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토리] 한식 대표 비빔밥 이렇게 예쁘고 다양했나? 미쉐린 선정 비빔밥 ‘비비재’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2-17 15:57:42
은은한 마라 향으로 완성한 시그니처 비빔밥
미쉐린 가이드는 비비재에 대해 “비빔밥이 가진 조합의 가능성을 다양한 식재료로 풀어낸 곳”이라고 평가했다. 전통적인 비빔밥을 기본으로 하되,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와 개성 있는 소스 구성이 흥미롭다는 점, 그리고 모든 비빔밥을 돌솥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비비재는 비빔밥의 틀을 유지하되, 재료와 장, 밥의 선택에서 디테일을 더한다. 식당 이름과 로고 역시 비빔밥의 옛 이름인 ‘화반(花飯)’에서 착안했다. 실제로 모든 비빔밥 위에는 꽃 모양의 후식이 함께 올라가는데, 식사의 마무리이자 비비재만의 시그니처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장 페어링’이다. 메뉴마다 어울리는 장을 따로 구성해 제공한다. 제육 비빔밥에는 직접 만든 쌈장을, 강된장 비빔밥에는 자글하게 끓인 강된장을 곁들인다. 특히 제육 비빔밥에 사용되는 쌈장은 된장과 고추장을 최적의 비율로 섞고 여러 재료를 더해 직접 만든 것으로, 땅콩 토핑을 더해 고소함을 살렸다. 나물과 육전에 사용하는 고추장 역시 태양초 고추장에 표고버섯 가루와 대파 등을 넣어 볶은 뒤 최소 72시간 숙성해 사용한다. 손이 많이 가는 방식이지만, 비비재가 ‘장 맛’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밥 또한 중요하게 다룬다. 비비재는 여러 품종을 테스트한 끝에 수분율이 낮고 꼬들한 식감이 살아 있는 신동진쌀을 선택했다. 비빔밥에 비볐을 때 재료와 장을 과하지 않게 받아내는 밥이다. 돌솥으로 주문하면 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까지 즐길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
이곳의 대표 메뉴로는 마라비빔밥이 있다. 간장 돼지고기볶음과 마라장, 여섯 가지 나물과 채소, 신동진 백미로 구성된다. 마라의 얼얼함이 튀지 않고 비빔밥의 다른 재료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강된장 비빔밥은 기본에 충실한 메뉴로, 두부가 넉넉히 들어간 강된장을 밥에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육전, 소불고기버섯뚝배기 같은 곁들임 메뉴도 탄탄하다. 특히 육전은 부드러운 계란옷과 짜지 않은 간장 소스로 호평을 받는다.
계절 메뉴 역시 비비재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봄에는 쑥, 여름에는 애호박, 가을에는 버섯 등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비빔밥이 등장한다. 방문할 때마다 다른 구성을 만날 수 있어 단골들도 “올 때마다 새로운 메뉴를 먹는 재미가 있다”고 말한다.
공간은 마치 카페처럼 정돈돼 있다. 내부는 깔끔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혼밥부터 데이트까지 무리 없다. 음식의 색감이 자연스럽게 살아나도록 밝은 톤을 유지했고, 테이블 간격도 답답하지 않다. 광안리 인근이라는 입지 덕분에 해변 산책 전후로 들르기 좋지만, 주차는 다소 불편해 대중교통 이용을 권한다.
이곳을 찾은 이들의 반응은 대체로 유사하다. “비빔밥이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 “정갈한 한식을 제대로 먹은 느낌”이라는 평가가 많다. 혼자 방문해도 부담 없고, 메뉴를 바꿔가며 여러 번 찾게 된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비비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 50분까지 영업하며, 오후 3시부터 4시 30분까지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다. 매주 목요일은 정기휴무다.
광안리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미쉐린이 인정한 밥집을 경험하고 싶다면, 비비재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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