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특수는 옛말?”… 설 농식품 소비, ‘실속·일상형’으로 대전환
조서율 기자
cnc02@hnf.or.kr | 2026-01-31 00:11:59
HMR·반조리 식품 의존도 심화 “투트랙 전략·못난이 농산물 활용 등 출하 전략 변화 시급”
이미지 생성 [chat GPT]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허세인·조서율 기자] 설 명절 농식품 소비 풍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이 늘면서 명절 특유의 대량 구매는 줄어든 반면, 가정 내 식사를 중심으로 한 일상적 소비와 간편식 활용은 명절 기간에도 이어지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농촌진흥청(청장 이승돈)이 수도권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 명절 농식품 구매 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설 명절에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비율은 63.9%로 전년 대비 12.4%p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설(51.5%)과 추석(62.5%)에 이어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명절 특수’ 대신 평소처럼… 집밥 먹어도 ‘조리는 간편하게’
차례를 지내지 않는 이유로는 여행(32.7%), 종교적 이유(25.4%), 차례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25.0%)이 주를 이뤘다. 귀향 계획이 있다는 응답도 47.3%에 그쳐, 절반 이상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여행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 연휴 기간 가정 내 식사 비중은 73.5%로 외식·배달·포장(26.5%)보다 월등히 높았다. 주목할 점은 집에서 밥을 먹더라도 조리 과정에 대한 외부 의존도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이다. 즉시 조리형 상품과 가정간편식(HMR), 반조리 식품 소비 비중이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으며, 이는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노동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이 늘었지만, 농식품 소비가 급감한 것은 아니다. 조사 결과 명절 기간에도 평소처럼 농식품을 구매한다는 응답은 46.2%로 나타났고, 평소보다 더 많이 구매했다는 응답도 36.3%에 달했다.
일상 소비 목적의 구매 품목은 육류(65.5%)와 과일류(19.0%)가 중심이었으며, 구매 장소는 대형마트(46.8%), 전통시장(15.6%), 온라인몰(14.2%) 순이었다.
차례상도 ‘다이어트’… 과일 품목 다양화·반조리 확대
차례를 지내는 가정에서도 간소화 바람은 거셌다. 응답자의 84.5%가 “과거보다 차례가 간소화됐다”라고 답했으며, 음식량과 가짓수를 줄이거나 일부 음식을 구매로 대체하는 경향이 강했다.
특히 손이 많이 가는 떡류와 전류는 반조리·완제품 구매 비중이 높았다. 차례 음식 준비 방식도 ‘일부 직접 조리+일부 구매’가 61.8%로 가장 많았고, 전부 직접 조리한다는 응답은 31.3%에 그쳤다.
전통적인 차례상 구성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사과, 배 등 전통적인 제수용 과일 외에도 가족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과일을 올리는 등 품목이 다양화되는 추세가 나타나, 향후 차례 구성 기준이 점차 완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명절 선물, ‘가성비·실용성’ 중심… 평균 구매 비용 6만 6천 원
설 명절 선물을 구매하겠다는 응답은 63.7%로 과반을 넘겼다. 선물 품목은 농식품이 77.1%로 공산품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주된 대상은 가족·친척이었다.
선물 가격대는 3~5만 원대가 가장 빈번하게 꼽혔으나, 전체 평균 선물 구매 비용은 약 6만 6천 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고물가 상황에서 받는 사람의 선호도와 예산을 고려한 ‘실속형 선택’이 두드러진 결과로 해석된다.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한 구매 패턴 역시 실용성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다.
“차례용·일상용 ‘투트랙 전략’ 필요”… 재구매 골든타임 노려야
전문가들은 명절 소비가 ‘차례용’ 중심에서 ‘일상 소비’ 중심으로 이동함에 따라 생산 및 출하 전략의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농촌진흥청은 구체적으로 ▲차례용과 일반 소비용을 구분한 ‘투트랙 전략’ ▲외관 기준이 완화된 일반 농산물(일명 못난이 농산물)의 명절 기간 일상 소비용 공급 확대 ▲가공 생산용 전용 단지 조성 ▲HMR 시장을 겨냥한 상품화 전략 등을 제시했다.
품목별로는 과일의 경우 차례·일상용 소량 구매 상품과 선물용 세트로 구분하고, 육류는 요리 목적별 부위 선택 상품과 프리미엄 선물 세트 등으로 차별화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설 연휴 직후에는 잔여 음식 소비 등으로 농식품 구매가 일시 감소하지만, 명절 이후 6~10일 이내에 재구매가 빠르게 회복되는 ‘재구매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농가와 유통업계는 이 시기를 겨냥해 탄력적인 물량 확보와 마케팅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 농업경영혁신과 위태석 과장은 “차례를 지내는 가정이 줄어들면서 설 명절 농식품 구매 행태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라며 “명절 소비 수요에 맞춘 상품 개발과 설 명절 이후 소비자들의 재구매 시점에 맞춘 탄력적인 출하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Cook&Chef / 조서율 기자 cnc02@hnf.or.kr
Cook&Chef / 허세인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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