귀가 가진 담백함이 선명해지고,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향이 자연스럽게 채워진다. 특히 무는 단백질 분해효소를 가지고 있어 흰살 생선의 소화를 돕는 방향으로 궁합이 맞는다. ‘맛있어서 먹었는데 속이 편하다’는 경험이 반복되면, 식재료는 금세 계절의 대표가 된다.
국물로 즐기는 아귀탕은 또 다른 방식의 건강식이다. 겨울에 몸이 웅크러들수록 사람들은 따뜻한 국물로 순환을 깨운다. 아귀탕은 기름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을 내기 때문에, 해장으로 찾는 이들이 많은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같은 재료라도 찜은 매콤함으로 식욕을 끌어올리고, 탕은 온기로 몸을 풀어준다. 아귀가 ‘겨울 생선’으로 자리 잡는 데는 이 다재다능함이 크게 작용한다.
‘값이 오른 생선’이 아니라, 다시 발견된 식재료
아귀는 어느 날 갑자기 고급 어종이 된 것이 아니다. 손질이 까다롭고 조리법이 낯설던 시절에는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한 지역의 음식문화가 조리법을 만들어내고, 그 맛이 입에서 입으로 번지며 인식이 바뀌었다. 말려서 쓰는 방식부터 찜·탕·수육·불고기까지 확장된 조리법은 아귀를 ‘한 접시의 유행’이 아닌 ‘식재료의 자산’으로 만들었다. 결국 몸값을 올린 건 가격표가 아니라, 사람들의 경험이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한 줄을 덧붙이자. 아귀는 집에서 조리할 때 반드시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기본이다. 내장을 깔끔하게 제거하고, 확실한 열처리로 안전을 먼저 확보해야 효능도 맛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아귀는 결론적으로, ‘잘 먹으면 건강해지는 생선’이다. 고단백 저지방의 살, 활용도 높은 부위, 채소와 만났을 때 완성되는 영양 균형, 그리고 겨울에 더 빛나는 따뜻한 조리법까지. 못생겼다는 이유로 외면받던 생선이 ‘귀하신 몸’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몸은, 유익한 것을 알아보는 데 늘 정확하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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