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밥에서 고르는 밥으로 – 식자재 유통·급식의 미래 지도”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06-09 11:04:53

삼정KPMG ‘식자재 유통·단체급식 10대 트렌드’ 통해 본 식문화 전환… 기술·ESG·맞춤식단으로 급식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Cook&Chef = 이경엽 기자] ‘급식은 주는 대로 먹는 것’이라는 인식이 흔들리고 있다. 식자재 유통과 단체급식 산업의 중심이 효율성과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 개인 맞춤형 식사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정KPMG가 6월 9일 발표한 『식자재 유통·단체급식 10대 트렌드』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는 산업 현장의 데이터를 제시하며, 급식의 개념이 어떻게 재구성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제 단체급식은 ‘주는 식사’에서 ‘고를 수 있는 식사’로, 단순 영양공급에서 ‘경험의 식문화’로 확장되는 중이다.

급식의 외식화와 브랜드화

보고서는 ‘단체급식 외식화’가 현재 가장 주목받는 트렌드 중 하나라고 밝힌다. "HMR·외식기업과 협업해 외식형 급식을 운영하거나, 브랜드 메뉴를 급식에 접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다수의 대형 급식업체들이 브랜드 식재료, 테마 메뉴, 이벤트 급식을 활용해 식사의 즐거움을 확대하고 있다. 인기 외식 브랜드와 연계한 메뉴, 특정 테마로 꾸며진 한식 데이, 퓨전 레시피 등은 소비자의 ‘맛있는 급식’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킨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보기 좋은 메뉴를 넘어 ‘식사의 목적’을 재정의한다. 급식도 이제는 ‘경험’이며, 브랜드를 통한 식문화 콘텐츠가 된다. 이용자의 인식 변화는 ‘급식 = 외식보다 못한 대체식’이라는 인식을 서서히 깨뜨리고 있다.

기술이 만든 스마트 조리와 유통 혁신

삼정KPMG는 "디지털 기반 식자재 발주 및 자동화된 조리기기 보급이 표준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스마트 키친, AI 발주, 클라우드 기반 재고관리 시스템 등은 급식산업의 정밀성과 일관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스마트 발주 플랫폼은 식자재 낭비를 줄이고, 식자재의 입고·검수·출고를 실시간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수작업 중심의 운영에서 벗어나 효율성과 위생 수준이 모두 향상되는 구조다.

보고서는 또한 "스마트 키친, 디지털 수요 예측, 레시피 자동화 기술이 조리 효율성과 안전을 동시에 향상시킨다"고 진단하며, 이 기술들이 조리사와 운영자의 업무 효율은 물론 소비자 만족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본 이미지는 ChatGPT 이미지 생성 도구를 통해 제작되었습니다. (ⓒ OpenAI, 2025)

소비자 맞춤형 식사로의 진화

기존에는 집단 급식의 특성상 ‘균형 잡힌 영양소’가 주된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개인의 건강 상태와 기호에 따라 식사가 설계되는 흐름으로 전환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 건강정보 연동을 통한 AI 기반 맞춤 식단과 다양한 소비자 선택권 보장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알레르기 회피 시스템, 개별 식사 기록 분석, 다중 선택식 운영 등은 소비자 맞춤형 급식이 더 이상 실험이 아닌 실현 가능한 단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일부 급식업체는 유전자 기반 영양 분석 결과를 급식 운영에 반영하고, 개인 건강상태를 고려한 ‘웰니스 급식’을 시도하고 있다.

급식이 단순한 공공서비스를 넘어, 소비자의 ‘몸과 마음’을 함께 케어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하는 셈이다.

ESG와 지역·계절 식문화 확산

‘친환경·지속가능성’은 이제 단체급식에도 필수 키워드다. 삼정KPMG는 "ESG 기반의 식자재 공급망, 지역 식자재 확대, 잔반 감축 등이 식문화에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명시한다.

이를 위해 일부 급식업체는 로컬푸드 조달, 계절 식재료 사용, 잔반량 감소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단지 환경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이용자에게 식사의 ‘이야기’를 제공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지역성과 계절성이 반영된 급식은 이용자에게 계절감을 전달하고, 식사에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게 한다. 봄에는 봄나물, 여름에는 오이냉국, 겨울에는 뿌리채소로 구성된 식단은 기능성뿐 아니라 감성적으로도 ‘좋은 식사’를 만든다.

단체급식은 효율을 잃지 않으면서도, 지속가능성과 감각의 가치를 동시에 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피드백 기반의 소통형 급식 문화

급식 이용자의 의견이 시스템 개선으로 바로 연결되는 구조도 확산되고 있다. 보고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피드백 체계가 급식의 품질과 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QR코드 기반 설문, 디지털 만족도 조사, 실시간 리뷰 분석 등을 통해 이용자의 반응이 즉시 반영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불만이나 건의사항이 ‘무시되거나 축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AI 분석을 통해 자동으로 반영되고, 메뉴 개선이나 운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급식이 단순한 ‘공급자 중심’에서 벗어나 ‘이용자와 함께 설계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소비자가 급식 문화를 직접 주도하는 형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소비자의 식탁, 산업을 바꾸다"

급식은 더 이상 ‘주는 대로 먹는’ 구조에 머물지 않는다. 외식화, 기술화, 맞춤화, ESG 강화, 피드백 기반 소통 등 모든 변화의 핵심에는 ‘소비자’가 있다.

삼정KPMG 보고서는 이 흐름을 ‘선택 가능한 급식 플랫폼’으로 명확히 규정한다. 급식은 산업이 아닌 서비스로, 서비스가 아닌 문화로 변화 중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서비스 개선이 아닌, 식문화 자체의 진화를 의미한다. 식탁의 중심이 ‘효율’에서 ‘사람’으로 이동하는 과정이자, 우리가 식사를 통해 더 나은 일상을 만들어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소비자가 중심이 된 지금, ‘고를 수 있는 급식’은 더 이상 특별한 혜택이 아닌, 당연한 권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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