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마시는 시대…아시아 음료 시장, ‘웰니스’로 재편되다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 2025-11-06 22:51:33
과채차·기능성 음료·디카페인이 이끄는 음료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Cook&Chef = 송채연 기자] 아시아 음료 시장이 ‘웰니스(Wellness)’라는 거대한 물결 위에서 재편되고 있다. 중국은 밀크티로 대표되던 고당 음료의 열기가 잦아든 자리에 과일과 채소, 허브, 차가 어우러진 ‘과채차(果蔬茶)’가 올라섰다. 한국에서는 이너뷰티티와 기능성 음료가, 카페 시장에서는 디카페인 커피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으며 ‘웰니스 음료’ 시대를 열고 있다. 단맛보다 밸런스, 자극보다 회복. 이제 사람들은 ‘기분 좋은 당분’ 대신 ‘지속 가능한 건강’을 마시고 있다.
중국, 과채차로 시작된 건강한 반란
중국에서 불고 있는 과채차 열풍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과일·채소·전통차를 결합한 이 새로운 카테고리는 ‘달콤함보다 균형을 원한다’는 소비자의 감각 변화를 대변한다. 밀크티의 높은 당과 지방을 경계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가볍고 영양 있는(轻养生)’ 음료가 선택받고 있다.
헤이티(喜茶), 차바이다오(茶百道), 나이쉐더차(奈雪的茶) 등 주요 브랜드는 앞다투어 과채차 라인을 확장 중이다. 케일, 레몬, 자두, 재스민 같은 원료 조합이 주를 이루며, 각 브랜드는 ‘저당·저칼로리·고섬유질’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운다. 특히 케일은 ‘음료 속 슈퍼푸드’로 불리며 전년 대비 40배 이상 판매가 증가했다.
소셜미디어도 이 열풍을 부추긴다. 샤오홍슈에는 “기름을 제거하는 마법 음료”, 틱톡에는 “간헐적 단식의 필수템”이라는 말들이 쏟아진다. 소비자들은 ‘맛’이 아니라 ‘효능’을 위해 한 잔을 선택한다. 과채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건강 루틴’의 일부가 된 셈이다.
한국, 기능성과 이너뷰티, 디카페인의 성장
한국 음료 시장은 ‘기능성’이라는 키워드로 건강을 재해석하고 있다. 종근당건강의 락토핏 마시는 유산균, 현대약품의 큐어웰, 코오롱제약의 리얼아미노워터 등은 장 건강, 피로 회복, 근육 강화 등 구체적 목적성을 내세우며 일상 속 웰니스 음료로 자리 잡았다. 제약 기반 기술이 식음료로 확장되며 ‘영양을 마신다’는 개념이 일상화된 것이다.
한편, 뷰티 브랜드 아이소이가 운영하는 ‘티퍼런스(Teaference)’는 이너뷰티 시장의 새로운 실험실이 되고 있다. 케냐 고원에서 자란 퍼플티를 바르고 마시는 체험형 공간으로, 스킨케어와 차 문화를 결합했다. “차로 피부를 가꾼다”는 컨셉은 이너뷰티 시장의 방향성을 압축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VMR은 이너뷰티 시장이 2033년 16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내다본다. 그 중심에 ‘마시는 뷰티’가 있다.
한국의 커피 문화에서도 건강의 흐름은 분명하다. 하루 한 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카페인을 줄이되, 커피의 풍미는 유지하자’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이다.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메가커피 등 주요 브랜드의 디카페인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70%까지 급증했다.
특히 스타벅스는 올해 상반기 디카페인 커피 2천만 잔 이상을 판매했으며, 동서식품의 카누·맥심 디카페인 라인은 인스턴트 시장에서 매출 비중 8%를 돌파했다. 2024년 기준, 디카페인 생두 수입액은 9,31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3.4% 증가했다. 수면, 스트레스, 균형 잡힌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건강한 취향이 커피 산업을 다시 쓰고 있는 셈이다.
이제 음료는 갈증을 해소하는 기능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 밸런스 도구’가 되었다. 중국의 과채차, 한국의 기능성 음료, 디카페인 커피는 ‘즉각적인 자극보다 지속 가능한 건강’이라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음료는 이제 단순한 기호품을 넘어섰다. 일상 속 웰니스의 언어이자, 자기관리의 새로운 표현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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