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 불황의 거리를 녹인 달콤한 반란

길라떼 기자

cnc02@hnf.or.kr | 2026-01-17 17:16:40

7000원짜리 쿠키 하나가 일으킨 소비 심리와 자영업 생존의 경제학, SNS 타고 번진 디저트계의 신드롬 심층 분석 사진 = 이경엽 기자

[Cook&Chef = 길라떼 기자]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어느 저녁, 경기도 안양의 한 상가 건물 앞은 계절을 잊은 듯한 열기로 가득했다. 퇴근길을 재촉하던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건물 밖 인도까지 길게 늘어선 행렬. 그들의 시선 끝에는 화려한 간판도, 웅장한 입구도 아닌, 오직 하나의 디저트를 향한 뜨거운 기다림이 있었다. 바로 ‘두바이 쫀득쿠키’, 일명 ‘두쫀쿠’가 빚어낸 21세기 한국의 새로운 풍경이다.

이 작은 쿠키 하나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SNS 타임라인은 온통 초록빛 피스타치오 크림과 쫀득한 마시멜로의 향연으로 물들었고, ‘#두쫀쿠’ 해시태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수만 개씩 늘어난다. 단순한 디저트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사회 현상이자 경제적 신드롬으로 자리 잡은 두쫀쿠. 이 달콤한 반란은 꽁꽁 얼어붙은 소비 심리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갈망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시대의 자영업자들이 어떻게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감각적인 지표다.

차가운 겨울밤, 줄을 세운 작은 쿠키의 마법

"두쫀쿠 팔아서 강남에 아파트 산대." 행렬 속에서 들려오는 농담 섞인 속삭임은 이 열풍의 규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안양의 한 카페는 하루 세 번, 정해진 입고 시간에 맞춰 전쟁을 치른다. 3층 매장에서 시작된 줄은 계단을 휘감아 건물 밖까지 이어지고, 직원들은 경광봉을 들고 인파를 통제하느라 진땀을 뺀다.

이곳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의 트렌드 중심지 연남동 골목에서는 ‘두쫀쿠 팝니다’ 혹은 ‘두쫀쿠 품절’이라는 안내문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루 130개 한정으로 판매하는 한 매장은 오후 3시면 어김없이 문을 닫고, 어떤 곳은 안내문을 붙이자마자 30분 만에 모든 물량이 소진된다고 전한다.

입고 시작 35분 만에 터져 나오는 “대왕 사이즈 품절입니다!”라는 외침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1인당 구매 개수 제한까지 걸었지만,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귀한 몸이 된 두쫀쿠 앞에서 소비자들은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이토록 기이하고도 뜨거운 현상은 대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두바이엔 없는 ‘두쫀쿠’, 무엇이 우리를 열광케 하나

흥미롭게도 이 열풍의 진원지인 두바이에는 ‘두쫀쿠’가 없다. 이 디저트는 지난해 유행했던 두바이 초콜릿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에서 재창조된, 지극히 한국적인 K-디저트다. 영국 BBC 방송이 ‘두바이 초콜릿에서 영감을 받은 디저트, 한국을 강타하다’라는 제목으로 이 현상을 조명할 정도니, 그 독창성과 파급력은 이미 국경을 넘을 준비를 마친 셈이다.

두쫀쿠의 매력은 복합적인 ‘경험’에 있다. 코코아 가루와 함께 녹여 얇게 감싼 마시멜로의 부드럽고 쫀득한 첫인상. 그 안을 채운 녹진한 피스타치오 크림의 고소한 풍미. 그리고 마지막 순간, 예기치 않게 터져 나오는 ‘파삭’하는 경쾌한 소리의 주인공, 카다이프. 실처럼 가는 중동식 면을 버터에 볶아 만든 카다이프의 바삭함은 쫀득함과의 극적인 대비를 이루며 한입에 다채로운 서사를 완성한다.

푸드투데이가 분석했듯, 이는 단순한 맛을 넘어 한 입에 다양한 식감과 자극을 전달하는 ‘도파민형 디저트’의 전형이다. MZ세대가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은 디저트를 단순히 먹는 행위를 넘어, 경험하고 공유하는 콘텐츠로 소비한다. 쫀득함과 바삭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식감, 반으로 갈랐을 때 흘러나오는 피스타치오 크림의 ‘인스타그래머블’한 비주얼은 그들의 인증 욕구를 완벽하게 충족시킨다.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 SNS에 올린 인증 사진 한 장이 대중적 인지도를 폭발시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두쫀쿠 맵’의 등장, 디지털로 번진 품귀 현상

품귀 현상은 오프라인의 줄 서기를 넘어 디지털 세상에서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헛걸음을 막기 위해 가게별 재고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두쫀쿠 맵’의 등장은 이 신드롬의 강도를 증명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원하는 지역의 카페 위치와 재고 수량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이 지도는 한 개발자가 “여자친구가 두쫀쿠를 너무 사랑해서 사주려다 보니 재고 확인이 번거로워 직접 만들었다”는 사랑스러운 동기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기술의 속도마저 광풍을 따라잡기는 어려웠다. 앱에 재고가 10개 남았다는 표시를 보고 달려가도, 도착하는 10분 사이 현장 손님들이 모두 채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스마트폰 지도 앱을 보며 숨을 고르던 한 아버지는 “초등학생 딸이 학교에서 난리라며 노래를 불러 사러 왔다”며 허탈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러한 열기는 관련 상품 검색량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에 따르면, 작년 12월 ‘두바이 스프레드’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 검색량은 두 달 전보다 각각 796%, 643%나 폭증했다. 직접 만들어 먹으려는 수요까지 가세하며 두쫀쿠는 하나의 거대한 문화적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구글 트렌드 검색량 역시 작년 10월 ‘0’에 수렴하던 것이 불과 석 달 만인 올해 1월 최고치인 ‘100’을 기록하며 단기간의 폭발적인 관심 증가를 입증했다.

국밥보다 비싼 디저트, 자영업자의 달콤한 구원투수

두쫀쿠 열풍은 침체된 내수 경기와 얼어붙은 소비 심리 속에서 피어난 한 줄기 빛과도 같다. 특히 생존의 기로에 선 자영업자들에게 두쫀쿠는 단순한 유행 아이템을 넘어, 폐업 위기의 매장을 살리는 ‘치트키’이자 ‘마지막 동아줄’로 여겨진다.

130만 자영업자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는 연일 두쫀쿠 이야기로 뜨겁다. "두쫀쿠 할까요?"라는 질문에 "무조건 해야 한다"는 답이 달리는 것은 이제 공식처럼 굳어졌다. 폐업을 고민하던 동네 카페가 두쫀쿠 하나로 하루 매출 500만 원을 기록했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전설이 아닌 현실의 무용담이다.

더욱 흥미로운 지점은 두쫀쿠가 디저트 전문점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교적 습득이 용이한 레시피 덕분에 냉면집, 마라탕집, 일식집, 심지어 감자탕과 반찬 가게까지 업종을 불문하고 두쫀쿠 판매에 뛰어들고 있다. 배달 앱에서 두쫀쿠를 검색하면 상상치도 못한 가게들이 줄지어 나타나는 진풍경은 ‘전 업종의 두쫀쿠화(化)’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이들에게 두쫀쿠는 손님을 강력하게 끌어모으는 ‘앵커 프로덕트(미끼 상품)’이자 구세주인 셈이다.

열풍의 그늘, 원재료 대란과 가격의 비밀

하지만 이 달콤한 반란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존재한다. 평균 5800원에서 시작해 8000원을 훌쩍 넘고, 토핑에 따라 1만 원대에 진입하는 가격은 언뜻 폭리처럼 보일 수 있다. 뜨끈한 국밥 한 그릇과 맞먹는 가격표에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만, 자영업자들이 공개하는 속사정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재 두쫀쿠 시장은 ‘고수요-초저공급’이 맞물린 기형적인 구조다. 핵심 재료인 카다이프 면과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는 웃돈을 줘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주문 후 2주를 기다리는 것은 예삿일이며, ‘반짝 유행’일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재료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붙으면서 원재료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 대형마트는 올해 들어 피스타치오 가격을 20%나 인상하기도 했다.

음식 원가 분석 유튜버 ‘제로비’의 분석에 따르면, 1월 초 기준 두쫀쿠의 순수 재료비만 따진 원가율은 39.2%에 달한다. 일반적인 디저트 원가율이 25%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여기에 인건비, 포장비, 임대료 등을 더하면 실제 마진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 업주들의 하소연이다. 일부 매장에서 메뉴 하나를 시켜야 두쫀쿠를 살 수 있도록 하는 ‘끼워팔기’가 등장한 것도 이러한 절박함의 발로라 할 수 있다.

대기업의 참전, 트렌드에서 일상으로

하나의 트렌드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 대기업은 이를 놓치지 않는다. 식을 줄 모르는 두쫀쿠 인기에 식품·유통업계도 관련 신제품을 앞다퉈 출시하며 시장에 참전했다. 파리바게뜨는 ‘두바이쫀득볼’을 일부 직영점에서 선보였고, 편의점 CU는 ‘카다이프 초코 쫀득 찹쌀떡’을, GS25는 ‘두바이 쫀득 초코볼’을 각각 내놓으며 접근성을 높였다.

이는 두쫀쿠가 남긴 핵심 키워드, 즉 ‘피스타치오’와 ‘식감의 대비’가 이제 디저트 시장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존에 고급 원료로 일부 메뉴에만 쓰이던 피스타치오는 이제 케이크, 와플, 초코바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주인공으로 급부상했다. 하림이 출시한 ‘오!늘단백 밀크초코 피스타치오바’는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투썸플레이스가 선보인 ‘마쉬멜로우 초코 케이크’ 역시 쫀득한 마시멜로와 폭신한 시트의 식감 대비를 전면에 내세웠다. CJ제일제당은 반대로 카다이프의 바삭함에 집중해 구워낸 건강 스낵 ‘바삭’ 라인업을 확장했다. 이처럼 두쫀쿠가 촉발한 ‘식감 경쟁’은 디저트를 넘어 스낵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며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미식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허니버터칩과 탕후루를 넘어, 두쫀쿠가 남긴 것

두쫀쿠 열풍을 보며 많은 이들이 허니버터칩, 탕후루, 대만 카스테라와 같은 과거의 디저트 사이클을 떠올린다.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확산되지만, 그 열기는 언젠가 식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유행이 지나간 자리에 무엇이 남느냐다.

두쫀쿠는 우리에게 맛 이상의 것을 남겼다. 그것은 불황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찾으려는 소비자의 소박한 욕망이었고, 위기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려는 자영업자들의 치열한 생존 본능이었다. 또한, 디저트를 ‘먹는 것’에서 ‘경험하는 콘텐츠’로 소비하는 MZ세대의 문화를 명확하게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하림 마케팅팀 관계자의 말처럼, 앞으로도 MZ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은 맛과 식감을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한 제품들은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다. 두쫀쿠라는 이름은 언젠가 희미해질지라도, 그것이 남긴 ‘피스타치오의 고소함’과 ‘쫀득함 속 바삭함’이라는 즐거운 경험의 유산은 우리 식문화에 깊이 스며들어 또 다른 달콤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이다. 겨울의 거리에서 시작된 이 작고 달콤한 반란은 그렇게 우리 곁에 오랫동안 머물 것이다.

Cook&Chef / 길라떼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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