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 수리취떡과 제호탕에 깃든 여름의 지혜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05-31 07:00:18

잊혀가는 명절 음식의 기록과 의미를 되살리다 제호탕(왼쪽)과 수리취떡(오른쪽)  사진 = 한식진흥원

[Cook&Chef = 이경엽 기자] 음력 5월 5일, 단오(端午)는 예부터 더위를 이기고 건강을 기원하는 명절로, ‘수릿날’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이날엔 수리취떡을 찌고, 제호탕을 마시고, 앵두화채를 나누며 한 해의 무병과 풍요를 기원했다. 단오 음식은 단순한 절기 음식이 아닌, 제철 식재료와 생활철학이 맞물린 민속문화의 총체이기도 하다.

단오의 세 가지 대표 음식: 떡과 탕, 그리고 화채

한식진흥원에 따르면 단오에 가장 대표적으로 즐기던 음식은 수리취떡, 제호탕, 앵두화채다.

수리취떡은 산에서 나는 쑥이나 수리취로 만든 떡으로, 수레바퀴 모양의 떡살을 이용해 모양을 내 ‘수리취떡’이라 불리게 되었다. 수리취는 약성이 강하고 잡귀를 쫓는다고 여겨져 벽사(辟邪)의 의미도 지닌다.

제호탕은 궁중과 민간 모두에서 애용한 여름철 건강 음료다. 오매육, 초과, 백단향 등의 약재를 넣어 만든 이 음료는 《동의보감》에 따르면 심열(心熱)을 내리고 갈증을 멎게 해 더위를 견디는 데에 효과가 있었다.

앵두화채는 제철 과일인 앵두를 이용해 만든 음료다. 잘 익은 앵두를 씻어 씨를 빼고, 물과 꿀에 앵두를 넣고 끓여 식힌 후 마셨다. 새콤달콤한 맛이 여름철 입맛을 돋우며 피로 회복에도 좋다고 전해진다.

제철 재료가 지닌 여름철 지혜

단오에는 수리취, 쑥, 창포, 익모초 같은 식물들이 자주 쓰였다.

한식진흥원은 “일 년 중에서 가장 양기가 왕성한 날인 단옷날 중에서도 오시(午時)가 가장 양기가 왕성한 시각이므로, 이때 익모초와 쑥을 채취해 식용하거나 즙을 내 마시는 풍습이 있었다”고 전했다. 익모초는 여름철 식욕 증진과 몸 보호에 효과적인 약초로 알려져 있다.

창포는 삶아 창포탕을 만들어 머리를 감는 데 사용되었다. 《해동죽지》에는 "창포물로 머리를 감으면 모든 병이 사라진다"고 기록돼 있다. 또 창포로는 술도 빚었는데, 이는 고려시대의 《포은집》, 《목은집》을 비롯해 조선시대의 《동의보감》, 《임원경제지》 등 여러 문헌에 등장한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석창포 뿌리즙 다섯 말에 찹쌀 다섯 말을 넣고 삶은 뒤, 고운 누룩 다섯 근과 잘 섞어 숙성시켜 가라앉힌 다음 웃물을 떠내 마셨으며, 이 술을 오래 복용하면 신명을 맑게 하고 장수에도 이롭다고 전해진다.

수리취떡  사진 = 한식진흥원

민간신앙과 명절 음식의 상관관계

단오 음식에는 건강, 정화, 벽사의 상징이 깊게 깃들어 있다.

전통 농경 사회에서 단오는 모내기라는 큰일을 마친 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전 지내는 중요한 명절이었다. 이 시기 사람들은 갈증과 더위를 이겨내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보양 음식을 즐겼다.

동시에 단오 음식에는 풍년과 집안의 평안, 그리고 개인의 건강을 기원하며 잡귀를 쫓는 벽사(辟邪)의 의미도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사라지는 전통과 남은 노력들

오늘날, 단오 음식 문화는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일부 지역과 기관의 노력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한식진흥원이 운영하는 한식문화공간 ‘이음’에서는 매달 한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한식놀이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올해 5월에는 단오를 맞아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수리취떡 무늬 찍기 체험을 무료로 제공하며, 전통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식진흥원은 “이 같은 체험 프로그램이 젊은 세대에게 전통을 알리는 작은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단오 음식은 단순한 향토 음식이 아니라,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던 조상의 마음이 깃든 생활의 유산이다.

한 그릇의 떡과 한 잔의 탕에도 절기의 지혜와 민간신앙이 담겨 있다. 오늘날 같은 바쁜 시대에도, 잠시 시간을 내어 전통을 되새겨보는 일은, 바쁜 일상 속에서 전통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지만 깊은 실천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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