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토리] “오직 4테이블만” 최연소 미쉐린 셰프가 이끄는 ‘1스타’ 제로컴플렉스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2-22 17:02:26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의 조용한 골목 안쪽, 레스토랑이 있을 것이라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곳에 제로컴플렉스는 자리한다.초행길이라면 몇 번이고 지도를 확인하게 되는 고즈넉한 주택가다. 하지만 대문을 통과하는 순간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잔디 마당을 품은 복층 구조의 건물,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차분한 공간은 마치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은 듯한 인상을 준다.
제로컴플렉스는 이충후 셰프가 이끄는 이노베이티브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2013년 서래마을에서 시작해, 남산을 거쳐 2023년 현재의 서빙고동에 이르기까지 세 번의 공간 변화를 겪었다. 미쉐린 가이드는 이곳을 2016년부터 꾸준히 1스타로 평가해왔으며, 이충후 셰프는 서울 미쉐린 가이드 초판에서 최연소 스타 셰프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는 ‘라리스트 2026’에 선정되며 국제적인 주목도 이어지고 있다.
이충후 셰프의 요리는 프랑스에서 시작됐다. 요리를 배우기로 결심한 순간, 서양음식의 본고장은 프랑스라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향했다. 미쉐린가이드 매거진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마주한 시장과 식재료의 다양성은 그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코르동 블루에서 조교로 일하며 언어와 기술을 동시에 익혔다.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미셸 로스탕(Restaurant Michel Rostang)에서의 인턴 경험 이후, 보다 자유롭고 모던한 프렌치를 지향하며 이냐키 애즈피타르트의 르 샤토브리앙(Le Chateaubriand)과 르 도팡(Le Dauphin)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충후 셰프는 이 시기의 경험이 제로컴플렉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기반이 됐다고 말한다.
이 셰프는 그 무엇보다 식재료를 가장 중요시 여긴다. 그는 생산자들과 협업하며, 매주 농장을 방문해 재료의 상태와 맛을 확인한다. “맛있는 당근 하나만 있어도 그 자체로 요리가 된다”는 말처럼, 복잡한 기교보다는 재료가 가진 본래의 힘을 끌어내는 데 집중한다. 그 때문에 그의 요리는 화려한 장식보다 식재료들의 조합과 균형이 눈길을 끈다.
현재의 제로컴플렉스는 ‘코리안 프렌치’에 가깝다. 미쉐린가이드는 “한국 셰프가 하는 양식- 코리안 프렌치를 선보인다. 자주 접하는 한식에서 영감을 받아 프랑스 식으로 풀어낸 그의 디시는 여전히 창의적이며 간결하다”라고 제로 콤플렉스를 소개했다.
한식에서 익숙한 식재료와 계절감을 프랑스식 조리법으로 풀어낸다. 메뉴는 코스 구성으로, 겉보기에는 간결하지만 맛은 깊다. 오징어 타르트는 얇게 구운 타르트지 위에 갑오징어, 사과 퓨레, 사워크림을 얹고 송어알로 마무리한 메뉴로,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다양한 맛이 겹겹이 펼쳐진다. 오독한 식감과 부드러움, 단맛과 짠맛이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덕자농장 계절채소 방아는 다양한 허브들의 향연을 느낄 수 있다. 채소가 지닌 풍미의 가능성을 새삼 깨닫게 한다. 플레이팅은 담백하지만, 입안에서는 단맛과 산미, 감칠맛이 또렷하다.
메인 요리에서는 한우 안심이 특히 인상적이다. 버터에 조리한 수미감자와 당근을 곁들여 클래식한 스테이크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곳의 한우 안심 스테이크를 서울 파인다이닝 중에서도 손에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제로컴플렉스를 이야기할 때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서울에서 내추럴 와인 페어링을 일찌감치 선보인 레스토랑 중 하나다. 상주 소믈리에가 음식에 맞춰 제안하는 와인은 식사의 향과 맛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내추럴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설명과 안내가 충분하다.
공간 역시 제로 컴플렉스의 중요한 요소다. 1층 전체를 주방으로 사용하고, 2층에 단 네 개의 테이블만 배치했다. 층고가 높고 테이블 간격이 넓어 프라이빗한 분위기가 유지된다. 베이지 톤의 대리석과 스테인리스, 원목이 조화를 이루는 인테리어는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조용하고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식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제로컴플렉스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 장소라기보다, 미식의 여정을 설계한 공간에 가깝다. 미쉐린가이드가 3스타에 대해 “요리가 매우 훌륭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충분한 식당”이라고 설명하는데, 제로콤플렉스야말로 미쉐린가이드가 지향하는 바를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식재료가 자라는 곳에서부터 손님이 레스토랑을 떠나는 순간까지, 모든 과정을 하나의 경험으로 엮는다.
한국의 계절을 프랑스식으로 풀어낸 이충후 셰프의 요리는 낯설지 않으면서도 새롭다. 미쉐린가이드가 제로컴플렉스를 ‘셰프 고유의 스타일과 다양한 나라의 요리 기법이 결합한 창의적 요리 방식’을 의미하는 이노베이티브 유형으로 소개했듯이 이충후 셰프는 프렌치 요리로 시작했지만, 여러 방식과 기법을 시도하고 있다. 지나치게 이국적이지 않고 익숙하면서도 신선하고 재미있는 맛의 향연, 레스토랑으로 출발하는 순간부터 떠나는 미식의 여정, 그 의미를 가장 많이 내포하는 곳이 제로컴플렉스이지 않을까.
올해 4월, 이충후 셰프는 반얀트리서울 시그니처 레스토랑 ‘페스타’의 디렉팅을 맡으며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익숙한 재료와 요리를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그의 시도는 현재진행형이다.
제로컴플렉스는 런치 코스 21만 원, 디너 코스 28만 원이며, 오후 12시부터 10시 30분까지 영업한다. 오후 3시 30분부터 6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 매주 수요일은 정기 휴무다.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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