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에 콘텐츠를 더하다! 시장에서 열리는 이색 축제

허세인 기자

cnc02@hnf.or.kr | 2025-10-14 18:09:50

부산은 맥주·서천은 도토리묵… 전통시장 활성화 기대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허세인 기자] 예로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시민의 밥상을 책임져 왔던 전통시장. 1990년대부터 급속도로 성장한 전자상거래 시장과 대형마트의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이유로 쇠퇴를 거듭하고 있다.

올해 두 차례 발급된 민생회복 소비쿠폰 덕에 매출이 적잖게 늘었지만, 이 효과를 꾸준히 이어가려면 뾰족한 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방문율도 분명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체류 시간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노후된 시장 환경을 개선하고 단속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체류 관광객이 늘어날까?

경북 안동시에서는 작년, 전통시장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전통시장 왔니껴 투어’를 진행했다. 25명 이상 단체 관광객이 안동 전통시장에서 2시간 동안 머물며 장을 보면 개인 인센티브 1만 원과 차량 임차비(35만 원)를 지원하고, 전담 해설사가 붙어 안동 관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약 1만 2천 명이 찾는 성과를 냈다.

이처럼 시장에 사람을 불러오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아직은 지자체별 기획력에 의존하는 터에 전통시장 활성화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어떻게 하면 전통시장에 활기를 더하고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을까. 그 답은 시장을 단순히 물건만 파는 공간이 아니라 즐거운 공간으로 만드는 게 아닐까. 이에 어떤 시장들은 시장 안에 축제를 끌어들였다.

사진 = 부산시

부산에서 맥주에 빠져보이소

부산 반여2동시장에서는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반여·할인·맥주 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전통시장 판매촉진 릴레이’의 다섯 번째 행사로, 전통시장 먹거리와 맥주를 결합해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계획됐다.

상인회가 직접 만든 안주를 판매하며 안주류 5천 원 이상 구매 시 무료 맥주 쿠폰을 제공한다. 시장 중앙에 조성된 맥주거리 포차촌에서 특별한 음주 경험을 누릴 수 있으며, 매일 제공되는 최대 1만 원 할인쿠폰으로는 시장 먹거리를 저렴하게 구매 가능하다.

상인들이 만든 먹거리를 시민 시식단이 평가하는 ‘반여할매할배 요리 맛보기 경연대회’, ‘맥주 소믈리에 대회’, ‘섬세한 맥주왕 대회’ 등 재밌는 행사도 이어진다. 전통시장의 빈 점포는 대학생을 포함한 청년층이 ‘복고풍 사진관’과 ‘반여 벼룩시장’으로 꾸린다.

SNS 주이용층을 대상으로 축제 참여를 유도하는 ‘반·할·맥 회식비 지원 이벤트’도 눈길을 끈다. 지역 기업체 직원 혹은 대학생 5인 이상으로 구성된 팀이 축제 홍보 포스터를 SNS에 업로드한 후 QR코드를 통해 신청하면 선정된 팀에 안주 교환권(5만 원)과 무료 맥주 쿠폰(1인당 2매)을 제공한다.

사진 = 서천군

서천으로 묵 쑤러 갈까유

충남 서천 판교전통시장 일원에서는 10월 17일과 18일, ‘제3회 판교 도토리묵 축제’가 열려 방문객을 맞이한다. 지역 특산품인 ‘판교 도토리묵’ 홍보를 위해 개최하는 이번 축제에는 도토리묵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이 열린다.

도토리묵은 서천6미에 해당하는 음식으로 서천문화대전에 따르면 예전부터 판교면에는 도토리나무가 많아 집마다 도토리묵을 만드는 전통이 있었다. 개개인이 직접 묵을 쑤어 시장에 내다 팔 만큼 가계 수익에 보탬이 되는 효자 특산품이기도 했다. 도토리 가루와 천일염만 사용해 만든 판교 도토리묵은 떫은맛이 덜하고 탱글탱글해 그 이름이 다른 지역으로도 알려져 왔다.

도토리묵을 제대로 만들려면 인고의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열매를 따서 바짝 말린 후 알맹이를 분리해 물에 담갔다가 다시 말린 후 가루를 낸다. 가루를 물에 담가두면 위층에는 갈색 물이 뜨고 아래층에는 앙금이 생기는데, 이 과정을 3번 정도 반복한다. 끓일 때도 끈기가 생길 때까지 저어야 한다.

축제에 참여하면 손이 많이 가는 도토리묵을 비교적 편하게 쑤어볼 수 있으며 ‘묵·야채 무쳐먹기 체험’, ‘향토음식·지역특산물 판매 부스’ 등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과 장터가 운영된다.

시장으로 이끄는 또 다른 힘 ‘내실 있는 콘텐츠’

저렴한 가격은 일시적인 방문을 부르지만 잘 만든 콘텐츠는 ‘한 번 더 가고 싶은 시장’을 만든다.

시장에 오래 머물다 보면 끼니를 해결하게 되고, 좌판에 깔린 물건들에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물건을 사려는 목적의 방문이 아니어도 충분히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마다 특색을 살려 행사를 기획한다면 전통시장이 예전과 같은 활기를 되찾는 게 머지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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