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 조리사 전성시대? NO, 조리사 품귀시대
온라인팀 기자
cooknchefnews@naver.com | 2018-01-15 22:21:53
외식산업에 종사하는 것이 지금처럼 좋게 평가되었던 적이 있었을까? TV를 틀면 조리사가 나오지 않는 채널을 찾기가 힘든 요즘이다. 겉으로는 외식산업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레스토랑 업주를 만나면 조리사 구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writer _이은호(셰프뉴스 대표 : robin@chefnews.kr | http://chefnews.kr)
Column - 조리사 전성시대 ?
“조리사 구하기, 갈수록 힘들어져”
세계적인 조리사 품귀현상과 한국의 외식시장 전망
해외의 사례를 찾아보니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미식 문화가 더욱 발달한 곳이나 유명 요리학교가 모여 있는 곳도 사정이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해외의 조리사 품귀현상
뉴욕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명 레스토랑 중 하나인 고담 바앤 그릴Gotham Bar and Grill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조리사로서 경력을 쌓기엔 최고의 장소였다. 세계 곳곳에서 매일 수십 장의 이력서가 새로 쌓였다. 하지만 지금은 실정이 다르다.
“주방에 한 자리가 비면 12개 정도의 이력서를 검토하고 3~4명의 사람을 불러 면접을 본 후, 한 명만 채용했죠.” 공동 대표인 셰프 알프레드 포테일Alfred Portale은 포츈지와의 인터뷰에 이처럼 답했다.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달라요. 일자리를 찾는 조리사 한 명이 보이면 12개의 식당에서 먼저 데려가고 싶어 난리죠.”
영국에서는 특히 ‘커리 셰프’가 부족하다. 영국의 커리는 한국의 짜장면과 같이 국민음식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세계대전 이후 1970년대까지 서인도제도와 인도, 방글라데시에서 대규모 이민으로 유입된 사람들이 음식문화도 함께 들여왔기 때문이다. 닭으로 요리하는 커리는 영국에서 재해석되었다. 치킨 티카 마살라로 불리는 이 음식은 현재 영국의 12,000개의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인기 메뉴가 됐다. 하지만 영국은 1970년대 이후로 이민법을 엄격하게 통제함으로 예전만큼 조리사를 쉽게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 그전까지 유입되었던 1세대 이민자들은 이미 은퇴할 나이에 다다랐고 그들은 자식들이 조리사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 커리 전문 조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7~8년가량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빈자리를 채우기 어려워 일주일에 2개 수준으로 계속 폐점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외신은 전체 커리 전문점 중 1/3가량이 폐점 위기에 놓이게 된다고 전망하고 있다.
호주의 레스토랑에선 실력과 경력을 갖춘 셰프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걱정이다. 호주에선 관광이 가장 주요한 산업 중 하나로, 전체 수출액의 11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급성장한 외식산업에 근무할 인력을 워킹홀리데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급했는데, 이 방법이 장기적으로는 해답이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워킹홀리데이는 여행객에게 여행비자를 제공함과 동시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인력이 부족한 직군에 근무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는 1년 근무 후 자국으로 돌려 보내야 하니, 장기 근속할 전문인력은 없어지고 짧은 경력의 조리사만 많아진 상황이다. 지난 14년 6월에는 호주 연방 이민부가 이민법 개정안을 통해 조리사(Chefs), 벽돌공(Bricklayers), 타일러(Tillers) 3개 직종을 부족직업군인 기술직종명단(Skilled Occupation List)에 추가했다. 영주권을 얻을 기회를 넓혀 주는 것인데 흔히 텔런트 비자라고 알려진 부족인력군 비자를 받으면 30개월을 지낼 수 있게 된다.
조리사 품귀현상의 원인과 한국 외식시장의 전망
이 같은 현상이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 외신에서는 TV에 나오는 셰프의 부작용과 빠른 성공을 원하는 청년층의 문화풍토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세계적인 조리사 '제이미 올리버'나 '앤서니 보댕'과 같은 조리사가 되길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하는 젊은이는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각종 미디어에 나오는 화려한 조리사의 모습은 기억되지만, 그들이 성공하기까지 기울인 치열한 노력은 간과된다. 어떤 직업군이든 통달의 수준에 달하기까지는 절대적인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기 마련이다. 조리사는 특히나 설거지와 허드렛일을 하며 배우는 시간을 감내해야 하는, 고된 육체노동을 하는 직종인데, 이와 같이 고된 일을 감당하겠다고 나서는 청년층은 많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에서도 전국 300여 개 대학에서 한 해 3만 명의 조리전공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지만, 이들의 전공 이탈률이 높아 정작 조리인으로 남는 인원은 얼마 되지 않는다.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수량을 맞추는 수준을 넘어, 정착할 수 있는 직업군이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과열된 외식시장이다. 미국의 경우 2009년 이후, 경제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레스토랑을 창업하기 좋은 환경이 마련됐다. 한국도 2008년과 비교해 5년 사이에 음식점 및 주점업 사업체 수가 10%가량 늘었다. 우리나라의 음식점은 인구 83명당 1개로 미국이 543명당 1개인 것에 비하면 6.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음식점당 연평균매출액도 1억 2000만 원으로 미국의 8억7500만 원에 비교하면 13.7%에 불과하다. 특히 한국에서는 영세한 생계형 사업자가 많고,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내는 식당은 적은 편이다. 이렇게 공급 과잉된 시장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적정 수준의 인건비를 지급하기가 어렵다. 조리사 품귀현상으로 피해받는 것은 식당 업주뿐만은 아니다. 기존에 주방에서 일하던 조리사도 일손이 달리니 주당 70시간 이상 일하며 빈자리를 메우는 상황이 생긴다.
조리사가 되길 꿈꾸는 젊은이가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좁히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이 될 수 없다. 공급 과잉된 시장에선 적정 수준의 인건비나 복지혜택을 제공할 수 없으니 몇 년 사이에 인력이 쏟아진다 하더라도 산업에 계속 종사하도록 붙잡아두기가 힘들다. 이 두 가지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지 못한다면 상황은 호전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리사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명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이 패러다임 이후엔 인력 부족 현상이 다가온다는 것을 해외 사례로 예상해볼 수 있다. 이미 한국에서도 갈수록 조리사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해외의 사례 또한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조리사를 육성하기에 필요한 7~8년의 시간을 대비하지 못한 경우이기 때문에, 산업적 관점에서 장기 근속가능한 조리사의 공급을 위한 노력과 지원이 필요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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