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Interview> 최수근 한국조리박물관장 / “한국조리박물관은 나의 새로운 이모작 인생”

조용수 기자

cooknchefnews@naver.com | 2024-10-24 08:00:09

- 한국조리 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선배 조리사들의 업적을 충실하게 기록하고 기억하는 공간
- 조리사에게는 자긍심을 키워주고 나아가 조리를 꿈꾸는 이들에게 더욱 큰 꿈을 보여 주는 인재양성의 장
- ㈜HK의 장재규 전무가 최수근 관장의 꿈을 ㈜HK 이향천 대표에게 전하면서 시작

 

[Cook&Chef=조용수 기자] 1983년 조리에 대한 배움의 열망으로 떠난 프랑스 유학의 길에 오른 그곳에서 조리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기고 전 세계 조리인들에게 영감을 준 조르주 오귀스트 에스 코피에(Georges Auguste Escoffier 1846-1935)를 만나게 된다. 그의 업적과 삶을 잘 보존하고 있는 박물관은 프랑스인은 물론 전 세계 조리인들에게 감동과 자긍심을 일깨워주는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우리나라에 조리의 역사를 집대성하고 조리인들에게 힘이 되는 박물관을 만들 것이라는 자신의 삶에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는 최수근 관장의 꿈과 열정, 그리고 한국조리박물관의 이야기를 지면을 통해 전해본다.

한국조리박물관은 우리나라에 서양 요리가 들어온 100년의 역사를 10년 동안 차근히 준비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한국조리박물관은 한국조리 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선배 조리사들의 업적을 충실하게 기록하고 기억하는 공간이다. 박물관에 소장된 수많은 자료 속에는 한 개인의 삶과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한평생을 조리 분야에 종사하며 조리를 발전시킨 선배 조리사들의 땀과 발자취가 선명히 남아 있다. 그 발자취는 많은 후배 조리사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다가올 100년의 시간이 지나도 세계에서 인정받는 조리 전문박물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한국조리박물관의 다짐이고 약속이다. 조리사에게는 자긍심을 키워주고 나아가 조리를 꿈꾸는 이들에게 더욱 큰 꿈을 보여 주는 인재양성의 장으로 책임과 역할을 하는 곳이 박물관이라는 최수근 관장은 한국조리박물관이 세계 3대 조리박물관으로 도약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호텔 셰프로 총주방장까지 근무하다 조리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조리박물관 설립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최수근 관장은 2015년 어느 봄 박물관 설립에 꿈을 이룰 특별한 인연을 만나게 되었다. 평소 문화와 교육에 큰 관심을 기울이던 ㈜HK 이향천 대표와의 만남이다. 박물관 설립에 대한 꿈이 단지 꿈으로 끝나는 건 아닐까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마다 가슴 속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던 ㈜HK의 장재규 전무가 최수근 관장의 꿈을 ㈜HK 이향천 대표에게 전했고, 7전 8기의 장재규 전문의 설득으로 만남이 성사되었다. 이후 이향천 대표는 박물관 설립의 뜻을 그 누구보다도 반겨주었고 이 만남은 박물관 설립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도화선이 되었다.

“한국조리박물관이 만들어진 후 많은 조리사들이 저에게 정말 큰일을 했다고 한다. 특히, 오랜 친구인 진양호 교수(경기대 퇴직)가 개관식 날 저에게 “내가 당신이 있어서 하는 말이 아니고, 정말 조리사가 할 수 없는 자료를 모아서 전시한 배짱은 놀랍다.”고 했을 때 박물관 설립에 힘들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그 시간들이 제 인생의 또 다른 보람되었던 시간으로 기억되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최수근 관장이 손꼽는 박물관 자랑은 ‘자문위원회’이다. 한국조리 분야를 대표하는 한식, 중식, 양식, 일식 제과 분야의 원로 및 명장으로 구성된 46인이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박물관 설립에 뜻을 같이하고 소장품 기증은 물론 박물관 운영 전반과 향후, 박물관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의견을 주고 있다.
”저희 조리박물관은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열정을 갖고 기획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관점에서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는 박물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역동적인 박물관 운영으로 관람객과 함께 성장하는 장소로 조리사나 조리과 학생들을 비롯한 일반인 조리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6개월, 또는 1년에 한 번씩 박물관에 와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어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한국조리박물관이 위치해 있고, ㈜HK E&C가 운영하는 파크엘림을 활성화시킬 계획이라는 최수근 관장은 조리사들을 위한 허브나 특수 작물을 중점으로 연구 재배하는 장소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조리과 학생들의 MT를 겸비한 교육과정 연계 체험 수업과 조리과 교수들을 위한 세미나 장소로도 조리박물관을 활용할 것이라고 한다. 아울러 조리사들이 즐겁게 쉬고 즐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을 위한 조리 아카데미와 사회적 기술 교육을 목적으로 현장의 주방 기구들을 사전에 사용해볼 수 있는 실습 교육장으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며, 단체 급식 조리원들을 위한 기본적인 위생 교육과 조리 실기 등 여러 대상이 참여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조리박물관을 건립하며 조리와 관련된 문화 사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회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할 예정입니다. ㈜HK는 주방조리기구 생산업에 주력하겠지만 문화와 교육의 중요성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외식비전 21’이라는 젊은 조리사들의 모임이 광진구에서 문화 행사를 할 때 재정적 지원을 했습니다. 이후 매년 외식 조리 문화 행사를 지원하는 HK는 회사가 만든 제품을 사용해주는 조리사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보답하고자 합니다. 그런 보답의 하나가 한국조리박물관 운영이며, 더 나아가 ‘HK E&C’란 법인을 설립해 교육과 문화 사업에 힘쓸 예정입니다.”

현재 한국조리박물관은 매년 특별기획전을 비롯해 연수원 운영을 하고 있으며, KBS 사업단과 함께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온라인 수업을 비롯해 ‘Master Chef’ 자격증과 ‘Food Designer’ 자격증도 발급하고 있다. 또한, 일반 시민들을 위해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무료 요리강좌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조리박물관 건립 이후, 기획했던 또 다른 꿈도 이뤘다. 한국조리사에서 가장 ‘소스개발 연구’에 관심 가졌던 최수근 관장은 2022년 2월 10일 제1회 한국소스학회를 설립해 초대 회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한국소스학회는 국내외 음식, 소스 관련 학계 및 업계 간의 학문적 연구 활동과 정보 교류를 통해 조리인의 위상을 높이고, 차세대 조리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설립되었다. 2025년 최고의 학회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학회를 통해 소스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2대 회장으로 세종사이버대학교 조리서비스경영학과의 교수로 재직 중인 박효남 명장이 협회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조리인생 50년인 최수근 관장은 조리박물관 설립을 꿈을 가슴에 담고 평생 조리사로 소스 연구를 개발에 주력해 왔다. 항상 미래지향적인 사고로 생활한 결과 좋은 멘토들을 많이 만나 조언과 도움으로 오늘의 결과를 얻게 되었다. 앞으로 그동안 갖고 있던 자료를 토대로 ‘소스 백과사전’ 발간을 준비 중이며, 46명의 조리박물관 자문위원을 포함한 ‘100인의 셰프 사진전’도 기획하고 있다.


“저는 감사의 마음으로 박물관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일을 감사하지 않고 자랑하면 교만해집니다. 저는 직원들에게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할 것을 권합니다. 그래야 오래도록 박물관의 명성이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나는 모든 것을 하나님의 은혜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박물관을 운영할 것을 약속합니다.”  

현재 한국조리박물관 건립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아직 전시되지 않은 이야기’라는 단행본을 준비 중이라는 최수근 관장의 ’이모작 인생‘의 종착역은 어디일지 하는 궁금증을 안은 채 가을 햇살 가득한 조리박물관을 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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