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연의 맞춤 양념] 소금① 바다 태양 바람이 만든 태초의 결정체

신혜연

| 2026-07-09 16:40:04

천일염은 미네랄을 품은 바다의 선물
암염 등 내륙에서 만나는 다양한 소금
애월읍 구엄리 바닷가1,500여 평의 빌레(화산 폭발 후 흘러내린 용암이 바닷물을 만나 서서히 굳은 검은 암반)에는 독특한 소금밭이 있다. 바다가 밀어 올리고, 자연이 말린 제주표 돌염전이다.  사진 = timo volz -unsplash

[Cook&Chef = 신혜연 칼럼니스트] 내 소금의 고향은 어디인가? 

제주도 바닷가를 거닐다 보면 사람들이 넓적하게 퍼진 검은 돌판 위에 삼삼오오 쭈그려 앉아 무언가를 찾는 듯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바닷가에서 보물찾기라도 하는 걸까 싶어 다가가 보면, 이들이 희뿌연 가루를 만지작거리며 심 봤다는 듯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무엇이냐 물으면 돌아오는 답은 뜻밖에도 ‘소금’이다. “제주도에서 소금이 난다고?” 의아한 생각이 먼저 든다.

애월읍 구엄리 바닷가1,500여 평의 빌레(화산 폭발 후 흘러내린 용암이 바닷물을 만나 서서히 굳은 검은 암반)에는 독특한 소금밭이 있다. 바다가 밀어 올리고, 자연이 말린 제주표 돌염전이다. 한때 이곳에서 연간 17톤의 질 좋은 소금을 수확했다지만, 소금이 흔해진 오늘날 염전의 기능은 쇠퇴하고, 관광객을 위한 경관지로 남았다. 

사람들을 따라 돌염전을 구경하다 보면, 태초에 인류가 소금을 발견했을 때의 모양새가 딱 이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친다. 바다와 햇빛만으로 인류 생존에 필수적인 영양분을 바닷가에 흩뿌려 놓은 셈이다. 덕분에 인류는 어패류나 해초에서나 간신히 얻던 짠맛을 비로소 소금에서 얻게 되었다. 자연이 채워주기를 기다렸다가 거둬들이고 또 기다리는 정직한 여정이다.

천일염은 바닷물 속 미네랄 성분을 고스란히 품은 바다의 선물이다. 우리나라 신안의 갯벌 천일염을 비롯해 프랑스 브르타뉴의 게랑드, 포르투갈의 타비라 등이 세계적인 명산지로 꼽힌다.  사진 = timo volz -unsplash

물론 뙤약볕 아래서 소금을 모으는 채염 작업은 최악의 근로환경이라 불릴 만큼 힘들고, ‘소금 농사를 짓는다’고 표현할 정도로 고되니 그저 편하게 기다리기만 했다고 볼 수는 없다. 바다와 태양, 바람이라는 자연의 순리에 기대어 성실하게 밭을 다지며 기다려야만 얻을 수 있는 결정체, 바로 천일염이다.

천일염은 바닷물 속 미네랄 성분을 고스란히 품은 바다의 선물이다. 우리나라 신안의 갯벌 천일염을 비롯해 프랑스 브르타뉴의 게랑드, 포르투갈의 타비라 등이 세계적인 명산지로 꼽힌다. 바닷물이 소금이 되기까지는 보통 20일 정도가 걸린다. 만조 때 저수지로 끌어들인 바닷물을 넓게 펴서 수분을 날려 보내고, 소금 결정이 앉으면 나무 고무래로 정성스럽게 모은다.

이렇게 수확한 소금을 소금창고로 옮겨 최소 1년에서 5년까지 묵히며 쓴맛을 내는 간수를 빼내야 비로소 명품 천일염이 완성된다. 오랜 시간 농축된 천일염 안에는 칼슘, 마그네슘, 칼륨 등 미네랄이 풍부하다. 굵은 천일염 한두 알을 혀 위에 올리고 천천히 녹여보면, 부드러운 짠맛 뒤로 쌉싸름함과 은은한 단맛까지 다채로운 맛의 스펙트럼이 펼쳐진다. 소금 한 알이 온몸을 감각을 깨우는 듯한 느낌은 좋은 천일염만이 갖는 놀라운 능력이다. 

소금은 뜻밖에도 깊은 내륙에서도 나온다. 과거에 바다였던 곳이 지각 변동으로 육지가 된 후, 오랜 세월 물은 증발하고 소금만 남아 화석처럼 굳어진 ‘암염(바위소금)’이 대표적이다. 사진 = pavel neznanov -unsplash

그렇다면 소금은 바다에서만 구할 수 있을까? 소금은 뜻밖에도 깊은 내륙에서도 나온다. 과거에 바다였던 곳이 지각 변동으로 육지가 된 후, 오랜 세월 물은 증발하고 소금만 남아 화석처럼 굳어진 ‘암염(바위소금)’이 대표적이다.

암염은 대개 ‘소금 광산’에서 채굴하며, 현재 전 세계 소금 생산량의 과반수를 차지한다. 천일염에 비해 미네랄 함량은 적지만 순도가 높고, 철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암염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폴란드의 ‘비엘리치카 소금광산’이다. 13세기부터 700년 넘게 소금을 캐내던 곳으로 지하 100미터가 넘는 수직 동굴 안에 예배당과 성서 속 인물들의 조각상, 화려한 샹들리에까지 갖추고 있어 가히 지하 궁전을 연상케 한다.

파키스탄의 케우라 소금광산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에게 ‘히말라야 핑크솔트’로 친숙한 이곳은 기원전300년경 알렉산더 대왕의 군대가 머물던 중, 지친 군마들이 우연히 바위를 핥고 생기를 되찾으면서 발견되었다고 전해진다. 여기서 나는 소금은 분홍과 주황빛의 아름다운 빛깔을 띠며, 강한 짠맛과 함께 철분이나 황 성분 등이 자아내는 독특한 맛과 향을 자랑한다. 

암염과는 또 다른 ‘광물성 소금’도 있다. 야생 염소인 알파인 아이벡스가 죽음을 무릅쓰고 수직에 가까운 이탈리아 친지노 댐(Cingino Dam) 벽에 묘기하듯 붙어 무언가를 핥는 광경이 목격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댐 뒤의 물이 콘크리트 벽의 미세한 틈새로 스며들어 증발하는 과정에서, 콘크리트 자체의 나트륨, 칼슘, 마그네슘 같은 광물 성분이 표면에 하얗게 소금 결정이 남은 것이다. 풀만 먹어 늘 나트륨이 부족한 초식동물인 알파인 아이벡스는 생존을 위해 수직 벽을 질주하는 능력을 진화시키며 이 소금을 핥아 먹는다. 물론 사람이 이 소금을 섭취하려면 대단히 복잡한 가공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내륙의 염호(소금호수)에서 물을 증발시켜 얻는 ‘호수염’도 있다. 중남미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이나 사해가 대표적이다. 바닷물이 암염으로 변하기 전 단계로 볼 수 있는데, 특히 우유니 사막 소금은 오랜 세월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되고 증발하는 과정에서 간수 성분이 자연스럽게 씻겨 나가서 깔끔한 짠맛이 난다. 대자연이 스스로 필터링해 준 덕분에 청정한 맛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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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연 (인문식당 편집장)

월간 <행복이가득한집>기자, <쿠켄> <데코 마담휘가로> 등의 편집장을 거쳐 신세계백화점 콘텐츠디렉터로 일했다. 에세이집 <언니의 아지트> <나이드는 것도 생각보다 꽤 괜찮습니다> <글을 쓸 결심> 등을 냈고, 현재 음식을 통한 사유를 끌어내는 단행본을 출간하는 ‘인문식당’ 편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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