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 바다가 건넨 뜨끈한 위로, '물메기'의 재발견

서현민 기자

cnc02@hnf.or.kr | 2026-01-30 23:59:25

[사진=제8동해호, 물메기 혹은 곰치로 지방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Cook&Chef = 서현민 기자]못생겨서 버림받던 '물퉁이', 겨울철 으뜸 해장국으로 등극

겨울바람이 옷깃을 매섭게 파고드는 겨울, 남도 포구의 식당가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물 냄새가 진동한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물메기'다. 흐물흐물한 몸체에 툭 튀어나온 눈, 넓적한 입까지. 생김새만 봐서는 선뜻 손이 가지 않지만, 한 번 그 국물 맛을 본 이들은 매년 겨울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버려지던 '물퉁이'의 화려한 귀환

과거 물메기는 어부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그물에 걸려 올라오면 재수가 없다며 다시 바다로 던져지기 일쑤였다. 이때 바다에 떨어지는 소리가 "떵-" 하고 난다 하여 '물퉁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하지만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배고픈 이들이 하나둘 끓여 먹기 시작하며 감춰진 진가가 드러났다. 비린내가 전혀 없고 솜사탕처럼 녹아내리는 살맛이 세상 어떤 생선보다 담백했기 때문이다.

겨울 김치와 물메기의 '환상적인 앙상블'

물메기 요리의 백미는 단연 '물메기국'이다. 맑게 끓여내는 지리도 좋지만, 1월이면 남도 지방에서는 잘 익은 겨울 김치를 썰어 넣고 칼칼하게 끓여낸다.

물메기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거의 없어 맛이 매우 깔끔하다. 여기에 김치의 산미와 시원함이 더해지면, 전날의 숙취는 물론 겨울철 쌓인 피로까지 한 번에 씻어내 주는 최고의 해장국이 완성된다. "국물이 시원하다"는 표현의 정점을 보여주는 순간이다.

겨울, 영양과 맛이 가장 깊어지는 시기

왜 지금 물메기를 먹어야 할까? 물메기는 12월부터 2월까지가 산란기로, 1월은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르고 영양분이 응축되는 시기다. 콜라겐이 풍부해 피부 미용에 좋을 뿐만 아니라, 아미노산이 풍부해 겨울철 떨어지기 쉬운 면역력을 지키는 데도 탁월하다.

투박한 겉모습 속에 누구보다 깊고 맑은 맛을 품은 물메기. 겉치레보다 내실이 중요한 요즘, 물메기 한 그릇은 우리에게 '진정한 맛은 겉이 아니라 속에서 나온다'는 소박한 진리를 전해주는 듯하다.

Cook&Chef / 서현민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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