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인가, 한식인가… 딸기에서 찾는 식문화의 정체성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06-13 10:50:18
[Cook&Chef = 이경엽 기자] 디저트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딸기가 이제 ‘한식’이라는 이름 아래 조명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오는 6월 26일 서울 중구 한식문화공간 이음에서 개최하는 ‘6월 한식콘서트’의 주제는 다소 파격적이다. 제목은 “대한민국은 왜 딸기에 열광하는가?”다.
이번 강연의 연사로 나서는 이민재 대표는 경북 포항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20대 청년 농부다. 농대에 재학 중인 그는 재배부터 홍보, 유통까지 전 과정을 혼자서 기획·운영하며, 온라인 채널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구축해왔다. MZ세대의 농업 접근법과 디지털 활용이 한식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딸기는 과연 ‘한식’의 재료인가?
딸기는 냉장 유통이 보편화된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보급됐고, 제철 과일로서의 활용은 주로 생과일 디저트, 생크림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 서양식 디저트류에서 두드러졌다.
반면 한식의 맥락 안에서 딸기의 조리·조합 가능성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이는 '딸기 김치'나 '딸기 장아찌' 같은 실험적 레시피의 충격에서 볼 수 있듯, 한식이라는 개념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느냐는 근본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한식진흥원은 이번 콘서트를 통해 청년 농부의 생생한 현장 경험과 딸기 재배의 산업적 맥락을 소개하며, 식재료 다양성과 식문화 진화의 사례로 삼고자 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한식’이라는 용어가 지나치게 확장되며 고유성과 정체성을 잃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한식의 정의는 여전히 모호하다. 법령이나 정책 차원에서도 ‘전통성’, ‘지역성’, ‘기반 식재료’에 대한 기준은 명확하지 않으며, 이는 농정 홍보나 문화행사에서의 ‘한식’ 범위가 자의적으로 해석되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이번 한식콘서트는 분명 흥미롭고 유의미한 시도다. 딸기를 통해 청년과 지역, 농업과 소비를 연결하려는 시도 자체는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한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비판적 논의 역시 병행되어야 할 시점이다.
한식진흥원의 한식콘서트는 매월 다양한 주제로 개최되는 인문학 프로그램이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6월 13일부터 한식진흥원 누리집(www.hansik.or.kr)을 통해 사전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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