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게랑드 소금은 어떻게 고급 소금이 되었나

서현민 기자

cnc02@hnf.or.kr | 2026-01-15 17:35:48

입자의 차이를 역할로 설명한 순간, 소금은 재료가 아니라 기준이 됐다

[Cook&Chef = 서현민 기자] 프랑스 게랑드 소금이 고급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성분 때문이 아니다. 이 소금은 결정의 크기와 만들어지는 위치에 따라 쓰임이 먼저 정리된, 드문 식재료다.

[사진 =게랑드홈페이지]

게랑드 소금은 흔히 ‘고급 소금’으로 불리지만, 출발은 여느 천일염과 다르지 않았다. 바닷물을 염전에 가두고 햇볕과 바람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얻는 방식은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돼 왔다. 게랑드가 특별해진 지점은 생산 이후의 단계, 즉 소금을 바라보는 기준에서 나타난다.

게랑드 염전에서는 염수가 증발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형태의 소금이 만들어진다. 바람이 잔잔하고 햇볕이 강한 날, 염수 표면에 얇게 떠오르는 결정은 플뢰르 드 셀이라 불린다. 가볍고 잘 부서지는 이 소금은 조리 과정에 넣기보다 음식이 완성된 뒤 뿌리는 마무리용으로 쓰인다. 반면 염전 바닥에서 형성되는 셀 그리는 수분을 머금은 중간 크기의 결정으로, 조리 중 간을 맞추는 데 적합하다.

더 굵은 결정은 건조 과정을 거쳐 그로 셀로 분류되고, 필요에 따라 분쇄해 고운 소금으로 사용된다. 중요한 점은 이 분류가 등급을 나누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역할을 설명하기 위한 체계라는 점이다. 얇은 소금은 마무리용, 굵은 소금은 조리용, 분쇄된 소금은 일상용이라는 식의 명확한 쓰임이 먼저 제시됐다.

이 구조 덕분에 소비자는 소금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소금이 더 좋은가를 따지기보다, 어떤 단계에서 사용하는 소금인가를 선택하면 된다. 게랑드 소금의 신뢰는 바로 이 지점에서 형성됐다. 소금의 성분보다, 소금을 사용하는 방식이 먼저 설명된 것이다.

게랑드 소금이 고급으로 인식되는 배경에는 ‘입자에 따른 언어’가 있다. 같은 염전에서 나온 소금이라도 결정의 형태와 역할을 분리해 설명하면서, 소금은 하나의 조미료가 아니라 조리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이 체계는 소금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요리에서의 쓰임을 명확하게 만들었다.

이 지점은 국내 천일염을 바라보는 시선과 대비된다. 국내 천일염 역시 같은 천일염이고, 토판염 방식으로 생산되지만, 입자와 역할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축적되지 못했다. 게랑드 소금의 사례는 고급의 기준이 성분이나 산지가 아니라, 얼마나 잘 설명되고 이해되었는가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로 이어진다. 국내 천일염은 지금 어떤 기준으로 설명되고 있는가.
 Cook&Chef / 서현민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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