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 후보의 식탁 ④] 이재명 후보 “어머니가 해주신 얼갈이 국수, 죽기 전 마지막 한 그릇입니다”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05-29 14:29:48

[Cook&Chef 기획 인터뷰 - 제21대 대통령선거 특집] 경남 양산 소소서원에서 송기인 신부와 차담을 나누는 이재명 후보사진=더불어민주당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대통령 후보들은 어떤 식탁 위에 앉아 있을까.


쿡앤셰프는 제21대 대통령선거를 맞아, 각 후보자들의 음식 취향과 식생활 철학을 조명하는 인터뷰 시리즈 〈21대 대선 후보의 식탁〉을 준비했다.


‘한 끼’의 소중함을 이야기할 시간. 후보자들의 입맛 속에서 우리는 그들의 감성과 가치관,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읽을 수 있다. 이것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이자,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이 기사는 지난 2021년 7월 15일 유튜브 채널 ‘황교익TV’에 공개된 ‘이재명이 죽기 전에 꼭 먹고 싶은 음식이 뭘까?’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이재명 후보가 언급한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이재명 캠프의 서면 인터뷰는 수신되지 않아 본인의 최근 입장을 반영하지 못한 점 양해 바랍니다.

[Cook&Chef = 이경엽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쿡앤셰프는 각 정당 및 무소속 후보들을 대상으로 식생활 철학을 묻는 특별 기획을 진행 중이다. 마지막 시리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다.

이재명 후보가 선택한 ‘죽기 전 마지막 한 끼’는 화려한 미식이 아닌, 유년의 기억을 담은 한 그릇 국수였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황교익TV’에 출연한 이 후보는 “어머니가 해주시던 국수가 지금도 가장 맛있고 그립다”고 말했다.

“기계로 뽑은 국수를 삶아 찬물에 헹구고, 데친 얼갈이 배추를 얹습니다. 파를 송송 썰어 올리고, 차가운 물에 간장을 탄 간장물에 오이채를 올려서 먹던 국수예요. 마루에 가족이 다 함께 둘러앉아 먹었던 그 여름 점심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국수 위엔 단순한 재료보다 소중한 기억과 가족의 온기가 얹혀 있었다. 가난하지만 함께였던 시간. “힘들었지만, 행복했어요”라는 말에는 삶을 돌아보는 그의 태도가 녹아 있었다.

그는 “당시엔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던 안동의 산골 마을에서 살았고, 먹을거라곤 손에 꼽을 만큼 부족했다”며, “그래서 국수 한 그릇이 너무나 큰 별미였다”고 회상했다.

“가족이 마루에 둘러앉아 한 그릇을 나눠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따뜻하고 든든한지, 지금도 그때의 온기가 떠오릅니다. 단순한 맛이 아니라 마음이 담긴 음식이었어요.”

“감자는 쳐다보기도 싫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감자, 수제비, 조밥, 호박죽 같은 음식들을 지금도 피한다고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것들이 그의 ‘주식’이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한 끼니였던 음식은 시간이 지나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감자를 주식으로 먹었어요. 매 끼니마다 감자뿐이었으니까요. 수제비도, 조밥도, 호박죽도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라 손이 잘 안 갑니다. 그땐 소금만 탄 맹물에 밀가루를 풀어 만든 수제비를 먹고, 보리개떡을 먹을 때마다 목이 까슬까슬하게 긁히곤 했죠.”

보리개떡에 대한 기억도 선명했다. “보리 껍질을 그대로 섞은 떡이라 목을 찌를 정도였어요. 까끌까끌했죠. ‘개떡 같은’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닐 겁니다.” 어린 시절 먹었던 음식의 식감과 향, 씹는 느낌은 여전히 생생하게 몸에 남아 있는 듯했다.

이 후보는 “힘들었던 시절의 음식은 몸이 먼저 거부합니다. 살아내기 위해 먹었던 음식은 맛이 아니라 기억이 남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단지 맛있는 음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을 먹어야 했던 이유와 배경을 함께 이야기했다.

꿈꾸던 과일 한 입 – 삶아 먹던 복숭아

이 후보의 유년 시절엔 ‘복숭아’도 사치였다. 동네에 열린 복숭아를 익기 전 따먹고 배앓이를 하기도 했다. 결국 독성을 없애기 위해 복숭아를 삶아 먹었다고 했다.

“복숭아가 익기도 전에 따서 먹고 배탈이 나곤 했어요. 그래도 먹고 싶으니까, 나중에는 삶아서 먹었습니다. 삶으면 쓴맛과 독기가 빠져서 부드러웠거든요. 잘 익은 복숭아 하나가 어릴 적 꿈이었습니다.”

그가 기억하는 음식은 단순히 먹었던 것이 아니라, 삶의 조건이 만들어낸 창의적인 생존 방식이었다. 먹을 게 없어 고안했던 방법,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낸 특별한 미각. ‘복숭아를 삶아 먹는다’는 말 속에는 결핍과 꿈이 함께 배어 있었다.

음식은, 사람을 만든다

그는 ‘황교익TV’에서 자신이 정치적 공격을 많이 받아온 인물이라고 소개하며, “그 모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건 가족, 특히 아내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밥상의 기억이 있었다.

“저는 욕을 제일 많이 먹은 정치인 중 한 명일 겁니다. 그런데 가족들이 함께 견뎌줬어요. 특히 아내가 많이 참아줬기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의 식탁은 단순한 미각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함께했던 기억’이며, ‘사람을 버티게 한 삶의 끈’이다. 정치의 말보다, 음식의 한 그릇이 더 많은 이야기를 품는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어릴 적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한 끼가 전부였고, 지금은 그 한 끼가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식탁은 결국 ‘기억의 식탁’이며, 가난했지만 진심으로 행복했던 시간을 반추하는 인생의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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