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사과 한 알의 힘” 심장·장·뇌까지 지키는 일상 속 대표 건강과일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2-04 11:54:03
“껍질째, 아침에 먹을 것”…누구나 실천 가능한 과일 건강법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마트나 과일가게에서 늘 쉽게 만날 수 있는 사과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간식용 과일로 여겨지기 쉽지만, 영양학자들은 사과를 “하루 식단의 질을 바꾸는 기본 식재료”라고 평가한다.
섬유질·비타민·항산화 성분이 한 알 안에 조밀하게 담겨 있어, 심장과 장, 뇌, 면역 등 전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신체 시스템 전반을 돕는 과일, 사과
사과의 건강 효능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심혈관 보호 역할이다. 핵심은 껍질 바로 아래에 풍부한 수용성 식이섬유 펙틴이다. 펙틴은 장에서 물과 만나 젤처럼 변하며 음식 속 콜레스테롤과 담즙산을 흡착해 체외 배출로 이끈다. 그 결과 혈중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승하는 것을 막아준다.
사과의 붉은 껍질에는 폴리페놀·플라보노이드도 풍부하다. 이들은 혈관 벽에서 일어나는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을 줄여, 동맥경화 진행을 늦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연구 결과에서도 사과 섭취량이 높은 사람일수록 뇌졸중·심장질환 위험이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반복됐다.
특히 사과에 풍부한 퀘르세틴은 혈관 내피 기능을 보호하며 혈압 조절에도 기여하는 항산화 플라보노이드로, 전문가들은 “현대인의 식단에 사과 한 알을 더하는 간단한 선택만으로도 혈관 건강에 의미 있는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과는 대사 건강을 관리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펙틴이 당 흡수 속도를 늦춰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하고, 폴리페놀은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체중 관리에서도 사과는 실속 있는 선택이다. 중간 크기 사과 1개의 열량은 70~90㎉ 정도이지만, 풍부한 수분과 식이섬유 덕분에 포만감은 오래 간다. 식전이나 간식으로 사과를 섭취하면 총 섭취 열량을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고, 씹는 시간이 길어져 식사 속도까지 조절된다.
장 건강도 중요한 부분이다. 펙틴은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로 작용해 장내 미생물 균형을 개선한다. 이 과정은 변비·설사 완화뿐 아니라 전신 염증 감소에도 기여한다. 사과가 ‘소화에 좋은 과일’로 불리는 이유다.
세포 단위에서 작동하는 사과의 방어막
사과의 항산화·항염 작용은 암 예방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폴리페놀·파이토케미컬은 활성산소를 억제해 세포 손상을 줄이고, 세포 변형을 늦추는 데 관여한다. 일부 관찰 연구에서는 사과 섭취량이 많은 사람에게서 대장암·폐암·유방암 위험이 낮게 측정되기도 했다.
뇌 건강에 대한 연구도 주목할 만하다. 사과 껍질의 퀘르세틴은 신경세포를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해 인지 기능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동물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 진행을 늦추는 가능성이 제시됐으며, 과일·채소 섭취량이 많은 사람일수록 우울감이 낮아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사과 속 비타민 C와 여러 항산화 성분은 면역 방어력 강화에도 관여한다. 감염 노출이 잦은 시기나 신체 컨디션이 떨어졌을 때 사과가 자주 권장되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아침에, 껍질째”가 정답…사과의 영양을 온전히 누리는 법
사과의 영양을 가장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첫 번째는 껍질째 먹는 것이다. 핵심 영양 성분 대부분이 껍질과 그 아래 과육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섭취 시간이다. 아침에 먹는 사과는 위 활동을 활성화해 소화와 흡수를 돕고, 하루 내내 대사 흐름을 부드럽게 만든다. 반면 늦은 밤에 먹는 사과는 섬유질이 장을 자극해 속이 불편해질 수 있다.
세 번째는 건강 상태에 맞춘 섭취 조절이다. 위장이 약한 사람이나 FODMAP(과당·소르비톨)에 민감한 사람은 식후에 소량씩 섭취하며 반응을 살피는 것이 좋다. 당뇨 환자의 경우 작은 사과 1개를 기준으로, 단백질이나 지방이 포함된 식품과 함께 먹으면 혈당 상승이 완만해진다.
일상의 사과를 더 똑똑하게 즐기는 법
좋은 사과를 고르는 가장 간단한 기준은 껍질과 꼭지다. 껍질 색이 고르고 윤기가 나는 것이 신선하며, 꼭지가 촉촉하고 탄력 있는 사과가 수확 후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손가락으로 살짝 두드려 맑은 소리가 나면 과육이 단단한 상태다.
보관할 때는 저온·고습 환경이 적합하다. 냉장고 야채실 온도(1~4℃)가 이상적이며, 사과는 에틸렌 가스를 많이 배출하므로 다른 과일과는 분리 보관해야 한다. 종이타월이나 신문지로 하나씩 감싸두면 수분 유지에 도움이 된다.
활용법은 훨씬 더 다양하다. 아침에는 요거트나 오트밀에 사과를 얇게 썰어 올리고, 점심 샐러드에는 견과류·치즈와 함께 곁들이며, 디저트로는 껍질째 썬 사과를 계피와 함께 굽거나 스무디에 넣을 수 있다.
사과는 조리 여부와 관계없이 맛과 영양의 손실이 적어 일상 식단에 유연하게 활용하기 좋은 과일이다.
사과는 특별한 보충제도, 값비싼 수퍼푸드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 사과 섭취를 꾸준히 권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현대인의 대부분의 건강 고민을 한 번에 다루는 과일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식단을 완전히 바꾸기 어렵다면, 오늘은 단 한 가지 습관만 시도해보자. 깨끗이 씻은 사과 한 알을 매일의 루틴에 더하는 것. 작은 선택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몸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릴 것이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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