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우울감 개선엔 오히려 오메가3·비타민B군 섭취가 중요”
[Cook&Chef = 송채연 기자] 비타민C를 ‘기분을 회복시키는 영양제’로 여기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피로 해소와 면역력 강화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데다, 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더해지며 우울감 개선을 위한 섭취가 늘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연구에서는 이러한 통념에 제동을 걸만한 결과가 나왔다. 대규모 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비타민C 섭취와 우울 증상 발생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9만 명 대상 장기 연구 “비타민C, 우울감 낮추지 않아”
강북삼성병원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건강검진을 받은 9만여 명의 성인을 추적 관찰해 식습관과 정신건강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식품 섭취 빈도 조사를 통해 개인별 비타민C 섭취량을 산정하고, 섭취 수준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눠 우울 증상 발생률을 비교했다. 6년 가까운 추적 결과, 비타민C를 많이 섭취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우울 증상이 적게 나타나는 경향은 없었다. 보충제 형태로 섭취한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연구를 이끈 박성근 교수는 “비타민C는 항산화 작용을 통해 신체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정신건강 향상을 위한 직접적 근거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영양소가 기분이나 정서를 단독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단정 짓는 것은 과학적으로 위험한 접근”이라며 “정신건강은 식습관,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신경정신의학 학술지 Neuropsychob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뇌와 마음에 도움 주는 ‘진짜 음식’
그렇다면 어떤 음식이 실제로 우울감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은 세로토닌과 도파민 같은 ‘기분 조절 호르몬’의 생성을 돕는 영양소에 주목한다. 대표적인 식품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등푸른 생선이다. 고등어나 연어, 정어리는 뇌의 염증을 억제하고 신경 전달을 원활하게 해 집중력과 안정감을 높인다.
비타민B6가 풍부한 바나나와 아보카도도 주목할 만하다. 이 두 식품은 세로토닌 합성 과정에 관여해 ‘행복 호르몬’의 생성을 돕는다. 조개나 굴처럼 아연과 비타민B12가 많은 해산물은 신경계 피로를 완화하고 에너지를 보충하는 데 좋다. 여기에 통곡물과 견과류를 함께 섭취하면 혈당이 안정되고, 뇌의 에너지 공급이 일정하게 유지되어 기분 기복이 완화된다. 다크초콜릿이나 자두, 블루베리 같은 과일류에는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해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다.
전문가들은 “비타민C는 여전히 면역력 향상에 필수적이지만, 우울증을 완화하는 영양소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오히려 꾸준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영양이 장기적인 정신건강 유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은다. 단일 영양소보다는 ‘식탁의 전체 균형’이 기분 회복의 열쇠라는 공식은 변함이 없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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