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장이 세계로 나아가다…전통의 발효, 글로벌 식탁 위의 혁명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 2025-11-07 23:42:56

유네스코 등재 이후, ‘장’은 문화에서 산업으로
발효 과학과 K-푸드 트렌드가 만든 새로운 성장축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채연 기자] 지난해 12월, 한국의 ‘장(醬)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수천 년간 장독대 위에서 이어져 온 발효의 전통이 이제는 세계 식탁으로 향하고 있다. ‘시간이 빚은 맛’이자 공동체의 상징이던 장이, 과학과 결합하며 글로벌 K-푸드 산업의 새로운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한국의 전통 장류가 유럽의 레스토랑과 미슐랭 셰프들의 주방에 오르며 ‘K-장’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양념이 아닌,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발효식으로서 세계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국내 장류 업계도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77년 전통의 진미식품은 장류 부문 최초로 ‘한국글루텐프리인증(KGFC)’을 획득하며 발효 산업의 체질 변화를 이끌었다. 국산 쌀과 콩만으로 만든 ‘우리쌀 장류’ 시리즈는 밀가루를 완전히 배제하면서도 깊은 발효 풍미를 구현했다. 송상문 진미식품 대표는 “정직한 발효와 과학의 결합이야말로 전통의 미래”라며 “세계 어디서나 믿고 즐길 수 있는 K장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샘표 역시 프랑스 파리 지하철역에 ‘진간장S’ 광고를 내걸며 K-푸드의 얼굴로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지원 아래 진행된 이번 캠페인은 “K-푸드를 사랑하는 분이라면 K-마트로 오세요”라는 문구로 현지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프랑스 언론들은 “한국의 간장이 미식 문화의 새로운 감칠맛을 더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장류 수출액은 1억 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고추장과 간장은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30% 이상 성장하며 해외 수요를 견인했다. 서울대 박민우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글루텐프리, 저당, 식물성 단백질 중심의 식습관 변화가 K-장에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다”며 “한국의 장은 ‘맛의 깊이’와 ‘기능성’을 함께 갖춘 미래형 식품”이라고 분석했다.

K-장이 세계의 식탁으로 나아가는 흐름은 단지 산업의 성공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문화로서의 장’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한식진흥원은 지난달 말 이탈리아와 헝가리에서 한식 체험 프로그램 ‘Taste of Jang’을 열고 현지 참가자들에게 장 담그기의 철학과 맛을 직접 전했다. 참가자들은 간장·된장·고추장을 직접 만들며 장의 쓰임과 풍미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한 참가자는 “한국의 장은 단순한 양념이 아니라 정성과 시간이 빚어낸 문화”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이번 행사는 장을 통해 한식의 철학을 세계에 알린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투어링 케이-아츠’를 통해 한식이 세계인의 일상 식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장은 이제 ‘음식’을 넘어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전통의 장독대에서 익어가던 발효의 시간은 이제 유럽의 미식 도시와 세계인의 식탁 위에서 새롭게 이어지고 있다. 정성과 과학이 만난 K-장, 그 깊고 느린 맛은 한국 발효의 미래이자, 세계 식문화가 향하는 다음 방향을 보여준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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