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겨울바다 귀한 손님, 대구가 몸에 좋은 진짜 이유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2-01 12:05:49
기후변화로 자원 감소 진행중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겨울이 깊어지면 어김없이 식탁에 오르던 대구가 기후 변화와 자원 감소 여파로 ‘귀한 생선’이 됐다. 남해 진해만 일대의 어획량은 과거보다 확연히 줄었고, 현장에서는 “눈 오는 겨울이 돼야 비로소 대구를 볼 수 있다”는 말이 무색해졌다는 푸념이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대구는 대표적인 저열량·고단백 흰살 생선으로, 피로 회복부터 혈관·피부 건강까지 두루 챙길 수 있는 겨울철 수산물 1순위로 꼽힌다. 기후 위기로 한층 값비싸진 지금일수록, 대구가 지닌 영양·효능을 제대로 이해하고 현명하게 즐기는 감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대부터 ‘바다의 빵’이었던 흰살 단백질
대구는 이름 그대로 ‘큰 입(大口)’을 지닌 포식성 어류다. 어린 시절에는 플랑크톤을 먹다가 자라면서 청어·전갱이·가자미와 오징어·문어·게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 치운다. 북태평양과 알래스카 연안의 찬 심해에서 성장한 뒤, 산란기가 되면 우리나라 동해·남해 연안으로 돌아오는 회유성 어종이기도 하다.
이처럼 왕성한 활동량과 차가운 심해 환경은 근육에 지방 대신 단단한 단백질을 채운다. 실제로 대구 100g에는 열량이 약 80㎉에 불과하지만 단백질은 17g 안팎으로 닭가슴살(약 16g)을 웃돈다. 지방은 0.5g 수준으로 매우 적어, 몸집에 비해 ‘가벼운’ 생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유럽에서 대구를 말려 장기간 보관하며 항해·전쟁·노동력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삼았고, ‘바다의 빵’으로 불렸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구가 겨울철 보양식으로 손꼽히는 가장 큰 이유는 피로 회복과 해독 작용에 있다. 대구 살에는 시스테인·메티오닌 등 필수 아미노산과 타우린이 풍부한데, 이들은 체내에서 해독 물질인 ‘글루타티온’ 합성을 돕고 젖산·암모니아 대사를 촉진한다. 쉽게 말해, 지친 몸에 쌓인 피로 물질을 치워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대구탕이 술자리 다음 날, 이른바 ‘해장 메뉴’로 사랑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알코올 대사 과정에서 생기는 독성 물질과 피로 물질 제거를 돕고, 국물 섭취로 부족해진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해 전신 컨디션 회복을 지원한다. 자극적인 양념 없이 끓여낸 맑은 대구탕(지리)은 위장 부담도 적어 회복기 환자나 노인 식단에도 자주 활용된다.
흰살 생선인 대구는 지방 함량이 적지만, 적은 양의 지방 속에 불포화지방산, 특히 오메가3가 들어 있다. 이 성분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고, 혈관 벽에 쌓이는 노폐물을 줄여 동맥경화·고혈압 같은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칼륨·칼슘·철분 등 무기질도 함께 들어 있어 나트륨 배출을 도와 혈압을 관리하고, 혈액 생성에 필요한 재료를 제공한다. 과도한 열량·포화지방이 부담스러운 중·장년층에게, 대구는 “적게 먹고도 든든한” 단백질·미네랄 공급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피부·면역·뼈까지 챙기는 비타민 A·D·E
대구의 가치는 살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구 간에서 추출한 간유는 비타민 A와 D가 풍부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비타민 A는 점막과 피부를 보호하고, 야맹증 예방과 시력 유지에 도움을 준다. 비타민 D는 칼슘 흡수를 돕고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 골다공증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살과 내장에는 토코페롤(비타민 E)도 비교적 풍부하다. 비타민 E는 강력한 항산화제 역할을 하며,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해 피부 노화 억제와 면역 기능 강화에 기여한다. 겨울철 건조한 환경과 강한 난방으로 피부 컨디션이 떨어지기 쉬운 시기에, 따뜻한 대구탕 한 그릇이 생각보다 많은 역할을 해주는 셈이다.
‘버릴 것 없는 생선’이 주는 영양의 전체 그림
대구는 머리부터 내장까지 거의 모든 부위를 식재료로 활용하는 드문 생선이다. 몸통 흰살은 탕·구이·찜·포로 즐기고, 머리의 볼살은 쫄깃한 식감 덕분에 ‘대구뽈찜·뽈탕’으로 별미가 된다. 수컷의 정소인 ‘이리’(흔히 곤이로 불리는 부위)와 암컷의 알은 탕과 알탕, 젓갈로 쓰이며 고단백·고지질 내장 식품으로 사랑받는다.
이처럼 다양한 부위를 사용하는 문화는 단순한 미식의 차원을 넘어 영양 효율성과도 맞닿아 있다. 살은 저지방·고단백 공급원, 간은 비타민A·D의 보고, 내장은 고단백·고지질 보양식으로 기능하며, 말린 대구(약대구)는 저장이 용이해 계절을 넘어선 단백질 비축 창고 역할을 한다. 과거 ‘임금님 수라상’과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올랐던 이유가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기후 위기 시대, 더 값진 흰살 생선을 대하는 법
문제는 이 같은 영양학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대구 자원이 기후 변화와 남획으로 다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해수 온도 상승과 산란장 환경 변화로 겨울 남해안 대구 어군 형성 시기가 늦어지고, 어획량도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활대구를 구하기 어려워 냉동 수입 대구가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구를 건강식으로 계속 즐기고 싶다면 제철·금어기 규정을 지키고, 자원 관리 정책에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결국 소비자 자신을 위한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겨울철 대구탕 한 그릇이 단순한 별미를 넘어, 바다 생태와 식문화, 건강까지 이어진 긴 사슬 위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피로가 쌓이고, 혈관과 피부 건강이 신경 쓰이는 계절. 칼로리는 낮게, 단백질과 영양은 풍부하게 채우고 싶다면, 여전히 대구는 겨울 바다가 내놓은 가장 실용적인 ‘흰살 보양식’ 가운데 하나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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