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토리] 성수동의 작은 닭곰탕집 ‘계월’, 맑은 국물로 2년 연속 미쉐린 빕구르망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2-04 11:59:51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4, 2025 빕구르망에 선정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감기에 걸린 가족에게 따뜻한 치킨 수프를 내는 것은 서양에서 오래 이어져 온 민간요법이다. 닭을 오래 끓여 얻은 국물이 염증 완화와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추위가 심해지고 감기가 잦아지는 시기, 뽀얗게 우러난 닭국물에 잘 삶아 찢은 닭고기를 더한 닭곰탕은 속을 데워주고 기운을 돋운다. 강추위가 찾아온 요즘 체온을 높여 몸의 부담을 덜어주는 따뜻한 국물이 필요하다면, 계월에서 닭곰탕 한 그릇으로 기운을 얻는 것을 어떨까?
성수동 조용한 골목 안쪽에 자리한 ‘계월’은 작고 수수한 가게다. 아담한 규모의 이곳은 외관만 보면 작은 동네 식당과 다르지 않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예상 밖의 단정한 분위기가 펼쳐진다. 원목 위주의 인테리어와 식물 몇 점으로 꾸민 공간은 소박하지만 깔끔하고,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한 채 음식 맛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이 작은 식당, 계월이 2024년에 이어 2025년 미쉐린 빕구르망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화려한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곳은 아니지만, 세 가지 닭요리로 많은 이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미쉐린 가이드는 계월을 “따뜻한 밥 위에 저온으로 부드럽게 조리한 닭가슴살과 아삭하게 데친 얼갈이 배추, 기름을 걷어낸 깔끔한 육수를 더해 풍성한 맛을 내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속이 든든해진다... 백곰탕 한 그릇에 담긴 맑고 깊은 국물
식당 이름은 닭 계(鷄), 달 월(月)을 쓴다. “달빛이 비치는 맑고 잔잔한 호수 같은 한 그릇을 만들고 싶었다”는 주인의 설명은 국물을 떠보면 확실히 이해된다. 계월의 대표 메뉴인 백곰탕은 닭고기 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되 자극적이지 않다. 수비드해 촉촉한 닭가슴살, 짧게 데친 얼갈이배추, 밥을 미리 말아 토렴해 내는 방식까지, 부드럽게 먹을 수 있다.
이곳을 찾은 이들은 백곰탕 국물을 두고 “평양냉면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화학조미료 없이도 우러나는 깊은 맛, 주재료의 풍미를 은근하게 살린 균형이 담백한 평양냉면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처음 맛보면 다소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백후추를 넣는 순간 풍미가 피어난다.
홍곰탕은 맑은 국물 선호층뿐 아니라 매콤한 맛을 원하는 이들에게 사랑받는다. 고추기름과 향신 채소를 더해 칼칼한 맛을 냈지만, 닭육수 특유의 맑은 국물은 여전하다. 닭계장과 유사하다는 첫인상을 주지만 먹을수록 과하지 않고 시원하다.
닭무침과 닭수육은 닭곰탕과 함께 곁들여 먹기 좋은 메뉴다. 닭무침은 회무침을 닭으로 대체한 듯한 구성으로, 새콤한 양념이 입맛을 깨우는 역할을 한다. 김부각 위에 올려 먹으면 고소함이 더해지고, 미나리·양파와 함께 섞어 먹을 때 가장 조화롭다.
닭수육은 수비드로 부드럽게 익힌 닭고기를 토치로 한 번 더 그을려 향을 살렸다. 겉은 은근한 불향이 감돌고 속은 촉촉해, 백김치나 깍두기와 함께 먹으면 닭의 고유한 단맛이 잘 살아난다.
성수동 골목에서 만나는 조용한 한 끼 “자극 없이 깊은 맛”
계월의 요리에 대한 손님들의 반응은 공통점이 있다. ‘깔끔하다’, ‘속이 편하다’, ‘건강하게 먹는 느낌’이 대부분이다. 맑은 국물에 양념이 많이 들어가지 않지만 밋밋하지 않고, 재료 향이 은근히 전해진다. 맑은 국물 계열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최적이지만, 기름지고 진득한 닭곰탕을 선호하거나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진 사람에게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심심함’이 계월의 핵심이다. 국물의 깊이감, 닭의 부드러운 식감, 채소의 아삭함이 섬세하게 맞물리며, 완성도가 높아 미쉐린 가이드 2년 연속 선정이 납득된다.
계월은 성수역보다는 서울숲역에서 접근하기 좋다. 전용 주차장은 없고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성수동 카페거리·서울숲·뚝섬유원지와도 가까워 식사 전후 산책이나 방문 동선에도 잘 맞는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며, 오후 3~5시에는 브레이크타임이다. 모든 메뉴는 포장 가능하며, 닭수육은 매일 한정 수량만 제공하니 참고하자. 계월은 화려한 조미나 자극적인 맛 대신 재료 본연의 향을 고요하게 끌어올린 닭곰탕 한 그릇으로 성수동에서 또 다른 미식의 즐거움을 전하고 있다.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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