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영의 한식탐구] 비채나 장재학 셰프 인터뷰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4-22 17:10:41

한식의 원형을 지키며 오늘의 감각으로 빚어내는 요리, 그리고 쉬는 날에도 배움을 멈추지
않는 한 사람의 진심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비채나의 장재학 셰프를 인터뷰하고 싶었던 이유는 분명했다.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의 주방을 이끌면서도 쉬는 날이면 전통장을 배우기 위해 길을 나서고, 지역 음식과 향토 식문화를 익히며 한식의 뿌리를 더 깊이 들여다보는 그의 태도는 단순한 성실함을 넘어선 진정한 탐구의 자세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한식을 단지 조리의 기술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삶의 결을 품은 언어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은 오늘의 한식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번 인터뷰는 비채나에서 경험한 한식의 의미와, 요리사 장재학이 지금도 쉼 없이 이어가고 있는 배움의 시간을 따라가 보기 위해 마련했다.

Q1. 먼저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비채나에서 어떤 포지션을 맡고 계신지도 함께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한식 요리사 장재학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화요 그룹 내 ‘가온소사이어티’라는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식 레스토랑인 비채나에서 헤드셰프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사진=본인제공 /  정월대보름을 맞아 한 해의 건강과 풍년을 기원하며 만들어 먹었던 아홉가지 묵나물]

Q2. 셰프님이 처음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어린 시절의 기억이나 특정한 경험이 영향을 주었는지도 궁금합니다.
A. 사실 제가 왜 요리사가 되고 싶어했는지는 아직도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제 장래희망을 적어내는 칸에는 항상 요리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직업이었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기억합니다. 그래서 중학생 때 아버지께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제 고향인 인천에 있는 생활과학고등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 당시에 요리사란 직업이 지금만큼 각광받는 직업도 아니었고, 자기 자식이 사서 고생길을 걷길 바라는 부모는 없기 때문에 아주 강력하게 반대를 하셨죠. 아버지 말이라면 무조건 들었던 시절이었기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인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갔는데, 이상하게도 요리사라는 꿈을 쉽게 포기하지 못 하겠더라고요. 아버지께서 반대를 하셔서 그랬는지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열망은 더욱 더 커져만 갔고, 요리사로서 꼭 성공해서 아버지께 증명해 보이고 싶다는 욕심에 결국에는 조리과가 있는 대학교에 입학해 요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했던 선택이었기 때문에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아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만약 그 때 아버지께서 흔쾌히 허락해 주시고, 곧바로 조리고에 진학해 요리를 시작했더라면 오히려 더 미련 없이 중간에 포기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합니다.

Q3. 수많은 요리 장르 가운데 한식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셰프님에게 한식은 어떤 의미인지 듣고 싶습니다.
A. 한식을 선택한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한식을 먹고 자라왔기 때문에 제가 가장 완벽하게 잘 할 수 있는 음식이 바로 한식이기 때문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금수저’, ‘은수저’처럼 저는 ‘한식수저’를 쥐고 태어났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음식들보다 한식으로 맛을 내는 데는 자신이 있었고, 기왕 요리를 시작하게 된 거, 남들보다 더 완벽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에 한식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저에게 한식은 요리사로서의 자부심과 자긍심을 높여주는 동시에, 끊임없이 배움에 대한 욕구와 갈망을 느끼게 해주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진심을 다하게 되고, 잘 배워서 제대로 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Q4. 비채나는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이면서도 한식의 전통적인 요소를 섬세하게 풀어내는 곳이라는 인상을

[사진=본인제공 / 움파산적의 재해석. 간장양념에 재운 오리고기와 움파를 꼬치에 번갈아 꿰어 굽고, 우엉조림으로 만든 소스를 곁들인 오리적. ]

받았습니다. 셰프님께서는 비채나에서 경험하는 한식의 매력이나 특징을 어떻게 느끼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비채나는 전통한식에 기반을 두고 한식을 좀 더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내고 있는 곳이다보니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때, 만들고자 하는 메뉴의 원형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아예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오래 전부터 우리가 즐겨먹었던 요리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비채나만의 색깔을 입혀 재탄생 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한식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제가 느낀 우리 한식의 매력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역사와 문화가 빚어낸 다채로운 매력이 담긴 걸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는 비교적 좁은 면적임에도 그 안에는 수많은 강과 산맥들이 있고, 남북으로 길게 뻗은 지형,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인 지리적 특성 덕분에 각 지역마다 다양하고 독특한 식문화와 향토음식들이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대 한식의 근간이 되는 조선시대의 음식들은 엄격한 계급사회 속에서 발전되어왔기 때문에 상류층에서 즐기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음식에서부터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서민들의 밥상에 오르던 음식들까지, 이 비좁은 땅덩어리에서 나왔다고는 상상도 못 할 만큼 다양하고 다채롭다는 점이 한식의 가장 큰 매력이자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Q5. 최근 한식 다이닝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통을 현대적으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셰프님께서는 요리사로서 한식을 표현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나 태도가 있다면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A. 제 기준에서 한식을 현대의 관점으로 풀어내고 표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요리의 원형을 해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원형’은 단순히 특정 요리의 원래의 조리법이나 형태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의 흐름과 상황에 맞게, 소비자의 니즈(needs)에 맞춰 조리법을 살짝 변형하거나 새로운 조리법을 적용할 수도 있고, 요리의 형태를 바꾸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요리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는지, 그리고 그 요리가 그 요리로서 존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들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이러한 요소들은 절대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들이 빠진 요리는 더 이상 그 요리로서 인정받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한식을 현대적으로 표현하고자 할 때, 우리 한식의 원형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6. 비채나에서 일하시며 셰프로서 가장 크게 배우고 성장했다고 느낀 순간이나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비채나에서의 경험은 아니지만, 비채나가 속해있는 ‘가온소사이어티’에서 운영했던 ‘가온’이라는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던 때 미국 나파밸리에 있는 ‘The Restaurant at Meadowood’에서 주관했던 포핸즈 디너(4hands dinner) 행사에 초대되어 가온의 일원으로서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 내 요식업계에서는 꽤나 유명하고 큰 행사였고, 다이닝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만큼 전설적인 셰프인 토마스 켈러도 그 날의 손님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떨리면서도 기대가 컸던 행사였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느라 서비스가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지만, 식사를 다 마치고 주방에 들어온 토마스 켈러 셰프가 오늘 저녁 식사는 정말 최고였다며 두 엄지를 치켜들어 보여주던 그 순간이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아마 죽을 때까지도 절대 잊을 수 없을 겁니다. 당시의 저는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매너리즘과 슬럼프를 겪으며 한식에 대한 열정이 식어가고 있던 상태였는데, 그 행사를 통해 아주 큰 깨달음을 하나 얻게 됐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그들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것이라는 것을, 내가 하고 있는 한식이 정말 대단하고 매력이 넘치는 요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한식을 하는 요리사로서 엄청난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매우 값진 순간이었습니다.

Q7. 셰프님이 쉬는 날에도 기순도 명인분을 찾아 전통장을 배우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전통장을 직접 배우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저는 영암에 있는 ‘김명성 참발효연구소’라는 곳에서 전통장에 대해 처음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전통장을 배우게 된 계기는 정말 별거 없었습니다. 한식을 하는 요리사로서 모든 한국음식 맛의 바탕이 되는 장 하나 담글 줄 모른다면 어디 가서 한식요리사라고 얘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전통장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또 새롭게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Q8. 실제로 전통 장을 배우며 느낀 점이나, 레스토랑 요리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처음 우리의 전통장에 대해 배울 때는 사실 굉장히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습니다. 장 담그는 법이 담긴 책들마다 다 내용이 달랐고, 정확한 재료의 양 또한 알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직접 배우러 다니는 곳마다 장 담그는 법이 다 달라서 도대체 어떤 방법이 제대로 된 방법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혼자서 고민하고 헤매다가 결국에 답을 찾았죠. “아! 지역마다, 집집마다 장을 담그는 재료와 환경, 그리고 사람이 다르니 각각의 레시피가 다 다를 수밖에 없겠구나. 이게 진정한 요리구나.”
우리의 전통장을 배우면서 느꼈던 것들이 지금까지 제가 요리를 대하던 생각과 마음가짐까지 바꾸게 해주었습니다. 처음 요리를 시작했을 때부터 레시피를 보며 요리했고, 한때는 좋은 레시피들을 모으는 데 욕심을 갖기도 했고, 레시피에 나와있는 대로 요리하기를 고집했던 제 자신이 너무나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맛있는 장을 담그는 방법과 좋은 요리를 만드는 방법은 꽤나 닮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콩을 찾아 깨진 콩을 걸러내듯 좋은 식재료를 찾아 골라내고, 콩 종류나 콩의 묵은 정도에 따라 삶는 시간을 달리하듯 식재료의 물성과 특징을 파악하여 그에 맞는 조리법을 선택하고, 계절과 쓰임새에 따라 소금물의 염도와 양을 달리하듯 주변환경과 목적에 따라 유연하게 생각하고 대처할 줄 알아야 진정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9. 최근에는 지역 음식과 향토 식문화에도 관심을 가지고 배우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셰프로서 지역 음식을 배우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A. 우리나라 각 지역의 향토음식을 배우는 것은 한식 요리사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일이며, 한식을 하나의 문화로써 인식하고 이해하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전통한식’이라고 하면 궁중음식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궁중음식은 우리 한식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고, 우리 한식의 본질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게 되면 꽤나 많은 요소들이 모여 한식을 이룬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향토음식이고, 우리나라 각 지역의 향토음식들을 배우고 연구하다 보면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 팔도의 향토음식들에 대해 하나하나 배워가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 한식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본인제공 / 조개구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요리. 게살과 가리비 무침 위에 새우를 갈아넣어 만든 초장, 볏짚에 훈연한 새조개와 캐비어젓갈을 올린 새조개구이.]

Q10. 하루 종일 주방에서 일하는 셰프에게 휴식도 중요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움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요리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기술인으로서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할 때는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기 때문에 가끔씩은 질릴 때도 있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칠 때가 많습니다. 안 그래도 업무시간도 길고 업무의 강도가 높기 때문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자 취미인 요리에 싫증을 느낄 때면 주방에서의 하루를 버티는 게 힘에 부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쉬는 날에는 제가 좋아하는 요리를 취미로써 즐기려고 합니다. 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해먹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해 정성껏 준비한 요리와 맛있는 술, 그리고 즐거운 대화가 함께하는 그 시간들이 저에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새로운 요리를 배우는 것도 같은 맥락인 셈이죠. 지금까지는 몰랐던 새로운 요리에 대해 배울 때면 처음 요리를 배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너무 신이 나고 재밌어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제 자신의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배움이 저에겐 곧 휴식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Q11. 셰프님이 요리를 통해 앞으로 표현하고 싶은 한식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A. 친근하고 익숙하지만, 너무 예스럽지 않으면서 다채롭고 색다른 매력을 지닌 한식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나아가, 제 요리를 통해 우리 한식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다.
요리사가 아닌 손님 또한 맛의 지휘자가 될 수 있는 우리 한식 고유의 상차림 문화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소개해 드리고 싶고, 우리가 미처 알지 못 했던 한식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요리들을 하고 싶습니다.

Q12. 개인적으로 영향을 받았거나 존경하는 셰프 또는 장인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제 짧은 요리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주시고,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은 ‘가온’의 김병진 셰프님입니다. 가온에서 함께 일하며 셰프님을 보고 요리사에게 요리를 대하는 마음가짐이란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됐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항상 진심과 정성을 담아 요리를 하고, 내가 관심을 갖고 애정을 쏟는 만큼 좋은 요리가 나올 수 있다는 큰 깨달음을 얻게 해준 분이시기 때문에 저에게는 스승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리고 지금, 요리를 제대로 시작한 지 딱 10년이 되던 해에 만나게 된 ‘통영음식문화연구소’의 이상희 선생님은 제 요리 인생의 제 2막을 열 수 있게 도와주시고, 아낌없는 가르침을 베풀어주고 계신 분입니다. 이제는 나만의 사상과 철학, 그리고 색을 담아낸 요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이 때, 가장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는 길라잡이 같은 분이시죠.

Q13. 앞으로 장재학 셰프님이 꿈꾸는 요리사로서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요?
A. 조금은 뜬금없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고등학생 때 제가 제일 좋아했던 과목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 당시 저는 한국 근현대사 시간이 제일 재밌었고, 다음 수업시간이 기다려질 정도로 좋아했던 과목이었죠. 그 중에서도 저를 가장 매료시켰던 부분은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의 독립을 위해 싸우셨던 독립운동가분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 깊이 다짐했죠. 잠깐 살다 가는 짧은 인생, 아주 미미할 지라도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서 내 이름 석 자만이라도 남기고 가자고. 지금까지도 제 인생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입니다.
질문의 답으로 돌아가자면, 저는 요리라는 언어로 제 생각과 가치관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제 요리를 통해 조금이나마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요리사가 되고 싶습니다. 요리를 처음 시작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제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는 ‘지속 가능한 미식’과 ‘한국음식의 매력과 가치에 대한 재발견’인데, 제 시선으로 바라보고 고민하며 생각해온 것들을 제 요리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장재학 셰프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한식을 대하는 마음이 결국 한 사람의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원형을 해치지 않으려는 신중함, 더 깊이 배우기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 현장을 찾아가는 성실함, 그리고 요리를 통해 더 나은 세상에 작게나마 긍정적인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다짐은 오늘의 한식이 어디에서 힘을 얻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한식을 향한 그의 열망이 단지 기술의 숙련이나 창작의 욕심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장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배우고, 향토음식 하나를 통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읽어내며, 자신이 만든 요리 안에 한국음식의 가치와 시간을 담아내려는 마음은 깊은 존경을 불러일으킨다.

비채나의 주방에서, 또 배움의 현장에서 쉼 없이 한식을 갈고닦아 가는 장재학 셰프의 앞날에 진심 어린 응원과 기대를 보낸다. 귀한 시간을 내어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데 깊이 감사드리며, 그가 앞으로 펼쳐 보일 한식의 다음 장면 또한 오래도록 주목하고 싶다. 한식을 향한 뜨거운 애정과 묵직한 책임감, 그리고 더 나은 맛과 의미를 향한 치열한 열정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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