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토리] 한식을 정의하지 않는 한식 다이닝, 김희은 셰프의 미쉐린 1스타 ‘소울’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2-31 18:43:50

정형화된 한식을 넘어서는 김희은·윤대현 셰프의 접근 윤대현 셰프와 김희은 셰프. 사진=[소울 SNS]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시즌2’가 연일 화제인 가운데 백수저로 출연한 김희은 셰프도 이목을 끌고 있다. ‘한국의 재료로 세계의 맛을 만든다’는 철학을 지닌 김 셰프는 아기맹수란 닉네임의 김시현 셰프와 산청 흑돼지 사태란 재료로 사제지간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김희은 셰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도 예약이 꽉 차 있는 상태다.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 자리한 ‘소울(SOUL)’은 김희은 셰프와 윤대현 셰프 부부가 함께 이끄는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이다. 한국의 식재료와 식문화를 기반으로 한 컨템퍼러리 한식을 선보이며, 2019년 오픈 이후 2023년 미쉐린 1스타를 획득한 뒤 현재까지 별을 유지하고 있다.

소울이 지향하는 한식은 특정 메뉴나 형식에 국한되지 않는다. 김치, 비빔밥, 불고기처럼 정형화된 음식만을 한식으로 규정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한식을 ‘한국의 식문화’로 정의한다. 문화는 고정된 답이 있는 개념이 아니라 경험과 맥락 속에서 확장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전통에 뿌리를 두되, 다른 식문화와의 접점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접근이다.

김희은 셰프는 한식에 대해 “고추장이 한반도에 들어오기 전에도 떡볶이는 존재했지만, 현재 우리가 먹는 고추장 떡볶이 역시 한식으로 받아들여진다”며, 크림떡볶이나 마라떡볶이 같은 변주 또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전통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전통을 고정된 형태로만 보지 않겠다는 태도에 가깝다. 한식을 전공한 김 셰프는 전통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그 위에서 한식의 진화를 이야기한다.

사진=[소울 SNS]

소울의 요리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구성된다. 양식을 주로 전공한 윤대현 셰프와 한식이 중심인 김희은 셰프는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협업한다. 특정 장르에 머무르기보다는 각자의 경험을 존중하며 하나의 방향으로 조율해 나간다. 이에 따라 소울의 음식은 전통 한식의 요소와 서양 조리 기법, 일본식 접근 등이 자연스럽게 섞인 ‘현대 한국 요리’의 형태를 띤다.

레스토랑 이름 ‘소울’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영어로는 ‘영혼’과 ‘마음’을 뜻하며, 요리를 통해 진심을 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한자로 풀이하면 답답한 마음을 풀어준다는 의미도 있다. 해방촌이라는 입지 역시 이러한 상징성과 맞닿아 있다. 두 셰프는 소울이 일상의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미쉐린 가이드는 소울에 대해 “근대 서울의 흔적이 남아 있는 해방촌에서 감각적인 파인 다이닝에 도전한 레스토랑”이라며, 현대 한국 사회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식문화와 익숙한 맛을 섬세하게 풀어낸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부부 셰프가 함께 공간을 구성해 여러 스타일의 다이닝 경험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소울은 런치와 디너 코스로 운영된다. 런치는 9가지, 디너는 11가지 메뉴로 구성되며, 와인 페어링도 선택할 수 있다. 코스는 계절 식재료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며, 한입 요리부터 메인, 디저트까지 흐름이 이어진다. 

사진=[소울 SNS]

소울의 요리는 이러한 철학을 코스 전반에 반영한다. 코스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지만, 전반적으로 한식의 재료와 맛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조리 방식과 표현을 달리한다. 애피타이저로 제공되는 맞이 음식은 가벼운 한입 구성으로 시작해 식감과 온도 대비를 통해 입맛을 연다. 물회는 얇게 썬 해산물과 채소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새콤달콤한 소스가 과하지 않게 균형을 잡는다.

버섯 요리는 여러 종류의 버섯을 활용해 일본식 달걀찜 형태로 풀어내며, 팽이버섯 튀김을 더해 식감의 대비를 준다. ‘Mrs. 김 전복’이라 이름 붙은 메뉴는 훈연한 전복을 중심으로 마스카르포네 김 소스, 목이버섯, 시트러스 요소를 조합해 전복의 질감과 풍미를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전복 내장으로 만든 소금이 곁들여져 재료 간 연결을 만든다.

감자전은 강원도 감자를 활용해 이탈리아식 뇨끼 형태로 재해석한 메뉴다. 감자 퓌레를 반죽해 돼지기름에 노릇하게 지진 뒤, 들기름 아이올리와 무장아찌, 계절 과일 렐리시를 곁들인다. 한국의 감자전에서 출발했지만 조리법과 식감은 전혀 다른 방향을 택한다.

메인 요리는 양떡갈비나 한우 요리로 이어진다. 양떡갈비는 양고기의 풍미를 살리면서도 과하지 않게 조리했고, 가니시 역시 식감 위주로 구성했다. 메인을 한우로 변경할 경우 한우의 서로 다른 세 부위를 한 접시에 담아 각각의 질감과 맛을 비교할 수 있게 한다.

식사의 후반에는 국수 요리가 나온다. 잔치국수에서 착안한 메뉴로, 매일 아침 직접 제면한 생면에 디포리 육수를 더했다. 김치가 들어가 있지만 자극적이지 않으며, 면의 질감과 국물의 담백함이 중심이 된다. 디저트로는 올리브 아이스크림에 들기름을 더하고, 캐비아와 트러플 칩을 곁들인 ‘흑과 백’이 제공된다. 서로 다른 재료를 조합했지만 전체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진=[소울 SNS]

소울의 공간 구성 역시 음식의 방향성과 닮아 있다. 오픈 키친을 중심으로 한 구조로, 셰프들의 조리 과정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테이블웨어는 과하지 않게 절제돼 있으며, 프라이빗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소울은 한식을 새롭게 정의하려 하기보다, 한식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레스토랑에 가깝다. 매일 낮 12시부터 밤 10시까지 영업하며,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는 브레이크타임이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정기휴무다.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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