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서 찾은 한식의 진짜 대중성...1000명이 선택한 해장국과 비빔밥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naver.com | 2025-05-22 11:24:08
천안삼거리 최우수 메뉴 황태해장국 사진=한국도로공사 대전충남본부
고속도로 위 식탁에서 가장 사랑받은 메뉴는 황태해장국과 수제돈가스였다.
한국도로공사 대전충남본부가 22일 발표한 ‘고속도로 휴게소 식사류 고객평가 결과’는 이 같은 소비자 선택의 흐름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번 조사는 천안삼거리와 죽암(서울방향) 휴게소에서 실제 취식 고객 1,000명이 맛과 가성비를 기준으로 점수를 매긴 결과이며, 전통 한식이 이동 중 식사에서도 강한 신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수치로 입증했다.
천안삼거리 휴게소에서는 황태해장국(9.54점), 강된장호두비빔밥(9.52점), 돼지김치찌개(9.51점)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죽암(서울방향)에서는 수제돈가스(9.70점), 김치찌개(9.65점), 청명생명쌀 돌솥비빔밥(9.64점)이 상위를 차지했다.
이들 메뉴는 모두 익숙하고 실패 확률이 낮은 구성, 속을 채우는 따뜻한 국물, 전통적인 조리법에 기반한 음식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밥과 국, 반찬이 어우러진 형태의 음식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사람들이 낯선 길 위에서 가장 먼저 선택한 음식은 ‘화려한 요리’가 아닌 ‘기억에 남은 따뜻함’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결과가 단순히 휴게소 운영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이 빠르게 지나치는 공간에서조차 망설이지 않고 선택한 음식이야말로, 대중 미각의 집약된 표현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식 외식 브랜드, 프랜차이즈, 그리고 셰프들에게는 이 데이터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소비자 반응 그 자체다. 다시 말해, ‘어떤 메뉴가 사람들의 입에 가장 자연스럽게 맞는가’에 대한 가장 실제적인 답변인 셈이다.
죽암(서울) 최우수 메뉴 수제돈가스 사진=한국도로공사 대전충남본부
이번 조사에서의 단일 메뉴 최고점은 죽암(서울방향) 휴게소의 수제돈가스로 9.70점에 달했으며, 두 휴게소 모두 전체 평균 만족도 9점 전후를 기록했다. 이는 수천 개의 SNS 후기나 리뷰보다 신뢰도 높은 정성 데이터로, ‘먹은 사람이 점수를 준 음식’이라는 점에서 외식업계가 참고할 만한 정제된 소비자 미각 기준이다.
이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번 평가 결과는 고속도로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도 소비자들이 일관되게 ‘익숙하고 편안한 한식’을 선택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해장국, 찌개, 비빔밥처럼 단순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메뉴는 결국 이동 중이든 일상 중이든 소비자에게 가장 안전한 선택지로 작동합니다.
이러한 경향은 HMR(간편식) 제품이나 외식 브랜드의 주력 메뉴 전략에도 충분히 참고될 수 있으며, 향후 한식 대중화 방향을 설계하는 데도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입니다. 결국 ‘몸이 먼저 기억하는 맛’이 가장 널리 사랑받는다는 점에서, 고속도로 식탁이 보여준 한식의 진짜 대중성은 외식산업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황태해장국, 김치찌개, 돌솥비빔밥. 이 세 가지 메뉴는 어떤 지역에서든, 어느 시간대든 실패 확률이 거의 없는 안전한 선택지로 작동합니다. 이는 단지 맛이 좋아서가 아니라, 몸이 먼저 기억하고 입이 먼저 반응하는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람들은 익숙하고 믿을 수 있는 맛을 고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사는 단순한 만족도 조사가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가 한식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거울이자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좌표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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