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0년이나 지났다. 우리에게 익숙한 ‘개그맨 최홍림’으로 세상에 발을 디딘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버렸다. 큰 키에 넘쳐흐르는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던 그가 벌써 60, 화려하고 파란만장했던 1, 2막을 지나 더 찬란한 인생 제 3막을 펼치고 있다.
[Cook&Chef = 안정미 기자] 처음부터 개그맨이 꿈은 아니었다. 1985년 친구의 권유로 함께 참가하게 된 KBS 대학개그제를 통해 첫 도전에 바로 개그맨이 된 최홍림은 노력과 도전, 행운이 힘을 발해 모두가 부러워할만한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짧지만 강렬했던 시간, 개그맨 최홍림하지만 아직 영글지 않은 나이였기에 당시에는 방송의 매력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지는 못했었다. 그의 사회생활은 혹독했던 방송가의 삶이 맞지 않는다 생각도 들어 단 몇 개월의 개그맨 생활을 뒤로 하고 잠시 다른 길을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1987년 다시 MBC 대학개그제 당선을 통해 최홍림이라는 이름을 더욱 알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우리에게 익숙한 ‘개그맨 최홍림’으로 변함없는 매력을 발휘하는 방송인이 됐다. 10여 년간 출연한 청춘만만세로 시청자들에게 기억되는 그, 긴 시간 ‘최홍림’의 이름 앞에 붙었던 개그맨 시절은 21세기가 시작되기 이전 막을 내렸지만 그의 인생은 그 2막이 오르고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다.
인생역전, 골퍼 최홍림으로 다시 태어나다
10년을 넘게 열정을 쏟았던 개그맨 활동을 잠시 뒤로하고 그는 방송국을 떠나 이전과는 다른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고, 열심히 살아가려 애를 쓰기도 했지만 어디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한가.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경험들도 여러 차례 그를 찾아 왔던 그의 젊은 날들이 안쓰럽기까지 할 정도다. 그리 순탄치만은 않은 시간들을 지나며 최홍림은 본가가 있는 미국행을 결심하게 됐다.
그렇게 그의 인생 2막은 미국행으로 시작되었다. 방송을 하지 않겠다 마음먹었던 그였지만, 어디 마음 먹은대로 되던가. 최홍림의 미국생활 속에서도 방송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개그맨 최홍림’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고, 그리운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런 그였기에 푹 빠져 정신없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절실했다. 그런 순간 우연히 찾아와준 운명이 바로 골프. 운명이라고 하니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랬다.
우연히 박세리 골퍼의 경기를 시청하게 되면서 ‘이거다!’ 라는 생각으로 다른 모든 것들은 잊고 매일매일 하루 종일 골프연습에만 매진해 버렸다. 무슨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냥 그때는 그에게 골프 뿐이었다. 이미 신체적인 조건이며 열정은 골프라는 스포츠에 적합하다 못해 넘칠 수 있게 타고 났으며, 이를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 연습에 몰입했던 시간들은 그를 골프와 방송을 이어 결국 그가 잘하는 것들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해줬다.
방송이 다시 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에 돌아온 그는 직접 발로 뛰면서 도전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골퍼 최홍림’을 알리기 시작했고, ‘김국진의 파워골프’ 등 인기 골프 프로그램 등에 차근차근 출연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6년 만에 프로가 되어 이제는 각종 골프의류 및 용픔, 골프클럽 등 다양한 업체들의 협찬이 이어지는 당당한 프로 골퍼의 모습으로 오랜 공백 속의 꿈을 드디어 이루었다. 그에게 있어 골프는 인생역전이다. 골프는 진실로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트로트 가수가 되어 맞이하는 인생 3막
그렇게 골프로 인생 2막을 멋지게 장식하고 난 후 어느덧 그의 나이가 60을 보는 지금의 최홍림은 삶과 일에 대한 열정만큼은 20대의 그것과 같다고 한다. 어느 하나 허투루 관심을 두지 않고 진심으로 몰입하는 그였기에 한 번 떠나보냈던 방송의 길도 현재 꾸준히 이어가고 있을 수 있었다. 프로그램 ‘동치미’의 최장 출연자로 시청자는 물론 제작진들에게도 든든한 동치미가족이 되어주고 있다. 프로 골퍼, 프로 방송인으로의 안정적인 생활을 지속하는가 싶더니, 그가 어느 날 트로트 가수가 되어 나타났다. 예능인이고, 체육인이며, 예술인인 것은 알겠는데 이렇게나 재주가 많고 열정이 가득했던가. 그의 인생 제 3막 ‘트로트 가수 최홍림’을 만나보니 흥이 넘치는 것은 물론 사람을 향한 정과 마음이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최근 SNS를 통해 트로트 가수 활동 소식을 널리 알리고 있는 그는 크고 작은 행사들로 상당히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수해도 되겠다’, ‘핸드폰이 어딨나’, ‘광주여자’ 등 벌써 6곡의 음원을 가진 가수이며, 지난 5월 ‘아끼지마’ 신곡을 발표하고 전국 많은 곳을 누비며 자신의 흥과 에너지를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사실은 노래를 그렇게 잘 하지는 못한다.”는 진심 고백을 들려줬지만, 겸손의 고백이었을까. 이미 KBS 가요무대에도 선 경험이 있는 진짜 트로트 가수다. 이런 그에게는 한수영이라는 실력자 프로듀서 겸 트로트가수가 늘 함께 있어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한다.
개그맨 최홍림에서부터 프로 골퍼, 트로트 가수까지 자신의 인생 3막을 들려주면서 그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인생은 나 혼자 잘났다고 잘 사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그는 뼈 속까지 공감하며 실감한 삶이라 이야기한다. 시간 시간을 돌아보며 이렇게 이야기해 보니 더욱 그러하단다. 다 담아낼 수 없지만, 40년의 시간 동안 고난과 역경, 힘든 시간도 수차례 찾아왔었다. 그렇지만 무너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던 데에는 그만의 열정과 도전이 있었다. 하지만 열정만으로 다 됐던 인생이 아니라는 것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힘들고 작아졌던 자신의 곁에는 늘 함께 하는 누군가가 있었고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여기까지 왔다. 다 기억하거나 인연을 이어가지는 못 할 수도 있지만 그런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멋진 중년의 최홍림이 있다는 것.
공감과 감사할 줄 아는 마음에 또 하나의 열정이 얹어져 그는 새로운 다른 꿈을 꾸고 있다. 파란만장했던 인생의 마지막 목표인 영화 제작의 꿈을 가슴 안에 꼭 끌어안고, 그 꿈을 향해 지금부터 최선을 다하는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트로트 가수 최홍림. 그에게 온 마음 다해 응원을 보내고 싶다. 인생은 60부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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