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사회, 침묵 속의 인구 재앙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06-29 09:31:06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이경엽 기자] “2023년 합계출산율 0.72”
이 숫자는 더 이상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10년 넘게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 중이며, 정부는 수조 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정말 ‘아이를 안 낳는 것’이 문제일까, 아니면 ‘못 낳는 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난임,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난임 진료를 받은 부부는 약 23만 8천 명, 이는 전체 가임기 부부의 약 20~30%에 해당한다. 게다가 2024년 상반기 출생아 중 유·사산아 비율이 34.1%에 달하며, 출산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남성과 여성 모두 생식 기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정자 수는 1ml당 1억 개 이상이었던 것이 4천만 개 이하로 줄었고, 여성의 경우 2030대의 난자 상태가 생물학적 4050대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있다.
김성민 사단법인 한국농식품융합연구원 원장은 “우리 사회는 건강 문제를 결과 중심으로만 바라봐 왔다.”며 “그러나 난임은 결과가 아니라 식생활, 환경, 스트레스 등 복합적 요인의 축적된 결과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진심으로 해결하려면 ‘몸의 상태’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인의 밥상이 불러온 난임의 재앙
재단법인 활농의 저서 『흙이 생명이다』는 난임의 근본 원인을 ‘식생활 붕괴’로 진단한다. 2008년 전북대병원과 농식품부가 공동 수행한 임상실험에서는 한식 식단이 정자 수와 운동성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정운천 재단법인 활농 이사장은 “된장, 김치, 고추장 등 발효 한식은 단순히 전통 식품이 아니라, 인류 생존에 필수적인 ‘미생물 기반 생명식품’입니다.”며 “장내 환경이 곧 면역과 호르몬 체계를 좌우하고, 이는 생식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서구화된 식단과 인스턴트 위주의 식생활은 인슐린 저항성, 만성 염증, 호르몬 불균형을 유발하며 난임을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발효식품이 줄어든 식단은 장내 미생물 다양성도 감소시켜 전반적인 건강 수준을 떨어뜨린다.
'출산 장려금'의 한계, 진짜 해답은 어디에?
지금까지 정부의 출산 대책은 금전적 지원에 집중돼 있으나, 이 정책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에는 무력하다. 난임 문제는 고가의 의료기술 이전에, 식습관과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채수완 전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약리학 교수는 “현대인의 식단은 열량은 넘치지만 생식 건강에 필요한 항산화 성분, 미네랄, 필수지방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특히 염증을 억제하고 세포를 보호하는 물질이 부족하면 정자와 난자의 품질은 급격히 저하돤다”고 경고한다.
사람 농사가 벼농사보다 못한 시대
특히 도시에서 자라는 20대 남성의 정자 수가 농촌의 40~50대보다 낮다는 통계는 우리 사회의 식습관과 환경이 얼마나 생식 건강에 해로운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농업에서는 ‘밭 갈기’부터 시작하듯, 생명도 ‘몸 만들기’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운천 이사장은 “몸이라는 밭이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리 의료기술이 발달해도 생명이 자랄 수 없다.”며 “출산 정책을 단지 출산율 수치 개선이 아니라, 국민 건강 복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패러다임, ‘건강한 몸’에서 시작하다
출산은 사회적 제도나 경제적 지원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건강한 몸을 만드는 식습관 개선과 예방 중심의 생활 관리가 우선되어야 한다. 정부 정책도 의료적 접근에서 벗어나 예방의학과 기능의학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김성민 원장은 “출산 정책은 이제 경제·복지 중심에서 ‘식문화 기반 건강 회복’ 중심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며 “국민의 밥상이 회복되지 않으면, 생명도 회복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 시리즈의 다음 회에서는 실제로 음식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난임을 극복한 사례와, 현장 전문가의 심층 분석을 통해 밥상이 어떻게 생명의 조건을 되찾게 해줄 수 있는지 살펴본다.
※ 이 기사는 재단법인 활농의 서적 『흙이 생명이다』, 난임 치유 프로그램, 전문가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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