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고 10분 걷기’는 마지막 10년을 위한 건강보험
채수완
| 2026-06-29 17:30:25
[Cook&Chef = 채수완 박사] 요즘 장례식장에 가보면 고인이 90세를 넘긴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92세, 95세, 98세.
이제 오래 사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꾸준히 늘어나고, 세계 최고의 장수 국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장례식장에서 늘 다른 질문을 떠올립니다.
“그분은 마지막 10년, 20년을 어떻게 사셨을까? 건강하게 걸어 다니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셨을까? 아니면 병원과 약에 의존하며 생활하셨을까?”
오래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게 건강하게 사는 것입니다.
저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약리학을 전공했습니다. 특히 심장 약리학을 연구하면서 질병을 치료하는 약의 효과와 부작용을 공부하고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평생 약을 연구해온 저에게 음식은 원래 연구의 중심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20여년전 제 연구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정부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제도를 도입하면서 식품의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임상 연구 인프라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저는 농생명 자원과 의학을 연결하는 기능성식품 임상시험센터 설립에 참여해 20여년 동안 400건에 가까운 음식과 식품의 임상시험을 수행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기능성식품의 효과를 평가하는 게 주요 관심사였습니다. 그러나 연구를 거듭할수록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사람의 건강은 유전자도 중요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식생활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금도 기억에 남는 연구가 있습니다.
고혈압과 당뇨병 약을 여러 개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식식단의 효과를 평가한 임상시험이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12주 동안 한식 식단을 제공했습니다. 놀랍게도 여러 건강 지표가 개선되었고, 당화혈색소도 의미 있는 감소로 나타났습니다.
처음에는 저를 포함한 연구진도 음식이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수많은 세대를 거쳐 현재 우리가 먹는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건강을 바꾸는 강력한 도구라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경험은 저의 연구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약도 중요하지만 식사,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와 같은 생활습관이 건강수명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여러 대학의 교수들과 함께 대한라이프스타일의학회를 설립하고, 지금도 건강수명을 늘리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가 임상 연구에 참여한 중년 이후의 참가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오래 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끝까지 독립적으로 사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실제로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생활을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독립적인 생활 능력을 잃기 때문입니다. 걷기 어렵고, 계단을 오르기 힘들고, 스스로 식사를 준비하기 곤란해질 때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저는 건강을 ‘건강연금’이라고 달리 부릅니다. 국민연금은 젊을 때 조금씩 적립해 노후에 사용합니다.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먹는 음식, 오늘 걷는 걸음, 오늘 밤의 수면이 차곡차곡 쌓여 미래의 건강을 만들어 냅니다.
앞으로 이 연재에서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만 이야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왜 사람은 늙는지, 어떤 식사가 건강수명을 늘리는지, 김치와 된장 같은 발효식품은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운동과 수면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최신 연구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지 소개하려고 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건강한 백세시대를 준비하는 여정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 채수완박사의 한 줄 처방
오늘 저녁 식사 후 10분만 걸어 보십시오. 건강수명은 오늘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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