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승리를 기원하는 멕시코의 타코와 라임 한조각
서진영 기자
cnc02@hnf.or.kr | 2026-06-17 09:23:48
브리토와 데킬라 등 전통식 ...북중미 월드컵 간식 특집 ②
[Cook&Chef = 서진영 기자] 6월 19일 금요일 오전 10시, 대한민국과 멕시코가 2026 FIFA 월드컵 A조 조별리그에서 만난다. 경기장은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 대한민국에서 멕시코까지의 거리는 멀지만, 식탁 위의 멕시코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타코, 브리토, 퀘사디아, 나초, 과카몰리, 살사, 코로나, 데킬라. 이름만 들어도 맛과 향이 떠오르는 음식들이 이미 우리의 외식 문화 안으로 들어와 있다.
월드컵은 공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라와 나라가 만나는 시간이지만, 경기 전 상대국을 아는 방법이 꼭 전술과 선수 명단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나라의 음식에는 그 땅의 기후와 농업,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녹아있다. 옥수수와 콩, 고추, 토마토, 아보카도, 라임, 고수, 아가베가 만들어낸 식탁은 단순히 맵고 이국적인 음식이 아니다. 손에 들고 먹는 타코 한 장에도 멕시코의 농경, 거리 음식, 축제, 가족의 식사를 느낄 수 있다.
멕시코 음식은 이태원이나 외국인이 많은 지역에서나 접할 수 있는 음식으로 여겨졌다. 그러다 2010년 타코벨이 서울 이태원에 매장을 열며 타코와 브리토는 패스트푸드의 형태로 대중에게 다시 다가왔다. 물론 타코벨이 멕시코 음식을 한국에 처음 들여온 것은 아니다. 다만 빠르고 가볍게 먹는 방식으로 멕시코 음식을 알리는 데에는 분명한 역할을 했다. 이후 이태원, 홍대, 성수, 강남, 광장시장 등지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타코 전문점이 생겨날 만큼 지금은 타코가 특별한 날의 외국 음식이라기보다, 퇴근 후 맥주 한 잔과 곁들이거나 주말 점심에 가볍게 먹는 메뉴가 됐다.
타코가 유독 빠르게 친숙해진 데에는 닮은 구석도 있다. 또르티야 위에 고기와 채소, 살사와 라임을 얹어 손으로 접어 먹는 방식은 우리의 쌈 문화가 연상된다. 상추나 깻잎에 고기와 장, 마늘, 채소를 올려 한입에 먹는 방식처럼, 타코 역시 한 장의 또르티야 안에 재료의 균형을 만든다. 입 안에서는 고기의 기름기, 살사의 산미, 라임의 향, 고수의 풀 향, 매운 소스의 자극이 한꺼번에 살아난다. 낯설지만 완전히 낯설지 않은 음식. 그래서 타코는 우리의 식탁에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이번 멕시코와의 경기는 오전 10시에 시작된다. 경기 중에는 멕시코 간식과 청량한 음료로 가장 먼저 소개할 음식은 타코다. 작은 또르티야에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새우, 버섯, 구운 채소를 올리고 여기에 양파, 고수, 살사, 라임을 곁들이면 경기 중에도 한 손으로 들고 먹기 좋다. 매운맛을 좋아한다면 할라페뇨나 핫소스를, 부드러운 맛을 원한다면 사워크림이나 아보카도 소스를 곁들이면 된다.
다음은 퀘사디아. 또르티야 사이에 치즈와 고기, 채소를 넣어 팬에 노릇하게 구운 음식이라 따뜻한 샌드위치처럼 먹을 수 있다. 치즈가 녹아 재료를 잡아주기 때문에 흘릴 걱정이 덜하고, 아이스티나 탄산음료와도 잘 어울린다. 여럿이 함께 본다면 나초와 과카몰리도 추천한다.
바삭한 나초칩에 으깬 아보카도, 라임즙, 양파, 토마토, 고수를 섞은 과카몰리를 곁들이면 손쉽게 멕시코식 응원 테이블이 완성된다. 여기에 토마토 살사나 치즈 딥을 더하면 경기 흐름에 따라 계속 집어 먹기 좋다.
멕시코의 길거리 음식 중 엘로테도 여름에 잘 어울린다. 구운 옥수수에 마요네즈, 치즈, 고춧가루, 라임을 더한 음식이다. 옥수수의 단맛과 라임의 산미, 치즈의 짠맛이 어우러져 여름 간식으로 제격이다. 꼭 멕시코 치즈가 없다면 파마산 치즈나 고운 치즈 가루를 활용하면 집에서도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다. 월드컵 경기 한 편을 보는 동안 옥수수 한 자루가 멕시코의 길거리로 데려가는 셈이다.
멕시코의 청량음료 아구아 프레스카는 과일과 물, 설탕을 섞어 만든 가벼운 음료다. 수박, 멜론, 파인애플, 라임, 오이처럼 수분이 많은 재료가 잘 어울린다. 요즘 흔하게 보는 여름 과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어 경기 시간대에 맞는 선택이다. 붉은 빛의 하마이카 티도 좋다. 히비스커스 계열의 꽃을 우린 음료로 새콤한 맛이 있어 매운 타코나 나초와 잘 어울린다. 부드러운 맛을 원한다면 오르차타를 준비할 수 있다. 쌀과 계피를 바탕으로 한 음료라 매운맛을 누그러뜨리고, 아침 식사 대용으로도 부담이 덜하다.
경기가 끝나고 점심 무렵이 되면 더워진 태양 아래에서 라임 한 조각이 든 코로나 맥주를 제안한다.
투명한 병에 담긴 옅은 황금빛 맥주 안 라임의 산미와 향은 맥주의 가벼운 쓴맛을 정리하고, 타코 속 고기와 살사의 맛을 산뜻하게 받쳐준다. 특히 생선 타코나 새우 타코처럼 해산물이 들어간 메뉴에는 라임을 넉넉히 짜 넣은 코로나가 잘 맞는다. 치킨 타코, 포크 타코, 나초와도 부담 없고 강한 몰트 향이나 진한 바디감보다 청량감이 필요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금요일 오전 경기의 긴장과 점심의 느슨함 사이, 타코와 라임 맥주는 가장 현실적인 멕시코식 응원 음식이 된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 하루의 경기가 끝난 뒤에는 멕시코의 술을 조금 더 깊게 만날 수 있다. 대표적인 술은 데킬라다. 데킬라는 블루 아가베를 원료로 한 멕시코의 증류주다. 흔히 소금과 라임을 곁들여 한 번에 마시는 술로만 알려져 있지만, 좋은 데킬라는 천천히 향을 맡고 음식과 함께 마실 때 더 많은 맛을 보여준다. 투명한 블랑코 데킬라는 아가베의 풋풋한 향과 날카로운 산뜻함이 살아 있어 세비체, 생선 타코, 새우와 잘 어울린다. 라임과 고수가 들어간 해산물 음식과 술의 청량함을 경험할 수 있다.
오크통에서 일정 기간 숙성한 레포사도 데킬라는 조금 더 부드럽고 둥근 향을 느낄 수 있어, 구운 돼지고기, 알 파스토르 타코, 치즈가 들어간 퀘사디아와 잘 맞는다. 파인애플과 돼지고기, 고추 양념이 어우러진 알 파스토르는 멕시코 음식 안에서도 좋아할 만한 요소가 많다. 달고 짭짤하며, 기름지고, 매콤하다. 여기에 레포사도 데킬라의 은근한 바닐라와 나무 향이 더해지면 패스트푸드로만 생각했던 타코가 저녁 술상의 음식으로 바뀐다.
더 묵직한 음식을 준비한다면 아녜호 데킬라나 메스칼을 생각해볼 수 있다. 아녜호 데킬라는 숙성에서 오는 깊은 향이 있어 몰레 같은 진한 소스, 구운 고기, 바비큐 계열 음식과 어울린다. 몰레는 고추, 향신료, 견과류, 초콜릿 등 여러 재료가 들어가는 멕시코의 대표적인 소스로 달콤한 초콜릿 소스가 아니라 복합적인 향과 쌉싸래한 깊이를 맛볼 수 있다. 메스칼은 데킬라와 마찬가지로 아가베로 만들지만, 훈연 향이 느껴지는 술이다. 구운 채소, 숯불 향이 있는 고기, 매운 살사와 함께 마시면 좋다.
멕시코 음식은 어느새 유행의 단계를 지나 일상의 선택지가 됐다. 배달 앱에서도 타코와 브리토를 쉽게 찾을 수 있고, 마트에서는 또르티야와 살사, 아보카도, 할라페뇨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꼭 정통 방식 그대로 차리지 않아도 된다. 불고기를 넣은 타코, 제육볶음을 얹은 나초, 김치 살사를 곁들인 퀘사디아처럼 한국의 맛과 섞어도 어색하지 않다. 멕시코 음식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재료를 품는 방식의 자유로움에 있다. 한 장의 또르티야 위에서 고기와 채소, 소스와 향신료는 얼마든지 새롭게 조합된다.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는 승패를 가르는 시간이지만, 식탁 위에서는 조금 다른 만남이 열린다. 오전에는 타코와 과카몰리, 아구아 프레스카로 가볍게 경기를 보고, 점심에는 라임을 꽂은 코로나 한 병으로 여름의 청량함을 더한다. 저녁에는 데킬라와 메스칼, 조금 더 깊은 멕시코 음식으로 금요일의 긴장을 풀어낸다. 거리로는 먼 나라지만, 한입 베어 문 타코와 라임 향이 터지는 맥주 한 모금은 멕시코를 의외로 가까운 곳에 데려다 놓는다.
월드컵을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상대국을 맛으로 느껴보자. 대한민국과 멕시코가 마주하는 6월 19일, 응원 테이블 위에 타코 한 접시를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Cook&Chef / 서진영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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