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3대 장수 식품” 양배추, 위에서 혈관까지 책임지는 하얀 잎채소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2-04 23:55:19
일상 식탁이 달라지는 양배추 한 쪽의 힘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양배추는 오래전부터 ‘위에 좋은 채소’라는 이미지로 알려져 왔다. 샐러드에 곁들이거나 쌈 채소로 쓰는, 비교적 평범한 식재료로 취급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영양학계에서 양배추는 이미 올리브·요구르트와 함께 ‘3대 장수 식품’으로 언급될 만큼 평가가 다르다. 저칼로리이면서도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 황화합물, 항산화 성분이 촘촘히 들어 있어 위장·혈관·간·뼈·뇌에 이르기까지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채소이기 때문이다.
저칼로리지만 포만감은 오래…다이어트에 유리한 채소
양배추의 첫 번째 장점은 ‘열량 대비 영양 밀도’다. 생 양배추 한 컵(약 80~90g)의 열량은 20㎉ 안팎에 불과하지만, 비타민 C·K를 비롯해 엽산, 비타민 B6, 망간, 칼륨, 식이섬유가 고르게 들어 있다.
칼로리는 낮고 부피와 수분, 섬유질은 많기 때문에 식사 전에 양배추를 먼저 먹으면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을 느끼기 쉽다. 실제로 일부 연예인과 방송인들이 아침 공복에 양배추 샐러드나 찐 양배추를 꾸준히 먹는 이유도 이 같은 특성 때문이다.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에서 탄수화물 흡수를 늦춰 혈당이 급하게 치솟는 것을 막는다. 체중 관리와 동시에 혈당 조절까지 노리는 이들에게 양배추가 자주 추천되는 이유다.
위, 심장, 혈관 질환 모두 잡는다
양배추를 상징하는 성분으로 꼽히는 것은 비타민 U(유사 비타민 성분)다. 비타민 U는 위 점막을 감싸 보호하고, 이미 손상된 부위의 재생을 돕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일부 위장약의 원료로도 쓰일 만큼 기능성이 인정된 성분이다.
양배추 속 비타민 U와 비타민 K, 비타민 C, 식이섬유가 함께 작용하면 위산이나 자극적인 음식으로부터 점막을 보호하고, 미세한 염증을 완화하며, 위 점막의 혈류를 개선해 회복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과식·야식·스트레스·음주로 속쓰림과 더부룩함을 반복하는 현대인이라면, 잘게 썬 생양배추를 소량씩이라도 꾸준히 곁들이는 것만으로도 위장 상태가 한결 부드러워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는 보고가 적지 않다.
양배추는 심혈관 건강 측면에서도 눈여겨볼 만하다. 먼저 양배추에 함유된 설포라판은 십자화과 채소(브로콜리·배추·케일 등)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황화합물로, 혈관 내 혈전(피떡) 생성을 억제하는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혈전 형성이 줄어들면 심근경색, 뇌경색 등 혈관이 막히는 질환의 발생 위험도 낮아질 수 있다.
양배추에는 이 밖에도 혈압 조절에 관여하는 칼륨, 혈관 벽을 산화·염증으로부터 보호하는 폴리페놀, 특히 붉은 양배추에 풍부한 안토시아닌이 다량 들어 있다. 이들 성분은 나쁜 콜레스테롤(LDL)이 혈관 벽에 들러붙는 것을 막고, 혈관 내 염증 반응을 줄이며, 혈관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생으로, 살짝 데쳐, ‘과하지 않게 꾸준히’
양배추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려면 조리법과 섭취 패턴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영양 손실을 줄이려면 생으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샐러드, 코울슬로, 쌈 채소로 활용하면 비타민 C와 일부 항산화 성분을 온전히 섭취할 수 있다. 다만 소화력이 약한 사람은 너무 많은 양을 한 번에 먹기보다, 조금씩 나누어 먹으며 몸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안전하다.
위장이 예민한 경우에는 살짝 데치거나 찜·볶음 형태로 먹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때 장시간 삶으면 수용성 영양소가 물로 빠져나오기 쉬우므로, 조리 시간을 최대한 짧게 가져가는 것이 좋다.
하루 100g 안팎, 손으로 두세 움큼 정도만 섭취해도 위·혈관·간·장·뼈에 걸친 다층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샐러드에 조금 더 얹고, 볶음이나 국에 한 줌 추가하고, 쌈 채소로 한 잎 더 곁들이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식단의 질은 분명 달라진다.
다만 혈액응고억제제(와파린 등)를 복용 중인 사람은 비타민 K 섭취량 변화가 약효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양배추를 포함한 녹색 채소 섭취를 크게 늘리기 전에는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 사람은 양배추에 들어 있는 당류·섬유질에 민감해 가스나 복부 팽만을 느낄 수 있어, 처음에는 소량으로 시작하는 편이 좋다.
양배추는 특별한 조리법을 거치지 않아도 일상 식탁에 쉽게 올릴 수 있는 채소다. 위장이 편해야 하루가 편하다는 말처럼, 한 접시 샐러드와 한 쪽의 양배추가 전신 건강 관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작은 잎채소 한 통이, 생각보다 넓은 범위에서 몸을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만하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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