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인가 타코인가…한 손에 쥔 세계인의 맛, 다시 뜨는 타코 열풍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07-02 11:24:04
멕시코부터 김치전까지, 모든 것을 품는 ‘타코 리믹스’의 힘
[Cook&Chef = 이경엽 기자] 한 손으로 간편하게 즐기고, 무엇이든 싸서 먹을 수 있는 자유로움—지금 대한민국 외식업계는 ‘타코’라는 이름의 세계 요리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지난 1일 배달의민족이 발표한 2025 외식업트렌드 Vol.2에 따르면, ‘타코 리믹스’는 올해 외식 시장을 이끄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꼽혔다. 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외식업 창업과 메뉴 전략을 좌우할 실질적인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타코는 왜 다시 뜨고 있을까?
국내에서 타코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시기는 2016~2019년 무렵이다. 이후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한동안 주춤했지만, 2023년부터 다시 타코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재부상 배경에는 ‘해외여행 재개’와 ‘배달시장 성장’이라는 두 가지 축이 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타코에 대한 온라인 언급량이 멕시코 방문 한국인 수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는 것이다. 2024년 기준, 약 13만 명 이상이 멕시코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현지 음식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과 재현 욕구로 이어지고 있다. 팬데믹 이후 재개된 해외여행은 해외에서 접한 현지 음식 문화에 대한 국내 수요를 다시 자극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배달시장 성장과 타코의 궁합
2017년 약 2.7조 원 규모였던 국내 음식 배달 시장은 2024년 약 37조 원으로 14배 가까이 성장했다. 타코는 그 자체가 속재료를 싸서 먹는 구조여서 포장이 간편하고, 식후 처리도 수월해 배달 시장에 매우 적합하다. 살사, 과카몰리 등 건강한 이미지를 가진 재료를 사용하는 점도 햄버거·치킨 등 경쟁 메뉴에 비해 차별점을 만들어낸다.
실제로 배달의민족 플랫폼에서 타코를 판매하는 업소는 2022년보다 20% 증가한 2만 1천 곳에 달했고, 소비자 주문 건수 역시 2024년 기준 14만 5천 건에 이르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인의 쌈 문화와 타코의 자연스러운 결합
타코는 더 이상 ‘이국적인 음식’에 머무르지 않는다. 찜닭 타코, 김치전 타코, 고기구이 타코 등 다양한 한식 재료와의 결합을 통해 '타코 리믹스'는 점점 더 한국적인 형태로 진화 중이다. 전국 7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평화김해뒷고기’는 봄 시즌 한정으로 돼지 뒷고기와 부추 사워크림을 결합한 타코를 출시해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타코는 구조적으로 한국의 쌈 문화와 유사해 내적 친밀감을 형성하고, 동시에 이국적인 감성으로 신선함을 전달한다”고 분석한다. 이는 ‘이질감 없는 새로움’이라는 소비자 니즈와도 부합한다.
놀이성과 자율성, MZ세대를 사로잡다
MZ세대는 자신만의 조합을 중시한다. 소프트 타코에 원하는 속재료와 소스를 직접 넣어 싸먹는 방식은 놀이이자 창의적인 경험이다. SNS에서 유행 중인 ‘워킹타코(walking taco)’는 이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봉지에 담긴 부서진 토르티야 칩에 각자 좋아하는 재료를 넣고 섞은 뒤 봉지째로 들고 다니며 먹는 방식은 숏폼 콘텐츠와 결합돼 바이럴 요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타코 대중화의 대표 브랜드로 평가받는 ‘텍스멕스’는 1인 파히타 메뉴와 타코 전용 박스 개발을 통해 배달 효율성과 고객 만족도를 동시에 잡았다. 문정우 대표는 “타코는 조합이 무한하며, 어떤 재료도 어울리는 확장성 높은 음식”이라며, “포장과 간편성이 관건인 배달 시장에 최적화된 메뉴”라고 강조했다.
특히 1인 파히타는 고객이 스스로 타코를 완성할 수 있어 자율성과 놀이 요소를 동시에 제공하며, 만족도를 높이는 핵심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다.
타코는 유행이 아닌 진화하는 메뉴다
타코는 더 이상 고정된 레시피를 가진 하나의 요리가 아니다. 매장 콘셉트에 따라 수십 가지 버전으로 변화할 수 있는 '살아 있는 메뉴'로 진화하고 있다. 타코 리믹스는 외식업의 일시적인 트렌드를 넘어, 장기적인 변화를 이끄는 구조적 신호다.
쿡앤셰프는 본 기사를 시작으로, ‘모두의 한 그릇’, ‘전국구 로컬’이라는 두 가지 외식 키워드를 2편, 3편에서 연속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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