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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맛이 익고, 시간이 익는 한정식집
분당 서현동 안집
‘안집’의 밖은 은은한 달빛이고, 안은 다홍빛 초롱빛이 설레고 엷은 옥색으로 빚어진다. 들어서자마자 시간이 들어오는 틈을 꽁꽁 묶어둔 듯 신선놀음하기에 제격인 그윽한 멋과 맛이 오감을 취하게 한다. 음식은 물론이요, 그 그릇이며 정취가 은은한 황토를 옮겨 놓은 듯하다. 옛것의 정취를 만나 들어서는 식객의 걸음이 절세 같은 치세로 굽이쳐서는 ‘안집’에 옹기종기 둥지를 틀고 앉는다. 200년 된 집을 뜯어서 흙과 나무 일색으로 치장한 ‘안집’은 맛과 모양이 전부 친환경적이다. 그 덕에 세상을 살아가는 꽃다움과 흥겨움의 일면을 겪을 수 있다. 시간을 멈추게 하는 술과 맛에 취했더니 절로 희희낙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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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당 서현동 안집 별관 |
“풍속화의 한 장면처럼 멋과 가락이 되고 싶다면, 시간을 멈추게 하는 ‘안집’에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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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 식사를 위해 일 년을 준비한다,
‘안집’의 맛은 먼저 발효와 숙성에서 시작된다. 된장과 간장은 경기도 광주의 오포 농원에서 직접 만들고 7년 동안 숙성하고 발효시킨다. 그 맛은 화학조미료 일색인 세상 음식을 탓하는 걸 무색하게 한다. 발효와 숙성에 환경을 빼놓을 수 없다. 일조량이 좋고, 공기가 맑은 곳에서 발효되고 숙성되는 장맛이 입맛에 저절로 감긴다. 겨우내 얼어붙은 몸을 녹이는 봄바람 같다. 절로 사람냄새가 나는 식감은 기다림의 미학을 거쳐 제맛이 된다. 그런 덕분에 일 년을 준비하는 한 끼 식사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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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집 떡갈비 |
식재료는 또 어떤가? 연평도에서 직접 가지고 오는 게는 살아 꿈틀거리는 듯 싱싱하다. ‘안집’ 주인장이 추천하는 술 마시기에 좋은 한우 생등심, 홍어삼합, 녹두전, 떡갈비, 간장게장, 도미뱃살구이 등의 재료 일체가 다 산지 직송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건강하고 과학적인 한식일 뿐만 아니라 식재료의 신선도는 철저한 관리를 통해 술맛과 살맛을 보탠다. 금빛 놋그릇에 푸짐하게 담겨져 나오는 갖가지 음식은 멋스럽게 올라오는 고명들과 더불어 입맛과 술맛을 그윽하게 한다. 그 참맛이 누각에 도포 입고 갓을 비딱하게 쓰고 풍유하도록 하는 비법이다. 일 년을 준비하는 한 끼 식사나 안주가 행복의 질감이라고 말하는 주인장의 넉넉한 웃음이 깨소금처럼 입맛에 덧대어진다. 나 하기 나름이라며 우리네 살이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세상 탓을 타박하는 주인장은 안집을 빼곡히 점령한 식객과 취객에게 풍속화의 한 인물처럼 더없이 유쾌하게만 보인다, 깨방정이라도 같이 떨고 싶을 만치. 그런 것이 다 모여 맛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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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집 삼색전 |
고개를 숙이고 다소곳하게 장옷을 잡은 여인네가 있다. 거드럭거린 두루마기 주름은 술병이라도 찬 듯 넓어 보인다. 그 주름이 넓은 것은 젊은 사내의 설레는 가슴을 담은 탓일 게다. 조선사회의 사랑을 사실적으로 그린 혜원 신윤복의 ‘월하정인’이라는 그림을 보면 서민사회의 멋과 가락이 저절로 느껴진다. 저절로 술이 마시고 싶어진다. 정인을 만나 밀회하기에 딱 좋은 밀실은 시간이 멈추어야 한다. 산수화의 한 풍경이 되고 싶은 격이 없는 인생사를 꿈꾸는 것은 할머니가 차려준 푸짐한 밥상 때문이기도 하리. 세상사 시름을 달래고 싶은 마음일 것이리. 무엇보다 안주로 푸짐하게 나와서 실속이 있고, 술 먹는 사람의 입장을 헤아려서 넉넉하게 퍼다 주는 할머니의 밥상, 그것이 ‘안집’의 또 다른 매혹이다. 정인을 안집으로 데려와 깊은 정을 나누기에 더없이 제격인 그 인심이 세상사 한 시름을 달래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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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탕물 속에서 알뜰한 봉오리를 맺는 청정한 연꽃을 보면 긴장이 풀린다. “안집이 19년째인데 이제는 안집이 우리 것이 아니라 찾아오는 손님의 것”이라고 주저 없이 말하는 주인장의 입담에서부터 무장해제가 된다. 마치 부석사의 무량수전에 들어선 듯하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명의 한이 없는 부처님의 덕을 찬양하는 무량수불(無量壽佛)을 모시는 무량수전처럼 시간이 멈춘 듯하다. 수명의 한이 없다는 것은 맛의 한이 없는 것처럼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고,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더없이 편안하고 아늑한 ‘안집’에서 만나는 맛과 정인이 무량수전에 들어선 듯한 편안함을 준다. 치유로서의 술, 사랑으로서의 술이라면 취해도 별탈이 없으리. 형형색색 색종이처럼 치장하지 않아도 맛깔스러운 맛과 술이 고프거나, 오래된 벗이나 정인을 만나려면 안집에 와서 시간이 멈춘 듯한 맛을 보라. 안집은 시간을 멈추게 하는 맛을 가지고 있다.
그래, 세상이 흐려도 나 살 탓이다. 나 살고, 너 살리고, 우리가 살려면 맛이 필요하다. ‘안집’은 바로 그 사는 맛이다. 우리 살이가 잠시 맞바람에 휘청거려도 맛과 멋이 넘치는 음식과 사람을 마주하는 시간이 있다면 ‘안집’ 주인장의 말처럼 도포가 젖고, 갓이 비뚤어져도 무에가 부끄러우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136-12 (예약문의 : 031-724-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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