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열전 70 / '티냐넬로', 좋은 와인의 기준 자체를 바꿔버린 슈퍼 투스칸의 효시

조용수 기자

cooknchefnews@naver.com | 2024-07-22 09:29:47

[Cook&Chef=조용수 기자] ‘티냐넬로(Tignanello)’. 와인을 잘 몰라도 한번쯤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다. ‘슈퍼투스칸의 효시’라고 불리우는 ‘티냐넬로’는 자줏빛이 감도는 진한 루비 레드의 색을 띠며 달콤한 오크의 풍미가 조화로운 우아한 와인이다. 이탈리아 토착 품종인 산지오베제(Sangiovese)와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카베르네 소비뇽 (Cabernet Sauvignon)으로 구성되어 있고 오크 숙성을 거친다.


벨벳 같이 부드러운 느낌이 입안을 꽉 채워주며 탄탄한 구조와 긴 여운이 뛰어난 장기 숙성용 최고급 레드 와인으로 더욱 소장가치를 높인다. 저명한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에게서 94점, 와인 대통령을 불리는 로버트 파커로부터 93점을 받기도 했다. 티냐넬로 유명세는 2004년 삼성그룹 추석 선물로 姑이건희 회장이 주요 계열사 고위 임원들에게 선물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건희 회장이 선택한 와인’으로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파는’사태가 발생할 정도였다고 한다.

 

재밌는 점은 티냐넬로의 등급인 ‘슈퍼 투스칸’이 실제 이탈리아 와인 등급 규정법에 의하면 최하위 등급에 속한다는 것이다. 조건 충족 수준에 따라 좋은 와인에는 DOC, 더 좋은 와인에는 DOCG라는 인지가 붙는다. 하지만 티냐넬로는 사실 최하위 등급인 ‘비노 다 타볼라(Vino da Tavola)’에 속한다. 와인메이커인 정부 인증의 카테고리를 벗어나 자신만의 품종 블렌딩 기법을 사용해 규정법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정을 맞추지 못했더라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 탄생한 것이 티냐넬로다.

명실상부 이태리 와인의 품격을 격상시킨 티냐넬로에는 6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와인에 열정을 쏟아온 한 가문이 있다. 바로 티냐넬로를 통해 슈퍼 투스칸(Super Tuscan)의 시초로 잘 알려져 있는 이태리 와인 명가 안티노리(Antinori)이다. 1385년 본격적으로 와인 사업이 시작된 안티노리 사는 현재까지 26대에 걸쳐 와인 제조의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전통과 혁신의 와인 명가다. 안티노리 사의 25대손 피에로 안티노리(Piero Antinori) 후작은 이태리 와인의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으로, 1999년 미국의 유력 와인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는 그에게 특별공로상(Distinguished Service Award)을 수여했다. ‘피에로 안티노리가 없었다면 현재의 이태리 와인은 어떤 모습일까’ 라는 문장으로 그에게 경의를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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